[기자리뷰] 에너지 미봉책
[기자리뷰] 에너지 미봉책
  • 조성구 기자
  • 승인 2023.05.17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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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일보 조성구 기자] 한전과 가스공사가 늘어나는 적자 해소를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기로 했다.

한전은 지난해부터 추진하고 있는 비상경영체제 하의 재정건전화종합계획에 5조6,000억원을 더해 3년간 총 25조원 이상의 재무개선을 추진한다. 부동산도 ‘팔 것은 판다’는 기조 하에 여의도 남서울본부를 매각하고, 양재동 한전 아트센터 등 사옥도 임대한다. 조직도 효율화하고 임직원들의 성과금·임금도 반납한다.

가스공사도 같은 해법을 제시했다. 조직을 줄이고 공급관리소도 무인화 해 비용 15조4,000억원을 절감한다.

자구책이다. 적자와 부채가 늘어나자 양 기관은 모든 방안을 마련했다고 강조했다. 생각의 경중은 있겠으나 일련의 과정을 겪으며 한전과 가스공사가 스스로 할 만한 것은 다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 과정에서 정승일 한전 사장은 물러났고, 최연혜 가스공사 사장은 ‘뼈를 깎는 노력을 경주할 것’이라며 고개를 숙였다. 실무진에서도 할 일을 하고 있다. 한전 커뮤니케이션처는 현 상황의 이해를 구하는 장문의 문자를 기자들에게 보냈고 가스공사 언론부는 자구책을 알리는 보도자료의 정확성을 바로잡기 위해 분주했다.

하지만 이미 미운털이 밖힌 상황에서 이들의 노력은 정치인들에게는 마뜩지 않았다.

당정은 전기요금 kWh당 8원, 가스요금은 MJ당 1.04원을 올리기로 했다. 민심을 고려하고 에너지 취약계층을 위한 다양한 지원책을 같이 제시했다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해답이 틀렸다는 사실. 

이 대책은 ‘미봉책’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이번 인상은 한전 누적적자 45조원, 가스공사 미수금 11조6,000억원을 감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상승분이다. 자구책에 정부의 미봉책을 더해도 답이 나오지 않는다.

나아가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국무회의에서 “한전의 적자는 탈원전 정책과 방만한 지출의 결과”라고 지적했다. 탈원전의 공과는 뒤로 하더라도 방만한 지출의 결과라는 인식은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분석이 틀리니 해법도 맞지 않는다. 한전과 가스공사의 난관은 이 같은 이유 때문이 아니다.

지난해 상반기 한전의 전력구매가격은 9조원이 늘었다. LNG(액화천연가스)와 석탄 가격의 상승 때문이었다. 전력를 만드는 비용이 늘었지만 前 정부는 이를 적기에 요금에 반영하지 않았다(지난해 4월, 尹대통령도 대선후보 시절에 요금 인상에 반대한 바 있다).

글로벌 천연가스 가격도 급등했지만 국내 도시가스 요금도 수입 원가에 대비해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

한전과 가스공사가 비싸진 전력과 비싼 LNG(도시가스)를 구매해 값싸게 파니 ‘역마진’ 구조는 좀처럼 깨지지 않는다.

최연혜 가스공사 사장의 일갈처럼, 장기간의 요금 동결과 소폭 인상은 일시적으로 민생경제에 안정을 주겠지만 결국에는 악순환을 공고히 할 뿐이다.

해답은 어쩌면 간단하다. 시장원리에 따라 비싸진 만큼 요금에 반영하면 된다. 이 과정에서 부침은 있겠으나 가장 확실한 해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