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리뷰] ‘죽느냐, 사느냐’ 기로에 선 PB산업
[전문기자리뷰] ‘죽느냐, 사느냐’ 기로에 선 PB산업
  • 선병규 기자
  • 승인 2023.05.04 10: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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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조시설 열원으로 목분 사용못해 한해 200억 추가 연료비 부담
수익성 악화로 PB업계 적자전환, 지속시 100년 산업 문닫을 판
환경부, PB업계와 머리 맞대고 목분 사용 대책 서둘러 마련해야

[국토일보 선병규 기자] “환경부에서 합리적인 제도개선이 없다면 100년 이상된 국내 목재기업을 비롯해 PB(파티클보드:particle board) 산업이 죽어나갈 지경입니다.”

최근 서울 여의도에 소재한 PB협회 임원과 회원사 본부장들이 기자를 만난 자리에서 한숨 쉬며 내뱉은 하소연이다.

이유인 즉, 1991년 관련업계 3곳에서 PB공장 준공시 제품 건조시설의 열원을 값싼 벙커C유로 활용하는 것으로 대기배출시설 설치허가를 받았다.

이 업체들은  순수 목재를 주원료로 제조하는 PB제품의 최종 가공단계중 하나인 샌딩공정 등에서 나오는 목분(Sander dust)을 건조시설에 벙커C유와 함께 열원으로 함께 사용해 온 것.

PB는 목재를 잘게 조각을 내어 접착제로 붙여 굳혀서 만든 건재를 말한다.

목분의 경우 순수 목재 가공품 중 최종 부산물이기 때문에 불순물이나 유해물질 함유량이 적어 대기오염 우려도 적을뿐만 아니라 사업장에서 발생한 폐기물로 분류되기 때문에 건조시설 열원으로 활용하면 폐기물 발생량도 그 즉시 저감할 수 있어 환경오염도 예방하고, 혼합 열원을 사용함으로써 연료비가 크게 절감됐기에 통상적인 사례였다.

그런데 작년초부터 환경부에서 대기배출시설 위반 조사가 들이닥쳤고, 2008년 폐기물관리법 개정으로 현행법상 폐기물로 분류돼 있는 목분의 열원 사용이 관련법 위반이라는 청천벽력같은 행정조치와 함께 LNG로 연료 사용을 하라는 개선명령을 받은 것이다.

사실 벙커C유가 저렴한 연료인 대신 황산화물, 질소산화물을 내뿜어 미세먼지를 촉발하는 대기오염물질로써 친환경 연료원으로 바꾸는 것이 시대적 흐름이다. 

 PB업계에 따르면 작년 9월부터 벙커C유와 목분을 혼소하는 방식에서 LNG(액화천연가스)를 사용하면서 일년치 연료비로 적게는 100억에서 많게는 200억 이상 추가로 투입된다고 분석하고 있다.

건설경기 침체와 목재가격 상승 등으로 가뜩이나 시장이 위축돼 있는 PB업계가 연료비 가중까지 겹쳐 이례적인 3중고를 겪는 상황이다.  이 추세라면 결국 몇 년안에 PB산업은 고사위기에 직면할 것은 뻔한 일이다.

국내 업체들이 무너져 사업을 접으면 해외업체들이 국내시장을 잠식할테고, 제품가격 올리기 행진에 나설 경우 최종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 

이미 수익성 악화 국면에 들어선 국내 PB 3개사 모두 적자로 전환됐고, 수백억의 추가연료비 부담이 현실화되면서 위험수위를 넘어선 형편이다. 

이들은 환경부에 목분연료 사용 허가 요청 건의를 준비중이다.

PB업계가 요구하는 것은 단순하다.

순수목재로 가공하는 PB 최종 공정 부산물인 목분을 LNG와 함께 연료원으로 사용하게 해달라는 것이다.

환경법에서는 폐목재를 사업장폐기물로 분류하지만, 목분의 경우 순수한 공정 물질로 오염확산 우려가 적기 때문에 배출자가 바로 순환자원(연료)으로 활용한다면 탄소중립과 순환경제 실현에 오히려 더 합리적이라는 업계의 논리는 설득력이 크다.  

윤석열 정부 출범후 현 한화진 환경부 장관이 산업계와 여러 차례 회동을 갖으며 ‘불합리한 환경규제 완화’를 약속한 바 있다.

환경부 수장의 공언이 과연 공염불인지, 실천 의지가 있는 신뢰성 발언인지 확인할 수 있는 좋은 사례가 지금 PB업계가 겪고 있는 고초이다.

그래서 환경부는 지체없이 PB업계와 진중히 머리를 맞대고 ‘환경과 경제가 상생’하는 롤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100년 넘게 대한민국 산업 한축을 담당한 목재 가공업계의 ‘죽느냐, 사느냐’ 생사 여부가 환경부 의지에 달려 있는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