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리뷰] 박지성의 패스길
[기자리뷰] 박지성의 패스길
  • 조성구 기자
  • 승인 2023.04.13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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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일보 조성구 기자] '클래스는 영원하다.' 2000년대 중반 英 프리미어리그에서 박지성 선수가 맨유에서 필드를 누비던 시절, 축구계에서 많이 쓰이던 말이다. 세계적인 기량을 가진 선수가 일시적으로 '기술'이나 '컨디션'은 저하될 수는 있지만, 번뜩이는 재치나 센스로 경기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설명하는 표현이다.

대구 엑스코에서 국제 그린에너지엑스포가 20회차를 맞아 열렸다. 대구광역시와 경상북도가 주최하고 신재생에너지협회, 태양광산업협회 등이 주관한 행사는 25개 국 300개 사가 참석한 가운데 개최됐다.

태양양 모듈, 인버터, 구조물, 솔라루프, 에너지저장시스템(ESS) 등 최신기술과 제품들이 한자리에 전시돼 관람객의 시선을 잡았다. 코로나로 인해 제한됐던 수출상담회도 오프라인(현장)에서 병행, 각 국의 바이어들은 현장을 찾아 상담을 진행했다.

그린에너지엑스포는 신재생에너지 전시회 분야에서 전통있는(클래스 있는) 전시회로 손꼽힌다. 2004년 '제1회 세계 솔라시티 총회' 개최를 계기로 시작된 엑스포는 세계 10대 신재생에너지 전문전시회를 성장했다.

하지만 올해 전시회를 취재하고 느낀 것은 산업계, 학계, 협·단체 등 민간의 다방면의 노력과는 달리 정부(산업부)의 역할과 지원이 미진한 것 같아 우려된다는 점이다.

에너지공단이 신재생에너지 보급사업 직무교육 세미나를 한 차례 진행했을 뿐, 부대행사에서 산업부가 직접 참가하거나 후원하는 이벤트는 전무했다.

태양광 세미나에 참가한 한 관람객도 "대구, 경상북도 등 지자체와는 달리 중앙정부의 관심은 그다지 크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는 언젠간 가야 할 길이란 평가가 많다. 한덕수 국무총리도 최근 국회 대정부질문장에서 '원전과 신재생에너지는 미래 국가 에너지의 두 축'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방향성과는 달리 산업부는 이 달부터 호남지역에서 태양광발전 전력 생산을 중단 또는 제한하는 '출력 제어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이미 제주도 등에서는 시행되고 있는 제도는 전력을 생산해도 실어 나르고 저장할 인프라가 없어 발전을 강제로 중단하는 방안이다. 송·배전에 문제가 생겨 블랙아웃(대규모 정전)이 발생할 수 있으니 발전소를 미리 멈추자는 것이다. 

박지성은 유럽 진출 초기 적응에 부침을 겪었다. 홈 팬들마저 그라운드에 등장하면 응원가에 야유를 담아 비난했다. 히딩크 감독은 그가 컨디션과 기량을 회복할 수 있도록 홈 경기 출전을 배제시키는 등, 일종의 지원책을 폈다. 그는 이후 톱 클래스 선수로 성장했다. 

태양광 출력 제어 조치는 박지성이 잘 뛰고는 있으나(혹은 볼 배급은 잘하고 있지만) 루니나 호날두에겐 패스를 하지 말라는 것과 같다.

시장이 성장하고 있으면, 정부는 산업이 발전, 확대되는 방향으로 정책을 펼쳐야 한다. 아니면 다른 발전원에도 같은 규정을 적용해야 이치에 맞다.

늦게 시작한 만큼, 지원과 배려는 신재생에너지 업계에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어렵다면 공정 경쟁이 가능하도록 산업부는 운동장을 다져주는 일이라도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