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동 SH공사 사장 “공기업 간 정책·가격·품질경쟁하자”
김헌동 SH공사 사장 “공기업 간 정책·가격·품질경쟁하자”
  • 이경옥 기자
  • 승인 2023.03.30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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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공사 등에 공개 도전장

서울집값 안정화 위한 SH 사업물량 확보해야
반값아파트 개발 위한 정책 뒷받침 강력 호소
김헌동 SH공사 사장이 오늘(30일) 세곡지구 인근 해찬솔공원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세곡2지구 사업 결과를 공개했다.
김헌동 SH공사 사장이 오늘(30일) 세곡지구 인근 해찬솔공원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세곡2지구 사업 결과를 공개했다. 사진= 이경옥 기자 kolee@ikld.kr 

[국토일보 이경옥 기자] 김헌동 SH공사 사장이 공기업 간 정책·가격·품질경쟁을 제안하고 나섰다. 서울 집값 안정화를 위한 반값아파트 공급 확대를 위해서다. 이를 위해 사업물량 확보, 정책적 뒷받침을 강력 호소했다.

김헌동 사장은 오늘(30일) 세곡2지구 사업결과 평가 기자간담회 장소를 세곡지구 인근 해찬솔 근린공원으로 선택했다. SH공사가 지은 단지가 아닌 LH공사 시공 단지 앞이다.

“LH공사가 2010년 지은 건물분양아파트 강남브리즈힐은 34평 2억2,000만원, 28평 1억8,000만원에 분양했다. 이 아파트는 처음에 2억원에 분양했지만 지금은 12억원이 돼 로또아파트라고 한다. 저도 여기 50번은 와 봤다.”

그는 “LH공사가 서울 사업은 SH공사로 넘겼으면 좋겠다. 자곡동 보금자리주택처럼 짓는다면 저도 찬성이지만 현재는 주로 택지개발 및 민간 분양을 하고 있어 그야말로 땅 장사 위주”라며 공개 비판했다.

분양원가 공개도 촉구했다.

김 사장은 “성남시는 평당 150만원에 산 대장동을 개발해 아파트 한 채 당 8억원에 분양했다. 경기도에는 성남도시공사 같은 개발공사가 17개가 있지만, 분양원가를 공개하는 곳이 없다. 집값을 안정시키려고 존재하는 공기업들이 제 역할을 하고 있나”라고 강조했다.

그는 “SH공사는 분양원가 공개는 물론, 지난 10년 동안 해왔던 사업들이 최초 계획했던 것과 최종 결과가 어떤 차이가 있는지, 어떤 방식을 적용해 개발하는 것이 시민에게 더 이익인지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곡2지구 사업결과도 공개했다. 세곡2지구는 약 23만평 규모로 12만평은 공원 등으로 조성해 공공에 제공했다. 나머지 절반은 아파트와 단독주택, 공공청사, 종교시설, 도서관 등을 지었다.

세곡2지구는 평당 278만원에 23만평을 사서 택지조성공사, 도로·통신·상하수도 공사 등을 했다. 평당 조성원가는 780만원이 투입됐다. 아파트 용적률 150%로 택지원가 550~600만원선이다. 아파트 용지 절반은 공공주택으로 건설해 보유하고 있다.

그는 “세곡지구 평균 건축비는 평당 1,280만원이다. 25평 아파트 한 채 짓는데 3억2,000만원이 들었다. SH공사는 1,800세대를 분양해 분양수익 25%를 남겼다. 앞으로도 시민들에게 모든 정보를 공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SH공사는 택지개발 시 50% 이상 매각하지 않고 시민을 위한 공공임대주택으로 건설하고 있다. 이는 곧 SH공사의 자산이기도 하고, 시민들에게는 내집마련의 기회를 확대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반면 LH는 20%는 임대, 80%는 민간에 팔고 있다.

김헌동 사장은 “SH공사는 후분양제, 분양원가공개, 장기전세주택 등으로 차별화된 정책을 선보이고 있다. 국토부 등에서 왜 우리에게 일감을 안주는지 모르겠다. 보다 좋은 공공주택을 공급하는데 불편함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집값을 잡겠다고 경기도에 신도시를 만들었지만, 그렇게 해서 집값이 안정됐나. 전혀 안됐다. 지난 정부에서도 공급이 부족하다며 3기 신도시 개발 등을 발표했지만 아직 공급도 안 된 지금 왜 집값이 떨어지나”라며 반문했다.

김 사장은 “SH공사는 지난 1년 동안 분양원가를 공개해왔다. 강남에 25평 아파트 한 채 짓는데 2억원이 채 안 든다. 서울도 25평 아파트 분양원가가 2억원이 안되는데 경기도에 가서 25평을 8억원, 9억원에 사는 것이 정상인가”라며 “경기도 아파트만 봐도, 왜 지난 5년 동안 평당 100만원대에 산 토지 위에 지은 아파트들이 의왕 9억원, 동탄 8억원, 송도 10억원 등 높은 가격에 분양됐을까. 분양원가 구성이 어떻게 되는지 정말 궁금하다”고 말했다.

제도 개선도 추진한다. 현행 사업타당성 분석 시 자산가치는 최초 취득 시 용도의 토지가격에 지가상승율을 곱하는데 변경되는 용도의 토지가격과 공동주택공시가격을 적용해 공정가치를 인정받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회계기준 역시 일반기업의 회계기준에서 한국 채택국제회계기준으로 적용받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김헌동 사장은 “서울에는 아직도 꽤 많은 개발 가능지가 있다. 그런 개발 가능지를 LH한테 주면 안된다. LH가 서울집값을 안정화시키는데 큰 역할을 했다면 반대하지 않겠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도 경기도로 가서 3기 신도시 개발에 참여하겠다. 정책경쟁, 가격경쟁, 품질경쟁을 공기업들 간에 해보자”고 말했다.

이경옥 기자 kolee@ikl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