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해외자원개발협회 박순기 상근부회장
[인터뷰] 해외자원개발협회 박순기 상근부회장
  • 조성구 기자
  • 승인 2023.03.30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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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원자재 공급선 다변화 시급하다"

자원안보 특별법 제정 필요성 제기
희소 광물 확보···첨단산업 생태계 출발점
"해외자원개발기업 이익 대변 위한 역할 최선"

정순기 해외자원개발협회 상근부회장이 해외자원개발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박순기 해외자원개발협회 상근부회장이 해외자원개발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있다.(사진-김현재 기자 khj@)

[국토일보 조성구 기자] 

-러·우 전쟁 등 에너지 자원 패권 상황이 심상치 않다.

▲전 세계 원유 11%, 천연가스 17%를 생산하는 러시아의 핵심 무기는 전술핵이 아닌 자원이다. 러시아가 사상 최대 무역 흑자를 달성할 때 미국은 폭등한 유가를 잡기 위해 자존심을 접고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했다. 유럽도 노르트스트림이 잠길까 전전긍긍하며 천연가스 구매 경쟁을 벌였다. 급등한 자원가격으로 고물가 압력을 받게 되고 자원공급망이 차단될 수 있음을 깨달은 각 국은 세계화 시대의 질서에서 벗어나 지역 또는 자국 중심으로 자원 공급망을 선회하고 있다.

특히 미국 등 서방이 흔들리는 사이 중국이 세력 확장을 하고 있다. 유리한 자원 공급망 구축이다.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한 전기차, 친환경 설비의 원료는 광물이다. 광물 확보는 첨단산업 생태계 형성의 출발이다. 중국은 배터리에 필요한 리튬, 니켈, 코발트 선점에 사활을 걸고 있다. 

-자원 대국의 희소자원 무기화로 보인다.

▲미국, EU, 중국은 전략광물, 희소자원의 안정적 확보를 위해 법과 제도를 마련하고 있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은 FTA를 맺은 국가에서 생산한 배터리 광물의 비중을 정하고 이에 부합해야 세액공제를 준다. 유럽도 배터리연합(EBA)과 원자재연합(ERMA)을 조직해 EU 내 광물생산을 확대하고 있다. 최근 유럽판 IRA로 불리는 핵심원자재법(CRMA) 초안도 공개됐는데 역내 대기업에 대해 주기적으로 공급망 이력을 관리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2030년까지 리튬, 니켈, 흑연 등 전략적 원자재 소비량의 65% 이상을 특정 국가에서 수입하지 못하도록 제한하겠다는 것인데 결국 중국 의존도를 낮추려는 의도다.

인니, 남미, 아프리카 등 자원부국도 원광석 수출 금지 등 자원무기화에 나서고 있다. 인니는 니켈 수출을 제한했고 리튬 트라이앵글로 불리는 칠레, 아르헨티나, 볼리비아도 리튬 국유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짐바브웨도 작년 말 리튬 수출 금지를 결정했다.

-국내 대응 방안은 무엇인가.

▲자원 수입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글로벌 에너지 시장 변화에 취약하다. 김대중 정부가 해외자원개발 기본계획을 수립했고, 노무현 정부는 본격적인 해외 광구 개발에 나섰다. 이명박 정부는 자주개발률(現 자원개발률) 목표를 정하고 자원외교에 총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와 문재인 정부를 거치며 자원개발 생태계는 사실상 붕괴됐다. 석유가스 자원개발률은 2015년 15.5%로 정점을 찍은 후 2021년 10.73%로 하락했다. 핵심광물인 니켈도 같은 시기 68.9%에서 44.8%로 하락했다. 현 상황은 희토류와 리튬 등의 중국 의존도가 높은 국내 기업에 불리하다. 미국과 유럽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의 원자재 공급선 다변화가 시급하다.

-자원안보 특별법 제정은 어떤가.

▲에너지 시장의 불확실성을 회피하기 위한 첫걸음이 자원안보 특별법의 제정이다. 특별법은 현행 에너지원별 대응체계가 갖는 한계를 개선하고 핵심 자원인 석유, 가스에 원료광물과 수소를 더해 자원안보의 개념과 범위를 확대했다.
무엇보다도 선제적인 에너지 위기 조기경보 시스템을 구축하고 다양한 에너지·자원을 연계, 공급망 전반을 아우르는 대응체계를 구축한다. 배터리, 반도체, 인공지능 등 차세대 전략산업에서 국내 기업의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정부가 안정적인 자원 공급망을 유지·관리할 수 있는 특별법부터 제정하는 것이 대한민국 자원, 경제 안보의 출발점이다. 

-해외자원개발 세제 지원제도, 지원예산 확보가 논의된다.

▲해외자원개발 기업의 이해를 대변하고 정책을 건의해 온 해외자원개발협회는 자원개발이 국가 경제발전의 버팀목이 될 수 있도록 다양한 사업과 홍보활동을 해왔다. 대표적인 것이 특별융자를 통해 해외 유전 및 가스전, 광물탐사 사업에 투자하는 기업을 지원하는 일이다. 하지만 특별융자는 과거 사업비의 80%까지 지원하던 것이 현재 30%, 감면도 최대 100%에서 70%로 축소됐다. 자원확보에 나선 기업의 투자 리스크를 완화하기 위해 실정에 맞는 지원비율로 상향할 것을 정부에 꾸준히 건의하고 있다.

-자세하게 설명하자면.

▲작년 12월 정부는 자원확보를 위한 세제, 재정지원 확대를 제시했는데 과거 일몰 만료된 세제지원 제도를 상당 부문 복원하기로 했다. 협회도 해외자원개발사업 관련 자산투자의 세제지원이 확대되고, 해외자원개발 투자 배당소득에 대한 이중과세를 방지하며 해외자원개발 실패 시 적용되는 조세제도가 합리적으로 개선될 수 있도록 정부에 지속 건의해 자원개발 기업이 사업하기 좋은 제도적 환경을 조성할 것이다. 인력양성 사업도 진행 중이다. 디지털 오일필드, 스마트 마이닝 등 연구과제를 선정하고 산학 협력 연구 및 교육을 통해 급변하는 업계 수요에 맞춘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있다.

-올해 중점 추진사항은. 

▲국가 자원안보 특별법안이 올해 국회를 통과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방침이다. 자원을 둘러싼 각국의 이해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자국에게 유리한 법안과 다자간 협의체가 등장하는 상황에서 우리도 적극 대응할 수 있는 법적 체계와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법안이 통과하면 시행령 등 하위규정도 적기에 제정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해외자원개발협회 박순기 상근부회장(왼쪽)이 본보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해외자원개발협회 박순기 상근부회장(왼쪽)이 본보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김현재 기자 kh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