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한국수력산업협회 김은수 상근부회장
[인터뷰] 한국수력산업협회 김은수 상근부회장
  • 조성구 기자
  • 승인 2023.03.29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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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수력발전, 시장 잠재력 충분하다”

수력·양수발전 핵심설비 국산화 필요
생태계 조성···산업 활성화 위한 핵심 요건
설비 국산화 등 “수력산업협회 역할 다할 것”

김은수 한국수력산업협회 상근 부회장이 국내 수력발전 현황을 설명하고 있다.
김은수 한국수력산업협회 상근 부회장이 국내 수력발전 현황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김현재 기자 khj@)

[국토일보 조성구 기자] 

-국내에서 수력(양수) 산업에 대한 관심이 크지 않았다. 이유는.

▲경제성이 있는 국내 수력 자원은 일제 강점기에 개발되기 시작해서 건국 후 경제개발과 함께 1980년대까지 대부분의 개발이 완료됐다. 경제 규모가 커지면서 막대한 규모의 전력이 필요해 짐에 따라 원전, 석탄발전 등 규모와 경제성이 큰 전원 위주로 개발이 이뤄지면서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수력의 입지가 크게 줄었다.

양수발전의 경우도 2011년 예천 양수발전소가 준공된 이후 거의 10년간 새로운 양수발전에 대한 논의가 없었다. 프로젝트가 없다 보니 우리나라에는 더 이상 수력이나 양수발전소를 건설하기 어려운 것 아닌가. 더 이상 적합한 입지가 없는 것 아닌가 하는 인식이 형성된 것이 사실이다. 적지 않은 에너지 전문가 사이에 이런 인식이 팽배해 점차 수력산업에 대한 관심이 적어진 것 같다.

-국내 수력산업 활성화 방안은.

▲수력산업이 짧지 않은 침체기를 겪어 왔지만 국내 수력업계가 마냥 정체된 채로 머물러 있지만은 않았다. 비록 규모는 작지만 2010년 이후 최근까지 120여 개의 소수력발전소를 건설하는 등 도약의 기틀을 다지고 있다. 한수원, 한국수자원공사(K-water)와 같은 수력발전사업자들이 30~50MW 급 중대형 수차발전기의 국산화를 추진해 왔고, 설계수명이 도래한 노후 수력의 현대화 사업도 꾸준히 진행이 됐다.

2010년대 말에는 기존 삼랑진 양수의 현대화 사업이 시작된데 이어 8차 전기본에 2GW의 신규 양수가 반영됨으로써 수력산업 활성화의 전기를 맞게 됐다. 국내 수력발전의 시장잠재량은 약 2.5GW로 평가되는데, 아직 개발 여지가 있다.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수력발전은 규모의 경제가 매우 크게 작용하는 분야라 규모가 작은 수력이 경제성을 확보하는 것이 쉽지 않다. 정부에서 2021년 RPS 가중치를 종전의 1.0에서 1.5로 조정함으로써 수력발전의 경제성 확보 여건이 크게 개선됐다. 수력산업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먼저, 국내외에 접근 가능한 수요가 있고 국내에 경쟁력 있는 산업 생태계가 존재해야 한다. 수력산업 생태계는 중대형 수차발전기와 양수발전기의 핵심기술을 국산화함으로서 발전 가능하다. 요약하자면 수력양수 핵심설비의 국산화를 통한 생태계 조성이 수력산업 활성화를 위한 핵심이다.

이를 위해 2020년 한국수력산업협회가 설립됐지만 정부 등 전력당국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이 매우 중요하고 필요한 상황이다. 국내 수력산업 생태계는 경제성과 환경성, 주민 수용성 등 지속가능성을 고르게 만족하는 수력설비를 구축, 운영할 수 있는 역량을 확보해야 한다. 생태계가 성공적으로 조성된다면 국내시장에는 경쟁력 있는 수력설비의 설계, 건설, 제조, 운영 및 정비 서비스가 제공되고 점차 해외시장에서도 사업기회를 확대할 수 있다.

-설비의 국산화도 시급하다. 

▲수력발전 핵심설비의 국산화는 매우 중요한 과제다. 일반수력의 경우 중·대규모 수차발전기 국산화를 위한 노력이 정상궤도에 들어섰다. 수자원공사에서 2018년에 50MW급 수차를 국산화했고, 지난 연말에는 45MW급 수차발전기를 국내 기술로 제작해 대청댐에 설치했다.
한수원에서도 2021년부터 30MW급 수차발전기 국산화를 위한 연구과제를 추진하고 있어 일반수력 핵심기기 제작은 머지않아 국제 수준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양수발전의 경우 아직 국산화를 위한 첫 단추를 끼우지 못한 상태다. 2021년 말에 한수원에서 양수발전 국산화를 위한 R&D 로드맵을 발표했고, 협회를 포함해 많은 기관, 기업들이 국책기관에 연구과제 기획 등을 통해 지난 몇 년간 노력해 왔지만 본격적인 연구개발을 시작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지 않았다. 다행이 양수발전이 국산화돼야 한다는 인식이 넓게 형성되고 있다. 정부와 국책기관 등에 국산화 연구과제에 관한 긍정적 신호가 제기되고 있다. 에너지 저장장치 기술 확보를 위한 국가 연구개발 로드맵에 양수발전이 반영된다면 양수발전 핵심설비의 국산화도 정상궤도에 올라설 수 있다.
 
-국내 기업과 협업을 위해 협회의 역할은.

▲국내 수력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는 신규 양수 프로젝트는 물론 기존 수력 및 양수 설비의 현대화사업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두 부문은 협회 회원사들의 주된 비즈니스 영역일 뿐만 아니라 그 시장의 성장 없이는 기업의 성장도 이뤄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협회는 신규 수력, 특히 양수발전 프로젝트가 더 조기에 더 확대될 수 있도록 다양한 노력을 전개하고 있다. 해외사례 조사를 통한 정책 아이디어를 지속 개발해, 전력 당국에 공유하는 등 양수발전 확대를 위한 여건 조성에 역량을 집중한다. 또 대기업과 중장기 수력사업 정보를 수집해 회원사와 공유함으로써 업계가 대응해 나갈 수 있도록 하는 가교역할에도 적극 나설 계획이다.

-올해 협회가 중점 추진하는 사업 및 계획은.

▲한국수력산업협회는 올해부터 5년간을 수력산업 본격 성장기로 정했다. 국내 수력 생태계가 제대로 육성되고, 세계 수준으로 발전하기 위한 내실을 닦는 기간인데, 올해가 그 첫해다. 협회는 그동안 준비해온 수력과 양수발전 핵심설비의 국산화 사업들이 원만하게 궤도에 오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진행 중인 30MW 수차발전기의 국산화 사업과 수력양수 기술표준 개발 등의 연구사업을 차질 없이 추진함과 동시에 양수설비 국산화를 위한 연구과제가 출범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한다.

또한 수력업계가 지속적인 활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차기 전기본에 양수발전 후속 사업 반영을 위한 토대를 만들겠다. 이를 위해 각종 세미나 및 컨퍼런스의 참여 및 주최를 통해 업계와 전문가는 물론 전력 당국과도 이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해 나갈 예정이다. 이 외에도 3회째를 맞은 수력발전 우수논문 공모전을 발전적으로 개최하고, 수력산업 중견간부 전략리더십 교육 등, 새로운 교육사업을 적극 추진함으로써 현재와 미래의 수력 리더들에게 희망과 활력을 불어넣는 일에도 만전을 기할 방침이다.

김은수 한국수력산업협회 상근부회장(우측)이 본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은수 한국수력산업협회 상근부회장(우측)이 본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김현재 기자 kh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