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물의날 특별기고] 김동우 부강테크(BKT/Tomorrow Water) 대표이사
[세계 물의날 특별기고] 김동우 부강테크(BKT/Tomorrow Water) 대표이사
  • 선병규 기자
  • 승인 2023.03.27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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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물 산업 시장 열리는 중, 글로벌 환경시장 선도해야

세계 최대 물 산업 시장이 열리고 있다. 

2020년 기준 전 세계 물 시장 규모는 약 1,000조 원으로 전 세계 반도체 매출액의 두 배에 달한다. 이 중 미국은 250조 원 규모로, 수처리 시장 규모가 세계에서 가장 큰 나라다.

부강테크 김동우 대표
부강테크 김동우 대표

한국이 일제 강점기에 놓여 있던 100년 전부터 이미 하수처리장을 건설하고 기술 혁신을 주도해 왔다.

그러나 아직도 이때 지은 시설들이 가동 중일 정도로 노후화가 심해 바이든 대통령이 조성한 1,200조 원이 넘는 인프라 펀드의 주요 사용처 중 하나가 하수처리장 현대화다.

우리나라는 일천한 하수처리 역사를 갖지만 역설적으로 최신 기술로 무장한 수처리 시설과 경험이 풍부하다.

그런 점에서 국내에선 하수처리장 건설과 운영으로 막대한 이익을 챙기면서도 선진국 시장 진출에 대해선 지레 겁을 먹고 도전조차 하지 않는 대기업들에게 아쉬움이 많다.

25년 전 수처리 전문기업 부강테크를 창업하고 겁도 없이 미국시장에 도전을 시작한 지 15년, 그간의 사업 경험을 토대로 국내 물 산업 수출경쟁력 제고 방안을 제언하고자 한다.

먼저,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선도하는 선진국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혁신기술 외에 미래 비전과 글로벌 리더십까지, 삼박자를 갖춰야 한다.

부강테크는 'Co-Flow Campus'라는 미래 하수처리장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하수처리장은 단순히 더러운 물을 정화하는 곳이 아니라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는 복합공간으로, 도시의 가치를 높이는 곳이다.

하수에 포함된 유기물로 바이오가스 등 신재생에너지를 만들고 질소, 인을 이용해 스마트 팜을 조성한다.

이때 오염물이 제거된 맑은 물은 데이터센터 냉각수로 이용한 후 인공하천이나 호수를 조성해 하수처리와 기후변화 대응, 경제성 확보를 동시에 추구한다.

이러한 비전을 2016년 UN 지속가능개발목표가 시작되었을 때 UN 플랫폼에 공식 등록하고 관리하는 동시에 기술개발에 매진해 왔다.

"돈을 쓰던 하수처리장을 돈을 버는 곳"으로 바꾸어 개도국을 돕기 위해 제안한 Tomorrow Water Project와 그 구체적 모델인 Co-Flow Campus는 현재 선진국의 하수처리장 시설개선 대안으로도 호응을 얻고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수출 측면에서도 복합시설로 대규모 수주 및 매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혁신 아이디어다.

둘째, 수처리 시설 보급률이 정점에 달한 국내 사업은 우리 혁신기술을 보여 줄 제한된 자원이므로 전략적으로 잘 써야 한다.

그저 사업 하나를 수행하는 게 아니라 세계시장에 성공사례를 보여 주는 기회로 써야 한다.

국내에 Co-Flow Campus를 소개할 때 부강테크만 소유한 기술이라 경쟁입찰이 불가능해 사업화가 쉽지 않다는 말을 정말 많이 들었다.

오래된 국가 계약법의 족쇄 때문에 애써 개발한 혁신기술이 사장된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다.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생기면 경쟁자들을 불러 모아 당신들도 이런 기술개발을 해야 한다고 부탁이라도 해야 할 판이다.

수의계약으로 사업이 진행되는 경우가 유독 많은 턴키의 경우 국민과 발주처보다는 대기업의 이익을 채워 주는 기술이 승자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여건에선 세계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자생력을 갖는 것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혁신기술의 국내 성공사례는 세계시장 진출의 초석이다. 부강테크는 초기우수와 1차 처리에 특화된 부지집약기술인 Proteus로 미국 위스콘신주 밀워키시 하수처리장 1차 침전지 개선사업 수주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Proteus가 서울 중랑물재생센터와 서남물재생센터에서 초기우수 처리를 성공적으로 수행한 실적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미국 최초로 생물학적 처리공정을 도입한 상징적인 밀워키시 당국은 환경기술 변방으로 취급받는 한국이 이미 이런 대규모 시설을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워했다.

셋째, 적극적이고 선제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투명하지만 보수적인 미국시장은 기술 검증을 중요시하고 사업자 선정과정에서 기술보증서 제출을 요구하는데 중소기업 입장에선 현지에서 보증기관 자체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

국내에서 이미 검증된 기술에 대해 정부가 적극 보증해 주고 보증서까지 발급해 준다면 큰 힘이 될 것이다.

넷째, 자국의 경제적 이익을 도모하는 반세계화, 블록화에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공공분야 수처리 시설도 바이든 행정부의 'Buy America' 정책과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적용 대상이다.

이미 선진기술로 무장하고 수처리 시설 경험이 풍부한 대한민국에 미국은 황금어장이다.

스스로 자신감을 잃고 부가가치가 낮은 동남아시아 시장에 올인할 때가 아니다.

장벽이 높은 미국시장에 이미 진출한 기업의 네트워크와 신인도를 적극 활용해 기술공급의 전초기지로 삼는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

지금 세계 최대 물 산업 시장이 열리고 있다.

지속가능성을 위한 미래 비전을 제시하고 이를 실행할 혁신기술과 리더십으로 세계 환경시장을 선도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