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공사금액 등 규모별 ‘위험성 평가방식’ 적용 보편화 시급
[기고] 공사금액 등 규모별 ‘위험성 평가방식’ 적용 보편화 시급
  • 국토일보
  • 승인 2023.03.27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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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건설안전기술사회교육원 김만장 원장

최근 350명을 싣고 그리스 아테네에서 테살로니키로 향하던 여객열차가 반대편에서도 오던 화물열차와 정면으로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최소 57명이 사망했고 14명이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그리스 사법 당국은 여객 열차를 잘못된 선로로 보낸 라리사역의 역장을 과실치사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

사고가 발생하기 3주 전에 철도노조는 철도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며 안전시스템을 긴급히 개선하지 않으면 중대한 사고가 발생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내 사례를 보면 지난해 1월 11일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동에서 신축공사 중이던 아파트 1개동의 16개층이 붕괴돼 6명이 사망한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 역시 하부층에 타설된 콘크리트가 아직 굳지 않은 상태에서 상부 하중을 지탱하기 위해서는 그 하부층에 잭서포트 등의 동바리가 보완 설치돼야 함이 당연하다.

건설기술자이면 자격을 갖춘 자이고 자격을 갖춘자라면 당연히 해야 할 사항인데 누구도 그것을 하지 않았고 비록 누가 애기를 했을지는 모르나 결국은 아무도 실행에 옮기지 않았고 무시했던 사항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러한 사고들에 대한 내용을 살펴보면 이러한 사고들의 원인이 단순히 개인의 실수나 착오 등의 불안전한 행동 보다는 좀더 근본적인 문제에서부터 그 원인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공사를 담당하는 구성원들이 안전하게 공사를 해야 한다는 인식이 결여된 조직 내부의 어떤 분위기 즉, 안전을 중요시 하지않은 조직 문화의 문제 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과거 건설현장에서 안전관리 방식은 개별적, 기술적 안전관리 방식이라고 말할 수 있다. 지정 선임된 안전관리자가 건설현장을 순회하면서 그때 그때 발견된 기술적인 위험요인에 대해서 개선을 하는 방식이다보니 개인의 역량에 따라서 건설사업장의 안전관리 수준이 결정되는 정도이다. 물론 지금도 많은 중소규모 건설 현장은 변함없이 그렇게 진행되고 있지만, 규모가 큰 많은 현장에서는 그런 방식의 한계를 이해하고 시스템적으로 향상된 안전관리 엄무를 수행하고 있다.

국제적으로 일부 국가에서 인정한 OHSAS 18001 System 에서부터 우리나라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에서 개발한 KOSHA MS System 그리고 ISO 45001 등을 적용하고 있지만 이행에 여러 가지 인지적, 환경적 요인에 의해서 어려움을 느끼고 형식적인 경우가 많고 특히, 협력업체 참여로 이뤄지는 건설공사에서는 그러한 시스템이 협력업체에 까지 깊숙이 스며들기가 어렵다. 따라서 이 시스템으로도 건설안전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

울리히 백(Ulrich Beck)의 ‘현대사회는 위험 사회’라고 굳이 인용하지 않더라도 사회 뿐 만아니라 사회 발전에 따른 건설현장의 다양한 형태의 구조물과 공사방식에 따른 위험요인 또한 다양하다. 우리나라 산업안전보건법에서는 이런 다양한 위험요인에 대해서 1,000 조항이 넘는 안전기준을 제시하고 있으나 생산활동이 루틴(Routine)하게 이뤄지는 제조업과는 달리 건설업 특성상 상황에 따라서 매 순간 다양하게 발생되는 수 많은 건설공사 위험요인을 이 기준만으로 예방 할 수는 없다. 매 년 우리나라 산업현장에서 발생되고 있는 안전사고 사망자의 50% 이상이 건설업에서 발생되고 있는 원인이기도 하다.

최근 사업장에서 안전문화라는 용어를 들어보지 않는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로 이제 안전분야에서는 친숙한 용어로 사용되고 있다. 과거 기술적 안전관리에서 시스템안전관리로 이제는 안전문화로 산업재해를 줄여야 한다는 분위기가 높다. 하지만 안전문화라는 것이 추상적인 개념이기 때문에 잘 못 이해하는 경우가 많고 ‘빨리 빨리’라는 문화가 아직까지 남아있는 우리나라 환경에서 당장 효과가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받아들이기가 쉽지는 않지만 재해율이 낮은 선진국에서는 많은 기업들이 시행 하고 있다.

안전문화의 정의는 관련자료마다 그 의미가 조금씩 다르게 표현되고 있으나 우리나라 산업안전보건공단에서 제공된 연구자료를 보면, 안전문화란 ‘안전과 관련된 조직문화’로 정의 하고 있다.

건설현장을 예를 들면, 어느 현장에서 콘크리드 타설 중 거푸집 일부가 파손됐을 때 이를 현장소장에게 보고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회의 때 이런 문제에 대해서 근복적인 원인을 확인하고자 동바리 설치 간격, 결속 방법, 폼타이 설치 여부, 거푸집 해체 후 잭 서포트 설치 유무 등을 재검토 또는 확인 점검 방범을 논의 해 향 후 안전한 작업 방법을 제시하는 반면, 후자의 경우 응급조치로 현장에서 임시적 조치로 당사자들이 알아서 대충 마무리를 했다면 그곳의 위험요인들은 향후 계속 상존하게 된다. 이는 기본가정이 서로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안전문화란 안전과 관련된 조직문화라고 했고 안전과 관련됐다는 것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안전시스템, 안전의 가치, 안전한 행동을 생각 할 수 있지만 건설현장의 조직에는 중요하게 여기는 다양한 가치들이 많이 존재하고 있다,

안전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안전 가치 뿐 만아니라 비용의 가치, 품질의 가치, 공정 준수의 가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가치들은 서로 경쟁적인 가치를 갖을 수 있고 그러한 경쟁적인 가치를 동시에 만족시켜야 하는 어려움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면 건설현장에서 공정 준수는 목적물을 고객에게 계약기간내에 완성품을 제공해야하는 것이고 이것이 고객만족의 가치라고 한다면 공사 일정을 지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으로 여긴다. 그렇다면 안전에 조금 문제가 있다고 하더라도 무시 할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진다. 그래서 사고가 발생한다면 이것은 더 이상 고객만족의 가치 때문이 아니라 안전의 가치라고 말 할 수 있다.

따라서 건설현장 조직에서 공사 일정만은 꼭 준수해야 한다는 기본가정이 있다면 그것은 현장 조직 구성원들이 안전을 좀 덜 중요하게 생각 할 수 있다는 것으로 인식 할 수 있고 그것이 근로자들의 행동에 반영될 수 있다. 즉, 안전문화는 꼭 안전이라고 표현 되지 않아도 대부분의 가치들이 안전과 관련성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우리는 흔히 안전을 따로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안전은 늘 함께 있어야 하는 이유인 것이다.

건설사고의 근본적인 예방을 위한 ‘안전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중요한 요소가 있겠지만 그 중에서 가장 중요한 덕목 중 하나가 현장소장 또는 중간 관리자의 리더쉽이라고 할 수 있다. 서로 신뢰하고 존중하는 관계가 유지되면 소통이 잘 되어 현장의 안전문화를 유지 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특히 건설현장은 현장의 업무를 총괄하는 소장의 마인드(Mind)에 따라서 현장의 조직문화는 형성이 된다. 과거 현장의 경험이 현재의 새로운 조직 문화를 형성하는데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과거 바로 직전 사업장에서 안전사고에 의한 힘든 경험을 했다면 새로운 현장사업장의 리더로서는 과거의 경험을 잊을 수는 없을 것이다.

따라서 평소 회의를 주재하거나 현장 점검 뿐만아니라 일상의 업무 중에서 안전의 중요성이나 본인의 사례를 애기 하는 경우가 많다. 리더의 생각과 행동이 안전을 중요시 하고 있다는 의도가 조직내에 전달되고 조직 구성원들에게는 당연히 안전을 중요시 하는 분위기가 형성되며 이것은 당 현장 조직의 기본가정이 되며 조직의 안전문화이다.

반면에 건설업의 중요 가치는 비용과 품질, 공정이 최우선 가치이어야 한다는 과거 덕목들을 우선시 하고 상시 업무증 이러한 요소들만 강조하게 된다면 새로운 조직에서는 품질과 공정의 가치가 기본가정이 된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조직에서의 구성원들은 안전이 무시되는 경향이 생길 수 있으며 그러한 환경에서는 잠재위험 요소들이 많아 질 수도 있고 이는 ‘가치경쟁 이론’과 실제 연구사례에서 볼 수 있다.

이 연구에서는 86개사를 대상으로 성과기반 보상제도를 시행한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을 대상으로 재해에 따른 근로손실일수를 분석결과 성과제 보상을 실시한 기업이 그렇지 않은 기업에 비해 재해근로손실일수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성과제 보상제도는 생산성의 가치가 기본가정이 되며 이는 안전을 덜 중요시 되는 문화가 형성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비록 겉으로는 성과가 있는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실제로는 손실이 발생돼 손실비용을 보상해야 되는 상황이다.

최근 발표한 올해 국내 재해 통계자료를 보면 지난해 산업현장에서 안전사고로 사망한 근로자가 644명이다. 이중 건설업에서 341명이 사망해 전체 사망자의 53%를 차지한다. 사망자가 매년 50% 이상인 건설업은 안전관리에 있어서 변화의 필요성이 요구된다. 올해 정부의 안전정책은 ‘참여와 협력을 통한 안전문화 확산’과 ‘위험성 평가 중심의 자기규율 예방체계 확립’이 4대 전략에 포함돼 있다.

전문가들의 의견을 반영한 정책이라고 판단되는데 정책을 적용함에 있어서는 실효성이 요구 된다. 건설기업의 규모에 따라서 적용이 달라저야 한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메스컴에 홍보가 되고있는 건설회사는 외적으로는 규모와 체계가 갖춰져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내부 조직을 보면 실제로는 몇 명 정도의 소수의 조직 구조를 갖추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조직으로는 체계적인 안전문화 보급 등을 아무리 강조해도 물리적으로 어려울 수가 있다. 따라서 규모나 능력의 차이가 심하기 때문에 똑같은 잣대로 요구해서는 그 효과가 미비 할 것이라고 생각된다. 즉, 공사금액 50억 이상 도급순위 1000위 내의 건설회사에서는 안전문화를 적극 지원 요청이 필요하고 1000위 이상 건설회사와 공사금액 50억 미만의 건설공사는 위험성 평가 위주로 관리를 하고 위험성평가 방식은 적용하기 쉬운 방법으로 보급해 근로자도 참여할 수 있는 구조가 돼야 한다. 지금처럼 절차와 진행방식이 복잡하면 재해 예방을 위한 위험성평가가 아닌 형식적인 서류만을 위한 위험성평가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