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사특집] 청사포 해상풍력, 부산 엑스포 유치 신호탄 될까
[창사특집] 청사포 해상풍력, 부산 엑스포 유치 신호탄 될까
  • 조성구 기자
  • 승인 2023.03.2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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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박람회기구(BIE) 4월 초 부산 현장 실사 진행
부산시 기후위기 대응 방안, 엑스포 유치 핵심조건
해운대구의회 해상풍력반대 ‘시대역행’ 결의안 채택
유치 ‘엇박자’···지자체 적극적 역할 ‘해결열쇠’ 주목

부유식 에너지자립 섬 이미지.
부유식 에너지자립섬 이미지.

[국토일보 조성구 기자] 2030세계박람회(월드엑스포) 유치전이 최근 국제박람회기구(BIE)의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현지 실사 개시를 기점으로 본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부산의 기후위기 대응 방안이 엑스포 유치의 핵심 변수로 떠올라 주목받고 있다.

BIE 실사단은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우크라이나(오데사), 한국(부산), 이탈리아(로마) 등 4개 후보국을 다음달 말까지 차례로 방문할 예정이다. 한국 방문은 다음달 2~7일 이뤄진다.

BIE 실사단은 후보국의 유치 역량 등을 사안별로 집중조사하고 현장의 분위기까지 파악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사단은 이후 보고서를 작성해 6월 BIE 총회에서 171개 회원국에 공개한다. 보고서는 회원국이 투표에 참고하는 핵심 자료로 사용돼 개최지 선정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게 된다.

부산시는 ‘세계의 대전환, 더 나은 미래를 향한 항해’라는 주제로 2030 엑스포 유치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엑스포 개최지가 얻게 되는 위상과 경제적 파급효과를 감안하면 부산시가 국제 도시로서 재도약을 하기 위해서는 엑스포를 반드시 유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우리나라 각계각층의 전폭적인 지원이 이어지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엑스포 유치를 위한 핵심 조건 중 하나로 부산이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선도 도시로 발돋움해야 한다고 진단하고 있다.

■ 부산시, 기후위기에 가장 먼저 영향 받아
   기후 위기 대응, 부산엑스포 유치 핵심조건 부상

부산광역시는 기후위기에 매우 취약한 도시다. 국립해양조사원에 따르면 지난 30년간 부산 앞바다의 해수면 높이는 연평균 2.76mm씩 상승, 총 상승분은 82.8mm에 달하고 있다. 지금과 같은 속도로 기후위기가 계속돼 해수면이 1m 상승할 경우 해운대 해수욕장은 수면 아래 잠기게 된다.

부산시는 이 같은 상황에 대비해 UN과 함께 2030년까지 부산 앞바다에서 부유식 에너지 자립 섬을 시범적으로 조성하기로 하는 등, 기후위기 대응에 적극적인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하지만 부산시의 기후위기대응방안이 엑스포 유치에 긍정적인 점수를 얻을지는 미지수다. 부산시의 탄소중립의 핵심전략인 재생에너지 사업 추진이 더딘 까닭이다. 부산은 가구당 전기사용량이 2022년도만해도 약 2,800kWh로 전국에서 전기 사용이 많은 지역에 해당하지만, 부산의 재생에너지 전력 자립률은 2%로 전국의 절반도 못 미치는 상황이다. 

이와 대비해, 2030 엑스포 유치의 최대 경쟁국인 사우디아라비아는 탄소 중립을 위한 야심찬 계획을 세우고 달려가고 있다.

산유국인 사우디는 2016년부터 ‘사우디 비전 2030’을 선포하고, 화석연료 의존 감소 및 재생에너지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최근 주목을 받고 있는 ‘네옴시티’의 경우 100% 재생에너지로 전기를 조달할 계획을 앞세워 엑스포 유치홍보전에 열을 올리고 있다.

■ 해운대구의회, 해상풍력 반대결의문 채택 ‘시대역행’
    부산 엑스포 유치 ‘엇박자’···부정적 영향 우려 제기

이와 같이 기후 위기 대응 방안이 2030 엑스포 유치의 사활을 결정하는 요소가 되고 있고, 후보국들이 한 표 한 표를 얻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을 펼치고 있는 상황에서, 부산 엑스포 유치의 걸림돌이 되는 기후위기대응 관련 사안들이 시급히 해결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부산시의 탄소중립을 향한 여정의 시작점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청사포 해상풍력사업은 찬반 주민의 갈등으로 수년째 답보 상태에 머물러 있고, 주민 갈등을 조율해야 할 기초지차체 의회의 경우 오히려 주민 갈등을 증폭시키는 역할만 하고 있어 부산 엑스포 유치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청사포 해상풍력의 경우 2022년 8월 해운대구의회가 청사포 해상풍력 반대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하기도 했다.

부산시 한 시민은 “전 세계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탄소중립과 에너지전환에 모든 역량을 쏟아붓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정치권만 시대역행적인 행보를 하고 있다”며 “정치권이 도와주지는 못할 망정, 부산 엑스포 유치를 위한 시민들의 뜨거운 열기에 찬물을 끼얹지는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에너지 전문가들도 해상풍력 발전의 확산을 저지하는 가장 큰 장벽은 기술과 산업이 아니라 규제와 갈등이라며, 입지갈등을 해소하는 데 정부와 지자체, 해당 지역의 정치인들의 적극적인 역할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지역갈등 해소하고 상생·공존 개발 위해
   정치권과 지자체 역할 중요성 강조

해상풍력사업은 인·허가 절차만 25개에 이른다. 부산 청사포 해상풍력 사업의 경우, 본격적인 인허가 절차 전 사전 검토 사항으로 ‘기본설계’를 위한 해양지반조사가 필요한 데, 이마저 관련 지자체가 주민수용성 확보를 조건으로 허가를 내주지 않아 착수도 못한 상태다. 

관련 업계 관계자는 “최근 개정된 공유 수면법에 따르면, 주요 이해관계자인 어촌계의 동의를 얻도록 하고 있고, 특히 해양지반조사를 위한 공유수면점사용허가는 관련 법령상 직간접적인 피해를 입는 어업인들의 동의를 얻으면 진행할 수 있는 것인데, 어업인들의 동의를 얻었음에도 불구하고 주민수용성을 이유로 지반조사 조차 못하게 하는 것은 너무 지나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 “경관 등을 고려한 주민수용성 확보는 이후 기본 설계과정에서 의견 수렴을 통해 확보되는 것으로, 기본설계라는 밑그림을 그리는 데 필요한 기초조사마저 못하게 하는 상황에서 주민수용성 확보를 문제 삼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연구원은 “지역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주민참여와 소통을 위해 자원을 투입하는 일을 선행해야 한다”며 “지자체와 주민들이 신뢰를 바탕으로 대화할 수 있도록 공론의 장을 열고 관리하고, 소통프로세스를 진행하는 컨설턴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제도와 예산을 마련해 실행에 옮기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이 2030부산세계박람회 유치 상황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이 2030부산세계박람회 유치 상황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