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리뷰] 중앙정치 판박이 고양특례시···이러다 ‘공멸특례시’ 될라
[기자리뷰] 중앙정치 판박이 고양특례시···이러다 ‘공멸특례시’ 될라
  • 김경현 기자
  • 승인 2023.02.14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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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현 기자
김경현 기자

[국토일보 김경현 기자] 이재명 대표 수사를 두고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정부를 ‘검찰독재’라 비난하고, 지난 1월 양곡법에 이어 간호사법 등 8개 법안을 법사위 심의 없이 본회의 직회부한 민주당에 대해 국민의힘은 의석수를 앞세운 ‘입법독재’라 비난하고 있다. ‘독재’라는 용어가 너무 흔하게 쓰여 그 의미를 되짚어보게 되는데, 양당의 충돌은 이미 일정부분 예상된 것이다. 그럼에도 경기 침체 속 물가 인상에 난방비 폭탄, 줄줄이 예고된 공공요금 인상 등 국민들 삶이 피폐해지고 있는 상황에서의 극한 대립이라 그저 볼썽사납기만 하다.

이런 가운데 경기 고양특례시 지역 정치도 연일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지난해 11월 경기북부 최초 경제자유구역 경기도 후보지로 선정되면서 온기가 도는 듯했지만, 민주당 소속 시의원들이 예산안 심사를 거부하면서 새해를 준예산 체재로 맞았다. 그리고 2023년을 시작하면서 발표된 주교동 신청사 백지화 및 시청사 백석동 요진 업무빌딩 이전은 불난 집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집행부 대 민주당, 집행부 대 시의회, 국민의힘 대 민주당 대립에 이어 덕양구 대 일산동·서구 지역 민심마저 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급기야 새해 들어 통과된 민주당 주도 본예산 심의에서 이동환 시장의 핵심 사업과 집행부 업무추진비 90%가 삭감됐고, 지난 10일 제271회 고양시의회 임시회에서 또다시 조직개편이 부결되는 참극이 벌어졌다. 이는 이 시장이 아무것도 하지 못하도록 하려는 전형적 발목잡기임을 삼척동자도 안다. 문제는 이러한 참극에 17대17 동수인 국민의힘 시의원이나 의장이 눈에 띄는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그런 탓에 혹자는 국민의힘 시의원들이 민주당에 ‘비협조적 동조’를 하고 있다는 볼멘소리를 할 정도다. 

이처럼 참담한 현실의 시작은 사소한 자존심 싸움이었다. 충분히 정치적으로 해소할 수 있었고, 서로 조금만 마음을 열면 해결될 문제였다. 하지만 자존심 싸움에 각자 정치적 목적과 이해득실을 담으면서 극한 대치로 치달았다. 무엇보다 앞만 보고 달리는 이동환 시장의 질주는 마치 빨간 신호등이 계속되는 도로를 브레이크가 고장 난 자동차로 달리는 형국이다. 가장 빠른 길로 최대한 빨리 가고 싶어도 빨간불에는 멈춰야 하고 때로는 돌아갈 줄도 알아야 하는데, 오로지 직진만 하면서 연신 가속페달을 밝고 있는 꼴이랄까.

거기다 김영식 의장은 늘 상황을 더 꼬이게 만들었다. 중재자를 자처하면서도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켰다. 그 단적인 예가 지난해 민주당 시의원들 등원거부였고, 결국 집행부가 준예산으로 새해를 맞을 수밖에 없게 했다. 더욱이 그는 이동환 시장과 같은 당(국민의힘) 소속이다. 그런데도 결정적 순간에 그가 보인 스탠스는 야당과 비슷한 모양새였다. 그래서일까, 마치 집행부 견제·감시라는 명분 뒤에 숨어 이 시장과 권위 경쟁을 하는 것 같은 느낌마저 든다.  

경기 고양특례시·시의회 청사 전경. (사진=김경현 기자)
경기 고양특례시·시의회 청사 전경. (사진=김경현 기자)

그렇다면 지역 출신 국회의원들은 어떨까? 국회의원은 지역을 기반으로 중앙정치에 진출하는 만큼 지역 정치와 무관할 수 없다. 그럼에도 각자 셈법에 따라 침묵하거나 말을 보태고 있을 뿐 해법을 제시하는 이는 없다. 소속 시의원이 없는 정의당 심상정 의원(갑)은 그간 침묵하다 시청사 이전 건 이후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고, 지역 활동에 대해 크게 알려진 바 없는 민주당 한준호 의원(을)은 여전히 침묵하고 있으며, 같은 당 홍정민 의원(병)은 간간이 소신을 밝히며 지역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끝으로 이용우 의원(정·민주당)은 존재감이 전혀 없고.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시장은 시장대로, 의장은 의장대로, 민주당 시의원들은 반대를 위한 응집력 강화에 나서는 반면 국민의힘은 유·불리에 따라 각자도생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지역 국회의원들도 별반 다르지 않고. 문제는 대립이 장기화되면 결국 그 피해는 시민들 몫이라는데 있다. 더욱이 중앙정치가 희망을 주지 못하는 상황에서 지역 정치마저 대립각의 연속이면 시민들은 의지할 데가 없어진다. 이래서야 ‘정치’가 있고 ‘정치인’이 있다고 할 수 있을까. 이러다 고양시가 ‘공멸특례시’가 될까 우려스럽다.

지난해 7월 1일부터 고양시정 4년은 이동환 시장의 시간임이 분명하다. 때문에 시의회도 지역 출신 정치인들도 이 시장에게 일할 기회를 줘야 한다. 견제와 감시는 일할 수 있는 기회 그다음에 작용하는 것이다. 처음부터 손발을 다 묶어놓는 건 견제도 감시도 아니다. 물론 이 시장도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이 본인만의 것이 아님을 명심해야 한다. 누구보다 고양시민과 함께해야 하고, 지역 정치인들과도 머리를 맞대야 할 시간이다. 그래야 ‘빨리’가 아니라 ‘멀리’, 그리고 ‘제대로’ 갈 수 있다.

정치적 대립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다. 진영 혹은 정치인 개개인 모두 시민을 위해 타당한 주장(정책)을 한다. 그런데 서로의 말을 들어보려 하지 않기 때문에 정치가 ‘투쟁’으로 변질되고, 그 가운데 시민들 희생이 발생하는 것이다. 과연 지금 우리 정치에 대화와 타협이 존재하고, 그로부터 갈등 해소라는 정치 제1원칙이 작동하는가? 그저 편 가르기를 통한 기 싸움과 정치적 이해득실만 있을 뿐이다. 중앙정치가 시민들에게 희망을 주지 못한다면 지방정치라도 달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정치도, 세수를 받는 정치인도 존재할 이유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