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리뷰] BIM 설계 의무화, 대가 현실화부터
[기자 리뷰] BIM 설계 의무화, 대가 현실화부터
  • 하종숙 기자
  • 승인 2023.01.27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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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일보 하종숙 기자] 정부가 스마트건설 활성화 정책 일환으로 추진중인 BIM설계 의무화 도입이 속도를 내고 있으나 건설엔지니어링업계는 대가현실화 없는 BIM 도입 의무화는 실효성이 없을 뿐만아니라 스마트건설과 역주행하는 것이라며 난색을 표하고 있어 향후 추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2022년 7월 ‘스마트 건설 활성화 방안’을 발표, 우선 공공사업을 대상으로 공사비 규모, 분야별로 건설 전 과정에 BIM 도입을 순차적으로 의무화하기로 했다. 지난해 하반기 1,000억원 이상 공공공사(도로공사)에 BIM 설계를 우선 도입하고 철도․건축(2023년), 하천․항만(2024년) 사업에 적용하며 규모별로는 2026년 500억원 이상, 2028년 300억원 이상으로 확대한다는 게 골자다.

스마트 건설 핵심기술인 BIM 전면도입을 놓고 건설엔지니어링업계는 건설선진화를 앞당길 것이란 기대감으로 정책추진은 환영하고 있으나 현실은 준비 부족으로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현재 BIM 설계를 위해선 기존 S/W 및 H/W를 BIM 활용을 위한 S/W 및 고사양 H/W 구매, BIM 전문인력 양성을 위해 수개월간 실제 업무 대신 고가의 비용을 들여 전문교육 등 엄청난 비용이 수반돼야 한다. 특히 외국산 S/W에 의존해야 하는 현실에서 과거와 달리 1개의 S/W 당 1개의 아이디만 부여받는 외국산 S/W를 구독해야 하는 입장에 있어 막대한 초기비용 투자를 감내해야 한다.

여기에 발주처에 BIM 설계 최종 성과품을 2D와 3D, 동시에 제출해야 하는 실정에서 한 가지 업무를 두 번해야 하는 과중업무까지 고스란히 업계 몫이기에 비용과 시간은 배로 늘어난다.

국내 건설엔지니어링산업은 지식과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고부가산업임에도 시공사에 비해 개발투자 여력이 크게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영업이익률도 3.46%로, 전기(7.02%), 설비(4.20) 등 타산업군에 비해 낮고 보유인력 20명 미만의 영세기업 비중도 80%대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따라 업계는 BIM제도가 건설산업에 제대로 정착, 운영하기 위해서는 현재 대가 대비 25~30% 인상돼야 하고 대가기준과 예산안편성지침 상 BIM비용이 반영된 후 BIM 의무화를 적용해야 건설엔지니어링기업의 경영 악화와 중소기업의 시장 퇴출 등의 부작용을 막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한 2D 설계처럼 지적재산권을 보호받을 수 없다면 건설엔지니어링기업들이 BIM 설계에 적극 나설지도 의문으로, 기업 설계 노하우 유츌을 막을 수 있는 장치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H사 B연구소장(상무)에 따르면 “BIM 설계는 기존 설계와 달리 25~30% 비용이 증가하는데 기존보다 10% 안팎으로 BIM 대가를 지급하겠다는 것은 모든 기업이 적자를 감수해야 하는 것”이라며 “예산안 편성지침 상 설계요율은 BIM 비용을 차치하고 2D설계대가 기준보다도 13~22% 과소편성돼 BIM 대가가 전혀 반영되지 못하고 있을 뿐만아니라 2D 설계비 조차도 감액돼 발주되고 있는데 이같은 현실에서 제대로 된 3D BIM 설계 품질을 기대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BIM 전면도입을 위해 현실을 반영한 사업대가 확보가 우선돼야 한다. 정부의 실질적인 지원이 없다면 ‘제대로 된 BIM’으로의 정착은 요원하다.

정상적인 사업대가는 건설엔지니어링산업 발전으로 이어지며 고부가가치산업으로 자리매김, 세계시장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또 건설엔지니어링산업 발전은 우수한 청년 일자리 창출을 견인할 수 있다. 발주처의 관행도 개선돼야 한다.

“사업대가 현실화가 선행돼야 BIM 활성화 등 건설산업 디지털화를 이룩할 수 있다”는 BIM 관련 전문가의 말을 새겨 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