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일보 현장 25時] 허술한 법망 속에 방치된 방음터널, 안전성 확보해야
[국토일보 현장 25時] 허술한 법망 속에 방치된 방음터널, 안전성 확보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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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12.30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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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명기 국토일보 안전 전문기자/ 공학박사/ 안전기술사/ 안전지도사

방음터널, 일반터널과 마찬가지로 안전성 검토해야
방음 터널 마감재는 불연재 사용 원칙 준수 필요

최 명 기 기술사
최 명 기 기술사

끊임없이 발생되고 있는 사건사고의 지뢰밭으로 인해 국민들의 불안감은 계속해서 증폭되고 있다. 아무래도 사고공화국인 대한민국에서 국민들은 각자도생의 길을 가야할 모양이다.

과천 제2경인고속도로 방음터널 화재로 5명이 사망하고 37명이 부상당하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원인은 정확한 조사결과가 나와 봐야 하겠지만 현재까지 밝혀진 바로는 방음터널의 투명 방음판 소재와 방재시설 등이 문제인 것으로 보인다.

방음터널은 공기단축 및 시공의 편의성을 이유로 H형강의 구조체에 열가소성플라시틱인 PC(Polycarbonate)나 PMMA(polymethyl methacrylate) 재질의 방음판으로 시공되고 있어 화재 등의 위험성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동안 너무 무관심한 측면이 있었던 것 같다.

사고 원인을 밝히기 전에 먼저 짚고 넘어가야할 대목이 있다. 방음터널을 일반터널로 볼 수 있는지 여부이다. 이를 두고 상당힌 시간동안 치열한 공방이 오갈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이에 따라 중대재해처벌법 등에 따른 책임소재 등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 예규인 ‘도로터널 방재시설 설치 및 관리지침’에는 방음터널을 도로터널로 보고 있는 입장인 것 같다. 지침의 목적은 도로터널 방재시설의 계획․설계․시공 및 관리 시 적용해야 할 최소한의 기술기준을 규정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지침에서는 터널형 방음시설(방음터널)의 경우 화재시 연기의 배출이 제한돼 인명피해가 예상되므로 일부 예외와 면제기준이 있지만 방재시설을 계획하고 설치하도록 하고 있다. 이러다 보니 지침에서는 방음터널을 일반 도로터널로 보고 있다는 것은 맞는 것 같다.

지침에서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방음터널의 재질 및 성능을 환경부 고시인 ‘방음시설의 성능 및 설치기준’을 준용토록 했고 이에 따라 방음판이 화재 안전성에 대해서는 취약했다는 사실이다. 향후 화재 안전성을 높일 수 있도록 방음 터널의 마감재는 불연재 사용을 원칙으로 할 필요가 있다.

‘시설물 안전 및 유지관리에 관한 특별법’ 제6조 및 ‘영’ 제3조에 따라 관리주체는 안전 및 유지관리계획을 소관 시설물별로 매년 수립․시행하고 있다. 이번 사고가 발생한 방음터널은 교량 상부에 설치돼 제1종이나 제2종 시설물의 교량으로 볼 수가 있겠다. 시설물안전법 상에서는 방음터널에 대한 시설물의 종류에 대해서는 명문화된 문구는 없다. 이러한 이유로 터널은 흙으로 덮여 있는 즉 지하에 있는 것만 터널로 인정해 왔고 방음터널은 일반터널이 아니라는 이유로 안전 및 유지관리계획의 대상에서 제외됐을 가능성이 있다. 이에 따라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른 공중이용시설로 관리를 하지 않았을 가능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화재로부터 국민의 생명, 신체, 재산을 보호하는 ‘화재예방,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에서는 소방시설을 설치해야 하는 특정소방대상물 중, 지하가 부분에 터널을 포함하고 있으며 터널의 길이 또는 위험도지수에 따라 각각의 소방시설의 설치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방음터널이 소방시설을 설치해야 될 특정소방대상물에 해당된다는 규정은 찾아 볼 수 없다.

소음 분쟁의 발생을 최소화하기 위해 제정된 ‘환경정책기본법’과 ‘주택법’에서는 소음도가 65데시벨 이상인 경우에는 방음터널 설치를 통한 소음방지대책 수립의 의무를 지우고 있다. 그러나 방음터널의 화재안전성과 관련된 설치 및 품질규정은 전무한 실정이었다.

이번 사고나 기존에 발생한 사고에서 볼 수 있듯이 방음터널의 경우 일반터널과 마찬가지로 화재 안전성이 취약한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방재터널을 일반터널로 보고 방재설비의 설치규정을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이번 기회에 방음터널에서 발생할 수 있는 화재나 강풍, 폭설, 지진 등에 대한 안전성도 다시 한번 확인하고 필요시에는 보완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방음터널 외에 도로나 철도 등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유해위험 요인을 원점에서 재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그동안 보여주기식 형식적인 점검이 아니라 안전사고를 근원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실질적인 점검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