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리뷰] 악재를 기회로
[기자리뷰] 악재를 기회로
  • 이경운 기자
  • 승인 2022.11.11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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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부동산시장이 빠르게 경색되고 있다. 대구에서 시작된 미분양이 전국으로 확산되며 4만 가구를 넘어섰고, 주춤하던 경기권 주요 아파트값이 반등 없이 하락세로 돌아섰다. 가격하락에 매매거래량도 역대 최저 수준이다.

다행이 밀어내기 물량이 있어 연말 분양은 넉넉해 보인다. 그러나 앞으로의 공급일정은 한치 앞을 내다 볼 수 없다.

공급위기를 감지한 정부도 정권 초기 발표한 ‘270만호 공급계획’이 차질을 빚을까 두려워 ‘주택공급기반 위축 방지’라는 금융·실물대책을 발표했다. 거래가 늘어나길 바라며 규제지역도 대폭 풀었다.

그럼에도 하락세가 강하다. 진즉부터 예고된 하락장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코로나 사태를 겪으며 그 시기가 미뤄지다 이제야 터진 탓이다. 여기에 금리 폭등과 레고랜드 사태가 상황을 악화시켰고, 순식간에 주택업계의 자금조달이 스톱됐다.

업계에 따르면, 기존에 PF약정이 체결된 단지 외에는 사업 추진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그중에서도 자금조달 역량이 부족한 시행사들이 가장 난처한 상황이다. 불과 1년전만 해도 분양만 하면 대박나던 상황과 대조적이다.

청약 성적도 순탄치 않다. 1순위 당해지역에서 마감되던 곳이 순식간에 순위 내 미달로 탈바꿈됐다. 서울에서도 미분양이 나타나며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악조건 속에서도 업계는 고군분투하고 있다. 분양예정 단지를 대상으로 매주 전략회의를 펼치며 사업방향을 논의한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단련된 대응능력을 바탕으로 최선의 선택이 무엇인지 찾기 위해 이를 악물었다.

최근 한 중견건설사는 지방광역시 소재 A부지를 매각하기로 결정한 뒤, B와 C사업을 내년으로 연기했다. 그러나 연기결정 일주일 만에 B, C사업을 진행하기로 방향을 선회했다.

내년에도 금융상황은 녹록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에, 분양초기 일부 미분양을 감수하더라도 사업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이 판단은 일요일 저녁 주택총괄 사장이 주재한 긴급회의에서 내려졌다. 밤낮이 없고 공휴일도 없다.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틈타 터무니없는 찌라시도 나왔다. 부도난 건설사 1곳의 이름을 올리고 몇몇 업체를 우려·위기로 낙인찍었다. 부도난 1곳 외에는 모두 뜬소문이었다.

의도는 불손했다. 시장에서는 찌라시를 통해 투자자들이 손실을 보지 않게 하려는 것보다, 누군가 반사이익을 얻으려는 불충한 의도가 있다.

실제로, 건설사 찌라시를 통해 상반된 입지의 우량 건설사를 부각시키는 작전이 있었다. 작은 불씨가 파장을 일으킨 것이다. 과도한 의심이나 소설 같은 이야기로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작금의 널뛰는 금융시장을 보면 영 뜬구름 잡는 소리는 아니다. 실제로 중동 수주전에 참여한다는 한 A사의 주가는 일주일 만에 100% 급등했다. 찌라시 이면에서 우량하다고 언급된 곳이다.

위기를 기회로 삼는다는 게 투자의 핵심전략이라지만, 속이 보이는 행태는 분위기 파악하고 자제해야 한다. 허울 좋던 대장동 사업도 검은 속내가 드러나고 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