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경부 차관과 휴가
지경부 차관과 휴가
  • 김재한 발행인
  • 승인 2012.08.12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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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유수의 일간지의 기자 수첩에 “'정전'위기 속 휴가 떠난 지경부 에너지 차관” 글을 읽었다. 여름휴가를 떠난 지식경제부 차관에 대한 비판이 그 주된 내용이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한국전력이 지난해 두 차례에 이어 올해 또 한 차례 전기요금 인상안을 의결한 지난 3일 주무부처인 지식경제부의 에너지 담당 ‘제2차관’은 여름휴가를 떠났다. 1년 만에 전기요금이 15%나 오르면서 산업계와 서민들의 주름살이 깊어진 점에는 아랑곳 하지 않았다. 지경부는 8월 말 전력 피크 기간을 대비해 미리 앞당겨 휴가를 다녀오는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최근 급박한 전력수급 상황을 감안하면 한가한 변명으로 들린다.”고 말한다.

그리고 6일 오전 11시 전력 소비량이 가장 많은 오후 2~3시를 3시간여 앞둔 시점에서 전력경보는 이미 ‘주의’ 단계로 격상됐다며, 이 상태라면 차관이 휴가에서 복귀하는 9일 이전에 지난해 9월 15일과 같은 전국적인 정전 사태가 벌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며, 휴가를 가버린 에너지 담당 차관을 보면서 MB정권의 임기 말 레임덕을 실감하게 된다고 이야기한다.

지난해 9월 15일 전국적인 정전 사태를 빗대어 지경부 에너지 담당 차관의 휴가가 잘못 되었다고 한다. 일면 그럴듯하다. 정전 피해를 입은 경험이 있는 국민들로써는 에너지 담당 주무 차관이 휴가를 가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그 기자의 글에 맞장구를 칠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이제 이런 비이성적인 기준과 잣대로 개인적인 감정을 드러내어 사안을 오도하는 일은 없어져야 한다.

무엇보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리더에게 요구되는 자질과 역할이 달라졌다. 기업 경영에서 나타난 것처럼, 한 사람의 뛰어난 리더도 중요하지만, 전사적인 역량이 함께 움직일 때 더 큰 성과를 이룰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시스템 경영형 CEO가 필요하고, 기업이 시스템 경영혁신을 해야 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정전 문제도 마찬가지이다. 차관이 휴가를 가지 않는다고 해서 정전문제가 반드시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차관이 휴가를 가지 않고 현업에 있다면 그 업무에 대해 보다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사안을 처리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막연한 기대감이다.

지경부의 에너지 담당 차관 혼자의 힘으로 개인이 해결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에너지 담당 차관은 업무의 책임자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한 개인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는 언론 풍토와 문화는 개선되어져야 한다.

또한 역할도 이제는 보다 전문화되고 세분화되어져야 한다. 이제 우리 행정도 시스템 경영이 이루어져야 한다. 개인적인 판단이나 명령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정전과 절전 등 비상사태 시 전력 운영에 대한 체계적인 매뉴얼에 의해 관리되어져야 한다. 정전에 대한 책임은 개인이 갖는 것이 아니라 조직이 가져야 한다.

만약 개인에 의존하는 것이 아닌 시스템 경영이 이루어지고 있다면 차관의 휴가는 그렇게 크게 문제가 될 사안이 아니다.

무엇보다, 고위 공직자는 여름휴가를 갈 수 없는가 하는 점이다. 공무원의 휴가는 일차적으로 국가 공무원 복무규정에 적합하다면, 그 어떠한 이유로도 감정적으로 접근해 비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지난 해 8월 5일 영국 BBC 방송은 아시아 일 중독자들에게 휴가를 가라고 설득할 수 있을까?라는 기사에서 한국을 꼬집은 사례가 있다. "한국인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에서 가장 많이 일하지만 생산성은 가장 낮은 편에 속한다. 휴가도 1년에 11일밖에 안 되는데 그나마도 짧게 쪼개서 간다."

BBC는 OECD 조사 결과를 인용하면서 한국인은 2010년 평균 2193시간 일해 OECD 국가 중 연평균 근무 시간 순위에서 1위였다. 칠레가 2068시간, 러시아가 1976시간으로 뒤를 이었고, 영국인은 1647시간, 미국인은 1778시간 일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쉴 때 쉬어야 한다. 중요한 일이 많은 사람일수록 휴식은 더 필요한 법이다. 공직자의 휴가와 관련, 국민들의 인식과 시선도 변해야 한다. 죽어라 일에만 매달린다고 유능한 공직자가 되는 건 아니다. 쉴 땐 쉬어야 균형 잡힌 사고로 갈등을 조정하고 행정 운영도 잘 해낼 수 있다.

아이젠하워 미국 대통령은 휴가 때는 물론 평소에도 자주 골프를 쳤다. 여론이 좋지 않았으나 주치의의 생각은 단호했다. "골프라도 하지 않으면 대통령은 스트레스로 우리에 갇힌 사자처럼 될 것이다. 그러면 나는 미치광이를 돌봐야 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