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취재] 건축자재 화재 안전성능 검증제도 현실성 결여 ‘문제’
[심층취재] 건축자재 화재 안전성능 검증제도 현실성 결여 ‘문제’
  • 이경옥 기자
  • 승인 2022.09.30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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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축자재화재안전성능검증제도가 시험기관 부족은 물론 막대한 시험비용 등으로 현실성이 없다는 비난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사진은 KS F 8414 시험장면.

시험기관 부족·시험비 부담 가중 ‘허점 투성’… 업계 현실 반영 시급

세부운영지침 마저 ‘오락가락’… 기준 없어 혼선 가중… ‘탁상행정’ 대표 격

[국토일보 이경옥 기자] 건축자재화재안전성능검증제도에 구멍이 뚫렸다. 제도의 취지는 좋지만 시험기관 부족은 물론 막대한 시험비 부담까지 업계에 가중시키면서 현실성이 결여됐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연간 매출액 보다 훨씬 큰 시험비용을 마련해야하는 기업들이 수두룩했다. 또 시험 한 번 보려면 2년을 대기해야하고 시험기관도 거의 없었다. 세부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유권해석으로 현장에서 혼란이 가중되는가 하면, 법 시행 이후에도 여전히 공인시험성적서 발급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피해는 고스란히 중소기업들이 떠안고 있다.  

■ 품질인정제도 확대 도입

각종 화재로 인명피해가 큰 사고가 잇달아 터지면서 건축자재화재안전성능검증제도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이에 따라 국토교통부는 건축물 화재안전과 관련된 품질인정제도를 지난 해 12월 확대 도입했다. 

국토부는 건축물 마감재료의 난연성능 및 화재 확산방지구조 기준, 내화구조의 인정 및 관리 기준, 방화문 및 자동방화 차단막의 인정 및 관리기준 등을 통폐합해 건축자재 등 품질인정 및 관리기준을 새롭게 제정했다. 건축자재의 성능을 전문기관을 통해 인정받고, 인정받은 대로 현장에 유통·시공될 수 있도록 한 것이 골자다.

내화구조 대상으로 이미 운영 중인 제도를 방화문, 자동방화 차단막, 내화채움구조, 복합자재(샌드위치패널) 등 주요 건축자재로까지 확대 도입했다. 

이전에는 시험성적서를 통해서만 건축자재의 성능을 검증받았지만,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등 품질인정기간을 통해 제조현장 점검 시 채취한 시료로 성능을 검증하고 매년 인정자재 등의 성능시험에 대한 점검도 실시한다. 공사감리자·허가권자 등은 품질인정 대상 건축자재 성능·품질 확인 시 기존의 시험성적서가 아닌 품질인정서를 확인해야한다.

올해 4월 30일 세부운영지침 발표, 5월 30일 1차 개정, 이를 9월 16일 2차 개정했다.

복합자재는 불연재료인 양면 철판, 석재, 콘크리트 또는 이와 유사한 재료와 불연재료가 아닌 심재로 구성된 것이다. 품질인정기준은 강판과 단열재로 이뤄진 자재로 품질인정 업무를 수행하는 기관이 기준에 적합하다고 인정한 제품이다.

시험 방법은 콘칼로리미터시험(KS F ISO 5660-1),  가스유해성 시험(KS F 2271), 실물화재시험1(KS F ISO 13784-1), 실물화재시험2(KS F 8414)가 있다. 

내부 칸막이벽의 경우 콘칼로리미터 시험, 가스유해성 시험, 실물화재시험1을 거치고 일반 샌드위치패널은 4가지 시험을 모두 거친다. 

콘칼로리미터 시험(KS F ISO 5660-1)은 가열개시 후 10분간 총열방출열량 8MJ/㎡ 이하, 10분간 최대 열방출률 10초 이상 연속으로 200kW/㎡ 이하, 10분간 가열 후 시험체 관통하는 방화상 유해한 균열, 구멍 및 용융이 없어야 하며, 시험체 두께 20%를 초과하는 일부 용융 및 수축이 없어야 한다. 

가스유해성시험(KS F 2271)은 모든 시험에 있어 실험용 쥐의 평균행동정지 시간이 9분 이상이어야 한다. 

실물화재시험 1(KS F ISO 13784-1)은 시험체 결합부에서 외부 불꽃이 발생하지 않아야 하며, 상부 천정 평균 온도가 650℃ 이하여야 한다. 바닥 복사열량계 열량이 25kW/㎡ 이하, 바닥의 신문지 뭉치가 발화하지 않아야 하며, 화재성장단계에서 개구부로 화염이 분출하지 않아야 한다. 

실물화재시험 2(KS F 8414)는 시작 시간 15분 이내 레벨2(개구부 상부 위 5m)의 내부 및 외부 열전대 어느 한 지점에서 30초 동안 600℃이하여야 한다. 

피난규칙의 인정조건으로 강판은 도금 후 도장 전 두께가 0.5mm 이상이어야 하며, 앞면의 도장횟수는 2회 이상, 도금의 부착량은 KS에 따라야 한다.

심재의 경우에는 강판을 제거한 심재가 그라스울 또는 미네랄울 보온판으로 품질인정기준에 적합하거나 불연재료 또는 준불연재료여야 한다. 강판과 심재를 전체 하나로 보고 품질인정기준에 따른 실물모형시험의 성능기준을 만족해야 한다. 인정유효기간은 3년이다. 

외벽마감재료의 경우 콘칼로리미터 시험(KS F ISO 5660-1), 가스유해성 시험(KS F 2271), 실물화재시험-2(KS F 8414)를 거친다. 이 역시 성적서 유효기간은 3년이다. 

피난규칙의 충족조건으로는 외벽의 경우 두 가지 이상의 재료로 제작된 자재의 경우 각 재료를 포함해 불연재료 또는 준불연재료로 사용해야 하며, 실물모형시험과 난연성능시험을 충족해야 한다. 

■ 업계 혼선 가중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도모한다는 법의 취지는 좋다. 그런데 법의 세부 지침과 명확한 기준이 없어 업계는 혼선을 빚고 있는 실정이다. 

복합자재 실물화재 시험법(KS F ISO 13784-1)에 대한 적합성 검증과 재현성 검증 등이 되지 않은 상황이다. 시험기관 간 신뢰도 검증 역시 없었다. 

외벽마감재료 실물화재 시험법(KS F 8414)에 대한 적합성 검증 역시 없었다. 재현성 검증과 시험기관 간 신뢰도 검증도 마찬가지다. 

시험기관 역시 부족하다. 현재 복합자재의 실물화재 시험법(KS F ISO 13784-1) 시험 가능 시험기관은 3곳, 외벽마감재료 실물화재 시험법(KS F 8414) 시험가능 시험기관은 2곳이나 실질적으로 1곳에 불과한 수준이다. 

현재 복합자재의 경우 2월 11일 고시 시행 후 품질인정 기업이 한 곳도 없다. 외벽마감재료 시험의뢰 시 2024년 이후에나 가능한 상황이다.   

복합자재인 샌드위치패널에 대해서는 과다한 시험을 요구하고 있다. 품질인정 신청 시 4가지 시험(KS F ISO 5660-1, KS F 2271, KS F ISO 13784-1, KS F 8414)을 모두 실시해야 한다. 4가지 시험을 1회 실시할 경우, 5,000만원의 시험비용이 발생한다. 중소 영세기업이 감당할 수 없는 비용이 발생되는 것이다. 

대기업 특혜 의혹도 있다. 대기업 생산품목인 글라스울 단열재의 경우 시험이 면제된다. 준불연 글라스울이 대표적이다. 이 경우 방출열량시험(KS F ISO 5660-1)을 받지 않아도 된다. 불연 글라스울에 불연 강판 사용 시 실물모형시험 두 가지 시험(KS F ISO 13784-1, KS F 8414)이 면제된다. 

국토부와 건설기술연구원에서 표준서식에 의한 성적서양식이 확정되지 않아 공인시험성적서(KS F 8414) 발급도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법 개정(2021년 12월 23일), 시행령 및 규칙 개정(2021년 12월 23일), 시행지침고시(2022년 2월 11일), 세부운영지침(2022년 4월 30일), 세부운영지침 2차례 개정(2022년 5월 30일, 9월 16일) 등 관련 제·규정이 개정되고 시행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험성적서 발급이 안된다는 얘기다. 

업계 민원에 대한 명확한 답도 없는 실정이다. 최근 국토부 등에 민원을 제기하고 있다는 김낙진 한국폴리우레탄산업협회 전무는 “담당부서 직원들이 수시로 바뀌고, 명확한 답이 없어 답답한 실정이다”라며 “건축자재 품질인정 및 관리기준(국토교통부령2022-84호)부칙 제4조(마감재료 시험성적서에 관란 경과조치)에 대해 이 고시 발령 전에 시험성적서를 발급받아 유효기간이 도래하지 않은 경우에 대한 적용시점을 ‘설치시점’으로 유권 해석하면서 건축현장에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건축법 제11조에 따른 건축허가 신청 후 설치시점이, 일반 빌라의 경우 1~2년, 대형 오피스텔, 공동주택, 대형쇼핑센터 등은 2~4년 정도 소요되는 게 일반적이다. 이러한 현실을 고려하지 않고 고시 시행 전에 발행된 유효기간 1년 시험성적서로 경과조치를 적용하는 것은 업계의 실정을 무시한 결과”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문제는 많았다. 2019년 4월부터 10월까지 국토부 주관 건축자재 화재안전성능 고도화 방안마련 TF 회의에서 복합자재와 외벽마감재료에 대한 품질인정제도를 준비했으나 제도 고시과정에서 외벽마감재료는 품질인정제도에서 누락됐다. 그런데 2021년 9월 국토부 보도자료 ‘화재안전 주요건축자재에 대한 품질인정제도 확대 시행’에 의하면 단열재 등 그 밖의 건축자재 시행으로 정책방향이 수립돼 있는 식이다. 같은 제도를 다르게 해석해 혼란이 초래되고 있다.

김낙진 전무는 “현실 여건을 고려해 시험기관 확보, 시험방법에 대한 반복 재현성 검증이 필요하며 시험기관 간 측정 데이터에 대한 신뢰도를 검증할 시간이 필요하다. 외벽마감재료의 성적서 경과조치를 고시발령일인 올해 2월 11일 기준으로 해 품질인정 대상자재인 복합자재와 동일하게 개정할 필요가 있다. 또 제도 시행을 3년간 유예하는 것을 정부에 요청하고 있다. 유예 기간 동안은 국토교통부 고시 제2020-1053호 적용으로 KS F ISO 5660-1 및 KS F 2271만 적용하는 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