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茶 한잔의 여유] 연 꽃
[茶 한잔의 여유] 연 꽃
  • 국토일보
  • 승인 2012.07.31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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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태 혜원까치종합건축 대표이사 / 한국건설감리협회 회장


연 꽃

가장 더운 때 만발하는 연꽃은, 해가 지구의 북회귀선까지 올라오는 하지를 한달 쯤 지나 지표면이 완전히 달궈지고, 북반구의 찬 공기를 밀어낸 북태평양의 덥고 습한 공기가 자리를 장악해 연중 가장 더운 때인 요즈음에 한창이다.

연꽃은 크게 수련과 연으로 구분된다. 수련은 연 보다 작고 잎의 한쪽이 갈라졌으며, 잎은 수평으로 물의 표면과 나란하고, 꽃은 수면 바로 위에서 개화된다.

반면 연은 잎과 꽃이 수련보다 크고 물위로 1m 쯤 나온다. 꽃 색깔은 주로 흰색(백련)과 홍색(홍련)이며, 노란색과 각색이 혼합되는 경우도 있다.

인도가 원산지이며 삼라만상을 상징하는 오묘한 법칙이 들어 있다 해서 불교에서는 만다라화(曼茶羅華) 라고도 불리는 연꽃은 한자로는 연(蓮), 하(荷), 부거, 부용 등으로 불린다.

연꽃은 군자를 의미하는데, 매화하면 조선의 퇴계와 송나라의 임포가 연상되듯, ‘연’ 하면 애련설(愛蓮說)의 염계(주렴계)로 그가 ‘연꽃은 꽃 중에 군자’라고 한데서 유래된 말이다. 그는 또 ‘연꽃을 나만큼 사랑하는 이가 몇이나 되겠는가.’라 했으니 그의 연꽃 사랑이 얼마나 깊었는지 짐작이 간다.

그러나 염계(濂溪)가 연꽃을 매우 좋아 했다지만, 매화를 좋아했던 퇴계 이황도 ‘濂溪愛蓮’ 이란 시를 통해 볼 때 연꽃을 매우 사랑했던 것 같다

염계애련 - 퇴계 이황

모란은 온 세상이 기리고
국화는 어진이의 심금을 울려 주지만
연꽃은 염계 이후 세월이 천년이나 흘렀건만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 별로 없네.

퇴계의 숙부인 ‘이우’ 또한 연을 사랑하여 ‘거문고 소리 스르렁 빗소리에 섞여나고/ 찢긴 연잎 처량하나 맑은 기운 여전하네/ 서쪽 담 아래 대나무 사이로 촉규화를 옮겨 심으니/ 붉고 푸름 분명하여 제각기 드러나네.’라고 적고 있다.

흔히 연꽃을 한 꽃 받침에서 두 송이가 핀다 해서 부부간의 금슬을, 연밥에는 씨가 많아 다산을, 연밥의 씨는 수백 년 동안 생명을 유지한대서 장수를 의미한다고 한다.

또한 탄생과 환생을 의미하기도 해서 심청이가 환생할 때 인당수에서 연꽃을 타고 환생했고, 고 소설인 장화홍련전에서 장화와 홍련이 계모의 손에 죽었다가 신임 부사에 의해 억울함을 풀며 환생하는데도 연꽃이 등장한다.

석가 탄생 때는 마야부인 주위에 오색 연꽃이 만발해 있었고, 막 태어난 부처가 사방으로 일곱 걸음을 걸으며 ‘천상천하 유아독존’ 이라 외칠 때도 바닥에서 연꽃이 솟아 태자를 받쳤다고 전한다.

신라 때의 최고운전(崔孤雲傳)에 보면 최치원은 임신 중 그의 어미가 금 돼지에 납치됐던 까닭으로 그의 아비에게 버림을 받아 버려졌을 때 짐승들이 아이를 피해 비켜 다녔고, 천녀가 내려와 젖을 주고 살려내어 다시 연못에 던지니 이번엔 연꽃이 솟아 나와 아이를 공경히 받들어 살려 냈다고 한다.

가장 더운 여름날 새벽에 피어나서 밤이면 꽃잎이 닫히기를 3~4 일간 계속 되는 연꽃은 더러운 진흙 속에서도 더러움에 물들지 않고 가장 깨끗하게 피어난다.

진흙에서 낳았으나 탁하지 아니하고 / 맑은 물에 씻겨도 요염하지 않다 / 속은 비어도 겉은 곧고 / 가지도 없고 넝쿨도 없다 / 그리고 그 향기는 멀리 갈수록 고요하다.

춘향전에서 춘향이를 연꽃에 비유한 것은 ‘기생집 옆에서 딸 키운다.’는 속담을 통해 보듯 누구나 주변 환경에 물들기 쉬운데, 어미가 기생인 춘향이는 끝내 환경에 물들지 않고 굳건히 절개를 지켰대서 이다.

이와 같이 군자를 의미하고 절개를 뜻하는 연꽃도 한편으로는 사랑을 의미하기도 한다. 연꽃이 심어져 있어 연밥을 따는 연못은 남녀가 자연스럽게 만나 사랑이 무르익는 장소였으며 ‘연밥도 따고 임도 본다.’는 대표적인 꽃으로, 오늘날 전해지는 채련곡(採蓮曲)은 아주 많다.

채련 곡 - 허난설헌

가을의 맑은 호수 푸른 물 흐르는데
연꽃 핀 깊은 곳에 목란배 매어 두고
임을 만나 물 건너로 연밥을 던지다가
저 건너 남에게 들켜 반나절을 얼굴 붉히네.

연 잎은 토란잎과 같이 물이 묻지 않고 크고 질겨서 음식을 담거나 싸며, 특히 홍련 잎은 닭과 궁합이 잘 맞아 닭을 연잎에 싸서 황토를 바른 후 장작에 구워 먹으면 연향이 닭고기에 배어들어 그 맛이 또한……

또한 ‘하심주’라 하여 가까운 사람들과의 일심동체를 다지기 위해 돌림 주를 마실 때 연잎을 오므려 술을 붓고 속이 빈 연대를 꺾어 돌려가며 빨아 마신다.

연꽃이 필 때 나는 개화 성을 들으려면 먼동이 트기전의 이른 새벽에 연 밭에서 숨을 죽이고 있으면 동이 트면서 시작되는 개화 시 ‘퍽’ 하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그 신비스러움은….

연꽃, 그저 바라보기만 해도 세속의 때가 씻긴다고 한다. 이 여름, 연꽃 만발한 연못주변을 천천히 돌며 마음을 추슬러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