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일보 현장 25時]스마트 모듈러건축, 새로운 차원으로 인식해야 한다
[국토일보 현장 25時]스마트 모듈러건축, 새로운 차원으로 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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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9.06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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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석 국토일보 건축부문 전문기자 / 건축사 / (주)애드건축사사무소 대표이사
이 종 석 대표이사
이 종 석 대표이사

오랜 기간 우리의 운송수단이었던 자동차는 주로 내연기관으로 구성돼 지금까지 이용돼 왔다. 그러나 최근 4차 산업혁명과 탄소중립시대를 향해가는 요즈음 전기자동차가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 전기자동차의 공급은 이미 본격화, 다양한 모델의 자동차가 달리는 모습을 어디서나 볼 수 있다. 또한 전기자동차 기반의 자율주행차가 예고돼 있어 머지않아 시내주행단계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이와 함께 우리의 건축산업을 한번 되돌아보기로 하자. 국내 건축공법은 아직도 습식기반의 현장시공(On-site)방식에서 벋어나지 못하고 있다. 많은 인력이 직접 현장에서 공정에 따른 작업을 수행하는 시스템인 것이다. 이러한 현장에서 발생하는 안전사고는 ‘중대재해처벌법’이라는 생소한 법령을 만들어냄으로써 기업에 적지 않은 부담을 안겨준 것도 사실이다.

또한 우리나라는 인구감소와 노령화와 대한 심각한 위협에 놓여있다. 이러한 인구구조의 변화는 지방도시의 소멸을 빠르게 진행시키고 있으며, 각 산업에서는 인력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노동집약 산업인 건설업의 경우 매우 심각한 상황에 이르렀다. 이제 의사소통이 어려운 외국인 노동자에 의존하지 않고는 산업이 버티기 어려운 실정이 됐다. 특히 코로나 19 시기를 거치면서 비대면 인식이 강해진 사회분위기는 현장시공 방식의 대안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이러한 환경의 변화에 따라 탈 현장(Off-site)중심의 모듈러공법이 관심 받고 있지만 시장 확대의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또한 모듈러공법이 4차 산업혁명시대의 새로운 건축산업이라는 개념으로 스마트건축의 범주에 포함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국내 법령에는 ‘공업화 주택’ 관련조항이 있을 뿐, 지금의 스마트건축이나 모듈러건축에 대한 정의나 규정은 찾아볼 수가 없다. 이처럼 스마트건축은 가야할 길이 험하고도 멀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아직 관련 학회나 포럼에서는 모듈러건축의 비전이나 발전가능성을 찾아보기가 힘들다. 가장 큰 이유는 기술적인 문제를 떠나 무엇보다도 기존 공법에 비해 높은 가격을 꼽을 수 있다. 시장을 움직일 수 있는 가장 큰 동력은 가격 경쟁력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정부나 발주자에 대해 공급 확대나 인센티브의 확대 방안을 요구하고 있다. 물론 인력난, 건설안전, 환경 및 탄소중립시대에 대비하기 위한 방안으로 국가차원의 ‘통큰 결단’은 반드시 필요하다. 또한 하루빨리 관련법이 마련돼 시장중심으로 확대와 성장할 수 있도록 기틀이 만들어져야 한다. 그렇지만 모듈러건축이 아무리 장점이 많다 해도 사용자의 만족도를 충족시키지 못한다면 시장에서 환영받기 어려울 것이다. 즉, 모듈러건축의 많은 장점을 열거할 경우 대부분은 사용자와는 별 관계없는 것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사업기간 단축, 건설환경 개선, 건설폐기물 최소화, 인력수급, 사후재활용 등의 장점이 사용자에게는 직접 와 닿지는 않는다. 오히려 컨테이너와 구분되지 않는 단조로움, 가격, 소음, 사용자 중심의 기능성 부족 등의 단점이 모듈러건축의 공급과 성장을 더디게 할 뿐이다.

공업화건축이나 모듈러건축을 넘어 스마트건축으로 발전한다는 것은 4차 산업혁명시대의 비전을 반영한다는 의미를 가진다. 만일 전기자동차가 기존의 내연기관 자동차를 대체하는 의미로 단순 비교된다면 전기자동차가 미래의 자동차로 인정받기 어려울지 모른다. 그만큼 전기자동차는 기존의 자동차의 개념을 넘어 미래의 새로운 개념의 운송수단으로 인식된 결과인 것이다.

뿐만 아니라 소비자의 새로운 인식전환이 일으킨 변화가 있다. 바로 스마트폰의 혁명을 들 수 있다. 스마트폰이 기존의 음성통화 중심의 기능에서 발전한 기기였다면 스마트폰의 공급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스마트폰은 기존의 통신기 개념을 뛰어넘어 소형컴퓨터의 개념으로 인식됐기 때문에 혁명을 이룰 수 있었다.

앞의 예시가 모듈러건축에 대입하기에 과한 측면이 있지만, 모듈러건축과의 공통점은 기존의 제품과 비교할 수 없는 가치와 함께 비싼 가격일 것이다. 즉, 모듈러건축은 기존의 주거와는 전혀 다른 주거시스템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사용자에게 기존 공법이 갖지 못한 가치를 보여줘야 한다. 이런 경우 모듈러건축은 기존공법과의 가격경쟁력에서 해방될 수 있을 것이다.

기존 공법이 가지지 못한 가치는 현장에서 할 수 없는 그 한계를 극복해 ‘스마트 모듈러건축’의 의미에 가깝게 접근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