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응책의 失機가 우려 된다
대응책의 失機가 우려 된다
  • 국토일보
  • 승인 2008.09.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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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가의 금융 쓰나미가 한치 앞을 가늠하기 힘들만큼 변곡점의 연속이다. 진정되는가 싶으면 또 다른 뇌관이 터치는 혼란만 가중되는 형상이다. 그래서 불안감은 더욱 커지기만 한다.


 글로벌 금융시장이 패닉 상태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것도 돌발 사태에 대한 예측이 어려운 탓일 것이다. 글로벌 거대 금융사들이 천문학적인 구제금융에도 불구하고 도미노처럼 쓰러지다보니 언제 위기가 진정될지 가늠하기조차 어려울 만큼 모든 악재가 돌발적 양상으로만 치닫고 있다.


 따라서 지금으로선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상정한 대응책의 마련이 현명하지 않을까 싶다. 이는 이제부터 시작될 후폭풍만도 가히 충격적일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뿐만 아니라 이런 상황에선 우리나라가 처한 현실적인 경제적 악재들마저 한층 위태로울 수 있기에 더욱 그렇다.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가 최근 이번 사태와 관련, “(글로벌 경제 위기가)실물 쪽에서 이제 막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고 진단한 사실은 국내 금융 및 실물시장도 글로벌 위기의 충격에서 자유롭지 못함을 시사하는 시그널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정황에서라면 우리나라의 경우 무엇보다도 한국판 부동산발 금융위기를 차단하는 일이 선결 과제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미 본란이 지적했다시피 우리나라도 부동산 시장이 ‘잠재적 시한폭탄’으로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상 최대 규모에 이르고 있는 가계의 부채는 기존 대출에 대한 만기연장이나 장기대출 전환이 제때 이뤄지지 않을 경우 문제가 터질 수 있는 게 작금의 상황이다.


 또 공식적으로 15만 채가 넘는 미분양 주택과 입주 시기가 지났는데도 입주를 하지 않은 미입주 주택 역시 부동산 시장의 ‘시한폭탄’이나 다름없다. 이 때문에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의 부실이 커지고 돈을 대준 저축은행들까지 부실화할 위기 상황에 몰리고 있는 형편이다.

 

특히 이 여파로 건설업계에선 시행사의 부도나 수백억원의 PF 대출금을 대신 떠안은 건설사들의 부도설이 끊이지 않을 정도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의 대응은 갈피를 잡기 어려울 만큼 혼란스러워 오히려 실기(失機)에 의해 화(禍)를 더 키우지 않을까 우려되는 분위기다. 예컨대 이명박 정부는 미국의 대표적 투자은행들이 몰락하면서 발생한 금융쇼크가 한때 진정되는 기미를 보이자 국내에 미치는 영향이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는 성급한 전망을 내놓았다.


 그런가 하면 일부 정책 당국자는 오히려 이번 쇼크가 우리에게 호재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장밋빛 전망까지 서슴치 않는다.. 그러나 경제계나 가계 등 경제주체들 사이에서는 오히려 IMF 때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은 탄탄하다’고 자신하던 정책 당국의 어설픈 모습으로 치부, 우려하는 분위기가 더 짙다.


 이런 정부의 상황 판단 탓인지 지난 19일로 예상됐던 부동산 대책도 돌연 연기되는 등 어딘가 느슨해진 모습이 역력하다.
 물론 불필요한 비관론을 굳이 확산시킬 필요는 없다. 하지만 현 단계에선 막연한 낙관 역시 위험스럽기 짝이 없다. 오히려 가능한 모든 사태 발전을 상정하고 단계별 대응전력을 세워 그야말로 실기(失機)하지 않는 대응이 긴요한 셈이다.


 벌써 월가 쇼크의 후폭풍으로 우리의 은행 금리가 뛰기 시작했다. 소득은 줄거나 제자리 걸음인데 금리만은 올라가던 상황에서 미국발 금융위기까지 덮쳐 더욱 끌어 올리는 상황이 지속된다면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한 부동산 관련 ‘시한폭탄’의 위험성은 증폭될 수밖에 없다.


 때문에 오히려 기업과 가계가 부실의 늪에 더욱 깊이 빠져들지 않도록 신속하게 진화에 나서는 시스템의 가동이 더 긴요한 시점이다. 무작정 버티는 전략은 최악의 결과로 이어질 수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나 다름없다.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위기상황일수록 정부와 기업, 가계 모두가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생각하면서 대비하는 긴장감이 그래서 필요한 시점이라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