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리뷰] 동문서답
[기자리뷰] 동문서답
  • 조성구 기자
  • 승인 2022.08.17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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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일보 조성구 기자] 동문서답[東問西答]. 질문과 전혀 상관없는 엉뚱한 대답을 일컫는다. 17일 취임 100일을 맞아 열린 기자회견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답이 그랬다.

윤 대통령은 최근 지지율이 낮은 이유를 묻는 한 기자의 질문에 "앞으로 열심히 하겠다"고 뭉뚱그렸다. 기자는 자신이 원한 대답은 '아닌데'라며 고개를 갸웃했다. 그를 지지하든 안하든, 소통 기술의 부재란 지적인 나오는 이유를 여실히 보여줬다. 

하지만, '어쩌면' 기자 입장에선 기자회견이라도 열고 질문을 받는 윤 대통령이 취재하기 편한 인터뷰이(interviewee)일지 모른다. 여하튼 대답은 해주니 말이다.

사안에 대해 질문하고 답을 듣는 단순한 과정도 일선 취재 현장에서는 종종 굉장한 노력이 필요하다. 소통의 부재는 공공기관, 기자와의 관계에서 심심치 않게 생긴다.

기자는 최근 에너지공단에 배포한 자료의 내용에 대해 질의했다. 간단한 자료 확인 건이었지만 자료 담당자와 연락이 닿지 않았다. 실무부서에도 직접 전화했지만 통화를 할 수 없었다. 어렵게 연결된 홍보실 과장은 실무부서에 문의 내용 확인 후 연락을 주기로 했다. 하지만 퇴근시간이 지나도 전화가 없어 연락을 해보니 그는 이미 퇴근 후였다.

자료 배포 담당자, 그 위 책임자, 실무부서 담당자, 모두 조기 퇴근이었다. 황당했다. 에너지공단의 홍보조직은 실장 포함 16명에 달하는 전문인력(?)을 보유하고 있다.

질문에 직접 답하기도 번거로우니 제도도 마련했다. 하지만 공공기관의 주요 사항을 미리 국민에게 알리라고 제도화한 '공공기관정보공개 사전정보공표시스템'도 무용지물인 경우가 허다하다.

국민의 가스안전을 담당하는 가스안전공사의 사전정보공표시스템은 대부분 지난해를 기점으로 업데이트가 멈췄다. 감사평가 중 부서장 업무추진비성 경비사용 내역 등은 지난 7월에 공개됐어야 하지만 아직 등재되지 않았다. 옴부즈만 운영 현황, 청렴마일리지 및 청렴교육 현황, 반부패 경쟁력 추진 내용 등 다수 내용도 미비한 상태다.

그 다지 효용성이 없는 이 제도를 이용해 국민이 자신의 '알권리'를 실현하려면 정보공개를 직접 청구하는 수 밖에 없다.

사례는 또 있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 본사 임원들의 '금요일 오후 부재' 논란이다. LH는 자리를 비운 당사자들이 모두 업무 출장이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앞서 일부 임직원들의 제주도 출장길 골프 투어도 드러나 도덕적 해이가 지적됐다.

정부의 토지, 주택 관련 정책이 궁금했던 기자는 막막한 상황에 처했을 것이다. 물론 홍보실 관계자가 대응을 했겠지만, 홍보실에서 실무를 정확하게 알기에 한계가 있다. LH는 담당 실무자가 있어 임원급이 자리를 비운 것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항변할 수 있겠으나, 부서에 '장(長)'이 없는 상황에서 직원들의 그 날의 근무 태도는 눈에 불 보 듯 뻔하다. 실제 그날 기자가 질문을 했다 손 치더라고 제대로 된 답변이 왔을 리는 만무하다.

정부는 최근 '공공기관 혁신가이드라인'을 만들어 공공기관에 강도 높은 구조 조정과 혁신안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경영 효율을 높이고 민간과 경합하는 것은 넘겨 흑자를 내자는 것이다. 100일 기자회견에서 윤 대통령도 다시 강조했다.

하지만 '해야하는 일'도 줄이라는 것은 아닐 것이다. 대통령은 언론과의 대화가 국민과의 소통이라고 말했다. '시작도 국민, 방향도 국민, 목표도 국민'이라고도 강조했다. 공공기관은 이 워딩(wording)의 종착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