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일보 현장 25時]이제 5도(都) 2촌(村)을 생각해볼 때다
[국토일보 현장 25時]이제 5도(都) 2촌(村)을 생각해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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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8.03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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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석 국토일보 건축부문 전문기자 / 건축사 / (주)애드건축사사무소 대표이사

이제 5도(都) 2촌(村)을 생각해볼 때다

이 종 석 대표이사
이 종 석 대표이사

5일간 도시에서 생활하고 2일은 농촌생활을 한다는 것, 언뜻 일부 사치스러운 도시인의 욕망 일지도 모른다. 또한 전세나 월세 살이 조차 버거운 많은 도시인에게는 더욱 그렇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이제는 이러한 라이프 사이클의 변화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할 때가 아닌가 싶다.

필자는 지난주 퇴근 무렵 경기도에 위치한 어느 시내에서 식사를 한 적이 있다. 시청이 인접한 중심가이고 번화가였지만 인적이 없는 거리의 적막함은 도시생활에 익숙한 사람으로서 낯선 모습이었다. 곳곳의 상점은 비어 있거나 불 꺼진 채 굳게 문이 닫혀있었다. 그나마 일부 잘 꾸며진 카페에는 몇몇 손님이 차를 마시는 정도로 도시의 활력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것이 코로나 19의 영향으로 나타난 일시적인 불경기 현상이라면 좋겠지만, 인구통계에 나타난 지표에서 이미 한국은 노령화가 진행되고 인구수는 내리막을 걷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점점 심각해지는 지방도시와 농촌마을의 소멸문제가 이제 피부에 와 닿는 순간이었다. 도시 뿐 아니라 농촌의 인구감소는 무척 심각한 수준이다. 도시 외곽 마을을 다녀보면 많은 폐가가 눈에 들어온다. 온갖 잡초와 넝쿨이 집의 형태를 알 수 없게 에워싸고 있는 모습을 보면 두려움을 넘어 공포마저 느끼게 된다. 2047년 서울의 일부지역과 수도권지역이 인구소멸 위험지역에 포함된다는 연구결과도 이제 새롭지 않은 뉴스가 됐다.

그런데 한편으로 도시의 인구가 귀농, 귀촌을 희망해 농촌지역으로 이주하는 인구가 매년 증가하고 있다는 소식은 그나마 희망적이다. 꾸준히 늘기 시작한 귀농, 귀촌인구가 작년에 50만 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답답한 도시생활을 떠나 농촌의 자연생활을 누리며 살고 싶은 생각은 도시인이라면 누구나 꿈꿀 수는 있지만 쉽지 않은 결정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우리나라는 오랫동안 1가구 1주택의 부동산 정책을 중심으로 집값 잡기에만 매달려 왔다. 그렇지만 정부는 지난달 세제 개편안을 통해 시골 소규모 주택보유자를 1가구 2주택에서 제외시켜주는 등 세금혜택을 주기로 했다. 부동산 정책 방향을 유연하게 전환해 농촌 주택을 겨냥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와 함께 우리가 당면한 인구감소, 노령화, 농촌과 지방도시의 소멸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일 것이다.

만일 도시인들에게 농촌의 소형 주택을 적극적으로 보유하고 전원생활을 즐기며 가꿀 수 있도록 유도 한다면 어떨까? 소멸될 위기에 처한 시골 마을에 어떤 변화가 있을지 생각해 보자. 우선 노후도가 심각한 시골마을에 방치된 폐가들이 새 주인을 만나 한 채, 두 채 제 모습을 찾아가며 살아날 수 있다.

또한 한동안 사라졌던 어린아이들이 잠자리채를 들고 뛰노는 장면을 볼 수 있다. 마을 공판장에는 도시의 가족들이 주말을 보내기 위해 필요한 음식과 식자재를 구매해 마을 경제가 활력을 얻을 수 있다. 비록 주말생활을 꿈꾸는 5도 2촌뿐만 아니라 은퇴 후 생활을 꿈꾸는 2도 5촌 생활자도 생겨날 수 있다. 도시와 농촌의 생활패턴이 이런 방식으로 유기적으로 섞일 수만 있다면 그동안 우리나라가 겪어야 했던 수도권 집중현상이나 지방도시 또는 농촌의 소멸을 지연시킬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전체 인구의 약 52%가 아파트에서 거주하고 있다. 그렇다 보니 지난 코로나 19의 공포가 심했던 시기를 겪으면서 아파트 주거환경에 대한 문제점이 많이 노출되기도 했다. 특히 외부공간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한 많은 국민들이 캠핑이나 차량을 이용한 숙박형태를 통해 아파트생활에서 얻을 수 없는 자연생활을 즐기곤 했다.

이제 농촌에 마련하는 세컨드하우스를 더 이상 사치품으로 인식하지 말고 건전한 여가생활과 찌든 도시생활에서 잠시라도 벋어나 힐링하며 재충전할 수 있는 수단이 돼야 한다. 우리나라는 이미 오래전 전국적인 콘도미니엄 열풍의 시기를 지낸바 있다. 그만큼 여가생활에 대한 풍부한 수요가 반영된 현상이었을 것이다.

이제 우리는 지방의 소멸이 한창 진행되고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교통, 쇼핑, 교육, 문화, 의료 등의 혜택은 도시 생활자로서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주거 인프라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콘크리트 숲에 둘러싸인 아파트생활의 문제점과 그 해결책을 5도 2촌 생활에서 찾을 수만 있다면 일석이조임에 틀림이 없다. 소득수준 4만 불 시대를 사는 국민으로서 5도 2촌이 미래의 위협으로부터 우리를 구할 수 있다면 함께 생각해 볼만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