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得 보다 失' 건설산업생산체계 개편 기상도 '먹구름'
'得 보다 失' 건설산업생산체계 개편 기상도 '먹구름'
  • 김준현 기자
  • 승인 2022.06.20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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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의 날 특집]
시설물유지관리 교각보수 공사 현장 사진.
시설물유지관리 교각보수 공사 현장 사진.

종합업 주력분야 도입, 종합업 ‘먹구름’ 전문업 ‘흐림 뒤 갬’
상호시장 진출 수주제한 범위 확대, 종합업 ‘먹구름’ 전문업 ‘흐림’
시설물유지관리업 폐지, 국토부 ‘맑음’ 시설물업 ‘먹구름’

[국토일보 김준현 기자] 지난 2018년 국토교통부가 추진한 ‘건설산업 혁신방안’ 중 하나인 건설산업생산체계 개편이 3년째 논란을 이어가고 있다.

이 방안은 종합건설업과 전문건설업의 상호시장 진출 허용, 전문건설 28개 업종을 14개로 묶는 대업종화, 시설물유지관리업종 폐지를 주요 골자로 한다. 이 과정 하나하나가 수월하게 흘러간 적 없이 국회와 정부세종청사에는 늘 업계 탄식이 가득했다.

성수대교·삼풍백화점 붕괴 등 사태 방지하고자 탄생한 시설물유지관리업종은 공사범위가 애매해 분쟁 소지가 잦다는 이유로 폐지 수순을 밟는 중이다. 그렇다고 시설물유지관리 공사가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그저 분쟁 소지를 줄이기 위한 단순 업종 명칭 삭제에 불과했다.

전문건설업 대업종화는 상대적으로 소수에 있는 업종들이 1개의 덩친 큰 전문업종에 종속되는 모양새로 번져 논란을 일으켰다. 특히 도장공사와 습식방수공사, 석공사업은 도장습식방수석공사업으로 대업종화됐는데, 업종 이름만 나열한 명칭이 얼마나 업종간 연관성이 없는지를 보여줬다.

종합과 전문업의 상호시장 진출 역시 문제였다. 전문업은 집회를 통해 수주불균형 문제 이슈를 키웠다. 막상 상호시장 진출이 허용됐으나 종합건설업은 1개 면허로 전문건설업에 참여할 수 있었고, 전문업은 다수 업종을 등록한 자만이 공사를 따내야 하는 발주체계 기현상이 벌어졌다.

종합업도 할 말은 있다. 서울시 입찰참가자격을 보면, 2개 이상 복합공종공사의 경우 세부내역 검토를 통해 종합공사와 전문공사를 구별해야 하지만 전문공사로 발주해 문제가 됐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문제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지만 건설산업생산체계 개편을 원점으로 되돌릴 수는 없다. 국토부는 기존 건설산업 생산구조 혁신은 직접시공을 하지 않아 페이퍼컴퍼니를 양산했고, 촘촘한 칸막이가 경쟁력을 저하시키는 등의 이유로 개정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과정은 오히려 업계 분쟁만 더 일으키는 꼴이 됐다. 원점으로 되돌릴 수는 없지만 국토부는 지속 업계 의견을 경청하고 최선의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6월 18일 건설업 종사자들과 정부가 화합과 결의를 다지기 위해 제정한 ‘건설의 날’을 맞이해 올해 종합건설업, 전문건설업, 시설물유지관리업의 업계 기상도를 살펴본다.

 

■ 주력분야 고도화, 종합업 ‘먹구름’ 전문업 ‘흐림 뒤 갬’
주력분야는 건설업종의 하위 개념이다. 쉽게 육상 종목은 크게 트랙과 필드종목으로 나뉜다. 트랙종목은 달리기(중·장·단거리, 허들 등), 필드종목은 투척(창, 해머, 포환 등)과 도약(멀리뛰기, 높이뛰기 등)이 해당된다.

건설업을 육상과 비교하면 트랙과 필드가 종합건설업과 전문건설업이라고 할 수 있다. 트랙종목에서 단거리 달리기, 중거리 달리기 등 달리기와 장애물, 이어달리기 등이 업종이라고 할 수 있고 100m, 200m, 5,000m 등이 주력분야라고 할 수 있다.

필드종목은 투척과 도약이 전문업종이라 할 수 있고 창던지기, 투포환, 멀리뛰기, 장대높이뛰기 등이 주력분야로 빗대 볼 수 있다.

단적인 예로 트랙종목 선수들은 같은 운동을 '거리'로만 분류하는 것이며, 필드종목은 전혀 별개의 '던지기'와 '뛰기'를 필드종목으로로 묶은 것처럼, 전문건설업종은 개별업종 그 자체의 고유영역이 확실하다. 그래서 전문업이 종합업에 참여하려면 많은 품을 들여야 한다.

이런 가운데 현재의 건설산업 생산체계 구조는 업역을 폐지하고 종합과 전문업이 각자의 시장을 진출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놨다. 그러나 종합과 전문간 상호시장 진출 시 전문업종만 주력분야를 도입하고 종합업종은 분류하지 않아 수주불균형 현상을 초래한다는 목소리가 들린다.

본래 연관성이 없는 27개 전문업종을 14개로 묶어버림에 따라 전문업의 주력분야는 대업종화의 보조적 수단으로만 활용된 것이다.

반대로 종합건설업은 1개의 업종으로만 참여하기에 많은 입찰에 참여할 수 있고, 발주자 편의적으로 선택도 용이하게 하는 구조를 지녔다.

이런 구조를 갖고 있기에 국토부는 입찰참가 기회 불균형을 해소하고자 종합건설업종에도 주력분야를 도입하려고 준비 중이다.

국토부 공정건설추진팀은 종합업종 주력분야 도입과 업체의 전문성·시공역량을 제대로 표상할 수 있는 새로운 취득기준 마련 등 고도화 추진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연구용역을 제안했다.

전문건설업계 관계자는 “종합업은 토목과 건축만 구분하고 전문업 14개 대업종을 모두 구사할 수 있어 만능면허에 가깝다”며 “이제라도 주력분야를 적용해 입찰자격 형평성을 맞추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에 환영한다”고 전했다.

반면 종합건설업계는 달갑지 않은 반응을 보였다. 현재 종합업은 업종 개편 없이 토목과 건축, 토목·건축, 산업·환경설비, 조경 등 기존 업종이 유지되고 있는데, 그 업종 자체가 주력분야라는 주장이다. 종합건설업의 단일업종을 전제로 하지 않는 주력분야는 의미가 없다는 것으로 풀이됐다.

 

■ 종합의 전문진출 제한범위 확대, 종합업 ‘먹구름’ 전문업 ‘흐림 뒤 갬’
전문건설업계는 지난해 말 새로운 회장을 선출한 후 생존권 사수라는 목표로 적극 대정부 건의에 나섰다. 한동안 없었던 정책토론회도 열며 중소건설업 발전에 힘썼다. 게다가 국회와 국토부 앞에서 생존권 사수 궐기대회도 열며 단합을 보여줬다.

특히 국토부도 인정한 종합과 전문업 상호시장 진출시 전문업의 불리함을 개정하는 것에 열을 올렸다.

전문업계가 제시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1월부터 10월까지 상호시장 허용공사에서 종합은 전문시장 30%를 수주했고, 전문은 종합업의 7.5%만 수주했다. 종합건설업의 전문업 평균 금액은 3억1,000만원 정도였다.

결국 이달 초 국토부는 2023년 12월까지 한시적으로 상호시장 진출 허용 범위 금액이 2억원 이상에서 3억5,000만원 미만으로 제한범위를 확대했다. 종합업의 전문시장 진출 범위 제한해달라는 대규모 단체행동이 유효했다는 분석이다.

또 ‘발주자가 공급하는 자재 금액이 공사예정금액 3분의 1 이상인 경우’라는 단서를 삭제하고, ‘원도급 제한을 고려할 수 있’는 것을 ‘원도급을 제한할 수 있’도록 변경한 것도 전문업계에겐 다행이다.

전문업 관계자들은 이번 국토부의 정책이 끝이 아닌 시작점으로 보고 있다. 한시적 제한 대신 범위 영구화나 금액 확대 등을 지속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전문업계 수장 자리가 공석이고 대행체제로 이뤄져 있지만, 당초 정책과제 제언에서 밝힌 것처럼 상호시장이 합리적으로 운영 가능한 제도인지 문제점을 지속 분석하겠다는 방침이다.

종합건설업 관계자는 “정부가 전문업만 영세기업으로 보고 종합업은 중소업체로도 보지 않는 것 같은데 종합업 대다수가 영세하다”며 “현재 스태그플레이션이 눈앞에 닥쳐 중소건설업체들이 죽어나가는 판에 비상대책을 내놓긴커녕 산업에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 시설물유지관리업 폐지 수순, 국토부 ‘맑음’ 시설물업 ‘먹구름’
모든 기운이 한 곳에 집중돼 있다. 목표를 이루기 위해 국토부는 전방위적으로 시설물유지관리업을 폐지하는 데 힘을 쓴다. 유지관리업을 폐지할 테니 종합업이나 전문건설업으로 빨리 전환하면 그만큼 가산비율이 높아지게 만들었다.

또한 업종전환 부담완화를 위해 추가 자본금이나 기술자 보유 등 등록기준 충족을 2026년까지 유예했다. 그러다 보니 시설물유지관업체 입장에선 양쪽에 발 담그고 대기타고 있으면 되는 것이다.

실적전환 역시 매력적이다. 종합이나 전문으로 전환하면 실적을 최대 50%까지 가산받아 입찰경쟁을 수월하게 해줬다. 건설협회와 전문건설협회는 이달까지 가입을 하면 입회를 절반으로 감면시켜줬다. 전문업종 일각에선 이런 혜택들을 부러워하기도 한다.

이렇듯 국토부는 다양한 인센티브를 부여하며 어떻게든 ‘시설물유지관리업’이라는 명칭을 역사에서 사라지게 하려고 노력을 기울인다.

업체들은 업종전환 이후 기존 축적한 기술이 사장되는 것이 아닌지 우려를 표했지만 업종전환과 상관없이 유지보수 공사를 지속 참여할 수 있다고 했다. 유지보수 공사를 계속할 수 있다는 것은, 그 고유 업종 자체의 존재성이 분명하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국토부의 목표는 오로지 ‘폐지’에 있어 흐르는 강물을 역행할 수 없다.

국민권익위원회가 2029년까지 페지를 유예하고 업계와 논의하라는 의결 건에 대해서도 개의치 않고 목표를 이루기 위해 재심의를 신청했다.

시설물업종 전망이 먹구름이지만 그렇다고 희망이 없진 않다. 권익위가 국토부의 재심의를 기각했기 때문이다. 충분한 합의가 없었고, 헌번재판소 위헌심판을 재소한 상태이며, 업종 전환 사업자들의 경영 어려움 호소 등을 이유로 기각한 것이다.

아울러 시설물유지관리업 사업자들은 업종 폐지가 위헌이라는 이유로 헌법재판소에 위헌심판청구 소송과 서울행정법원 행정소송을 진행 중에 있다. 건설산업기본법 시행령은 규정 형식이 ‘시행령’인 만큼 상위 법률인 ‘시설물안전법’에 부합지 않아 법률우위 원칙에 위반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시설물업유지관리업계는 지금도 용산 대통령실과 국토부 앞에서 무기한 1인 시위를 지속 전개하고 있다. 법의 정당성을 이유로 시설물업계는 실낱같은 희망으로 하루하루를 땡볕에서 조용하게 투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