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리뷰] 에너지 대란(大亂) 속 ‘원전 정책’
[기자리뷰] 에너지 대란(大亂) 속 ‘원전 정책’
  • 조성구 기자
  • 승인 2022.06.14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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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일보 조성구 기자] 전 세계 원유, 유연탄, 천연가스(LNG)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각국의 에너지 관련 지출은 급격하게 상승했다. 미국 내 주유소에서는 처음으로 1갤런(3.78L)당 휘발유 값이 5달러를 넘었다는 소식도 들린다.

악재가 겹쳤다. 코로나 19의 엔데믹 전환으로 글로벌 물적·인적 물동량이 증가해 에너지 수요는 늘었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 원(原) 재료 공급은 막혔다. 수요·공급이 불균형하니 가격이 오르는 건 당연하다.

러시아로부터 천연가스를 받지 못하는 EU 등 유럽 국가 상황은 더 심각하다. 이들은 천연가스 소비량의 약 25%를 러시아에서 수입하고, 그 중 80%는 우크라이나를 통해 들여온다. 서방의 對 러 제재로 국제 에너지 가격 체계 근간이 무너졌다는 말도 나온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미국은 ‘국제적 왕따’를 만들겠다던 사우디를 설득, 석유 증산에 나설 계획도 세우고 있다. 이처럼 각국은 각자도생을 위한 에너지정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을 반영하듯 최근 개최된 ‘2022 IEA 에너지총회’ 화두는 에너지 안보였다. 참석자들은 글로벌 ‘에너지 대란’ 속에서 자국에게 유리한 에너지 헤게모니 구축안을 논의했다.

총회의 결론은 원자력발전을 포함한 다양한 에너지원이 혼합된 ‘에너지 믹스’였다. 가용 가능한 발전원을 적정하게 혼합, 효율적인 ‘에너지 포트폴리오’를 만들자는 생각이다. 에너지 원별로 국제 상황에 따른 리스크(위험)가 존재하니 한 가지 발전원에 ‘올인’하는 정책은 위험하다는 발상. 주목되는 점은 IEA 사무총장은 “원전은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필수”라고 설명했다는 것이다.

국내 상황은 어떤가. 文정부에서 원전은 그야말로 절대 ‘악(惡)’이었다. 당시 에너지 정책을 담당했던 장관과 청와대정책비서관 등 주요 인사들은 원전의 가동을 중지하기 위해 혈안이었다. 에너지정책의 근본인 에너지기본계획(2차 에기본)이 탈원전 정책과 방향성이 다르자 ‘에너지전환 로드맵’까지 만들어 탈원전(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강행했다.

향후 관련 재판이 진행되면 시시비비가 갈리겠지만, 국가의 ‘백년대계’라고 불리는 에너지 정책을 이런 식으로 다룬 것은 잘못이다.

영국, 프랑스 등을 비롯한 일부 유럽국가들이 원전을 다시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탈원전을 가장 먼저 추진했던 영국은 2050년까지 신규 원전 10기를 새로 짓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이들이 원전으로 돌아가는 이유는 자명하다. 국제적 에너지 안보 위험에 대비하기 위함이다.

다행스러운 점은 새 정부도 에너지 원별 믹스를 합리적으로 조정하겠다는 정책을 대선 공약에서부터 천명했다는 것이다. 원전과 신재생에너지 등을 조화롭게 고려, 균형 잡힌 에너지 정책으로 탄조중립 목표에 도전한다는 방침이다.

산업부는 조만간 ‘새정부 에너지정책 방향 공청회’를 열고 다양한 업계의 의견을 듣기로 했다. 모쪼록 ‘평평한 운동장’에서 합리적인 에너지 정책이 마련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