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승강기산업, 생태계 지키기 위해 ‘가격 합리화’ 절실
[기고] 승강기산업, 생태계 지키기 위해 ‘가격 합리화’ 절실
  • 국토일보
  • 승인 2022.06.10 17: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류희인 회장/대한승강기협회

승강기산업, 생태계 지키기 위해 ‘가격 합리화’ 절실

류 희 인 회장
류 희 인 회장

쌀, 고기, 채소값이 40~100% 오르면 우리네 밥상 모습은 어떻게 될까? 집에서야 반찬 가짓수를 줄이고 식단을 조정해 어떻게든 끼니를 거르지 않을 방법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식당은 어떨까? 이름 있고 규모 있는 곳은 부득불 식자재 가격이 안정될 때까지 버텨보겠지만, 수많은 소규모 점포는 팔수록 밑지느니 문을 닫거나 가격을 올리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얼마 전 한국은행이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대 중반까지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4.5% 상승이 현실화되면 이는 2008년 이후 14년 만에 가장 높은 물가상승률이라고 한다. 금융당국은 기준 금리를 올리는 등 물가 잡기에 나섰다.

원자재 가격은 소비자물가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폭등했다. 2년 반 째 확산과 재확산을 반복하고 있는 코로나19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로 공급망이 붕괴되면서 제조업에 있어 쌀, 고기, 채소에 해당하는 고철·생철, 열연코일, 니켈 가격이 각각 전년 대비 67%, 37%, 101% 올랐다(산업통상자원부 홈페이지 원자재가격정보 참조). 제조업 전반에서 매출이 늘어도 영업이익은 줄어드는 원인이다.

원자재 수요가 많은 승강기산업 역시 직격탄을 맞고 있다. 특히, 대량 구매가 어려운 중소기업과 부품 협력사들은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자공시시스템에 경영실적을 공시한 국내외 승강기 기업을 분석한 결과 2021년 매출액은 전년 대비 4% 상승했으나, 매출원가는 7% 이상 증가해 영업이익이 10% 이상 감소했다.

중소 제조 및 부품업체의 경우 그 피해는 더욱 심각하다. 동기간 매출액은 6% 하락한데 비해 매출원가는 4% 상승해, 영업이익이 30억 원 흑자에서 130억 원 적자로 악화됐다. 2022년은 국제 정세 불안정으로 원자재 폭등에 따른 경영위기가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우려된다.

승강기산업은 건설·조선업과 마찬가지로, 원가 상승이 수주 금액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공통된 특성이 있다. 견적 시기와 실제 제조 및 납품 시기에 차이가 있어, 급격한 자재 가격 상승 부담을 오롯이 제조·설치사가 떠안기 때문이다.

2020년부터 이어진 철판, 전선, 반도체 등 원자재가 상승과 유가 폭등에 따른 물류 대란으로, 승강기 업계에서는 제조사와 부품·소재 협력사 모두 산업 기반이 무너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국내에 기반을 둔 기업일수록 그 충격은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 무빙워크 등 승강기는 도시화와 고층화가 지속되는 현대사회에서 버스와 지하철처럼 대중교통 수단이 된 지 오래다. 이 때문에 승강기는 사회간접자본(SOC)으로 건설산업과 궤를 같이 하며, 인적, 물적 이동의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제조, 설치, 부품·소재, 유지관리 부문이 유기적으로 협업하는 산업 특성상, 관련 종사자에게 미치는 영향도 적지 않다.

승강기업계는 규모를 불문하고 급격한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위기에 직면해 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건설업계와 합리적 논의를 통해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제품 단가에 반영해야 한다.

또한, 건설업을 중심으로 논의가 확산되고 있는 ‘납품단가 연동제’에도 승강기산업이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