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리뷰] 수직증축 리모델링의 활로
[전문기자리뷰] 수직증축 리모델링의 활로
  • 이경옥 기자
  • 승인 2022.06.10 14: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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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일보 이경옥 기자] “사실상 리모델링 수직증축이 허용돼야 쾌적한 아파트를 만들 수 있는데, 건설기술연구원 안전성 검토를 통과하는 것 자체가 힘든 게 사실이죠.”

현장을 취재하며 듣는 이야기다.

물론 현행법 상 지은 지 15년이 된 아파트의 경우 수직증축 검토가 가능하다. 신축 당시 구조도를 보유할 경우 기존 가구 수의 15% 이내로 가구 수를 늘릴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아파트 리모델링 시장은 수평증축이 대부분이다. 수직증축은 안전성과 경제성 이유 등으로 거의 허용되지 않고 있어 갈 길이 멀다. 기술적인 문제가 크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사실 현재 수직증축은 안전이 담보가 되지 않는 설계를 하고 있다. 아파트의 하중을 감당하는 파일과 파일 사이에 일정 거리를 둬야 하는데, 그 사이에 파일을 추가하는 식으로 시공하고 있다”면서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파일 사이 내력이 저하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수직증축 리모델링 사업이 활성화되려면 기술력 확보가 먼저다. 기존에 추진하던 공법 외에도 업계가 특허 개발한 공법의 안전성 검토 등을 통해 기술의 한계를 극복해야하는 것이다.

국내 1호 아파트 리모델링 사업지로 꼽히는 압구정동 아크로빌의 경우에도 기존 기초를 건드리지 않고 새로운 하중을 견딜 수 있는 특허공법을 적용한 바 있다.

이 사업에 참여한 회사의 경우 자사가 개발한 새로운 공법으로 수직증축을 제안했다. 기술적인 문제를 해결하면서 공사기간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고, 경제성도 잡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건물 밖에서 작업할 수 있어 신축파일의 품질도 검증할 수 있고 하중부담의 기술적 문제도 해결했다는 점에서 기존 수직증축 공법의 부족한 점을 보완했다.

이 기술 역시 시장에서 적용되고 있는 사례는 거의 없다. 수직증축으로 리모델링한 곳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니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건설사들이 새로운 기술을 적용하는 것을 머뭇거리는 까닭도 있다. 첫째도 둘째도 안전이 우선이기 때문에 굳이 모험을 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수직증축 리모델링 사업이 기술력과 안전성·경제성 등의 이유로 지지부진한 현실을 직시한다면, 기술 개발에 대한 관심은 이어져야 한다.

새로운 기술이 보편적으로 적용되기까지는 성공사례도 필요하다. 수직증축 리모델링이 여전히 걸음마 단계에 머물러 있는 이유를 진지하게 생각해볼 때다.

kolee@ikl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