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리뷰] 그의 처세술
[기자리뷰] 그의 처세술
  • 이경운 기자
  • 승인 2022.05.06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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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부 부동산정책의 칼자루 HUG가 尹정부 출범에 앞서 바짝 엎드렸다. 분양보증 독점기관이라는 입지를 활용해 분양가를 통제하던 고고한 모습과 사뭇 다르다.

위세의 추락은 한참 진행중이다. 업계의 원성이 높았던 고분양가 심사제도를 대폭 개편한데 이어, 3월에는 미분양관리지역 공고를 보도형식이 아닌 게시판 참조로 변경했다. 본연의 업무로 회귀하며 칼자루를 내려놓는 모습이다.

새정부 정책에 발맞추겠다는 HUG에 무슨 잘못이 있으랴 마는, 최근 권형택 사장의 처세는 곱씹어볼만 하다.

HUG 권형택 사장은 지난 3월 발생한 강원도 산불피해지역 복구를 위해 통큰 성금을 내놨다. 그러나 이 성금은 의외의 곳에 전달됐다. 처음에는 박형수 의원실(국민의 힘, 경북 영주·영양·봉화·울진)이었고, 이어진 추가 성금은 이철규 의원실(국민의 힘, 강원 동해·태백·삼척·정선)을 향했다. 첫 방문에서 만난 박형수 의원이 요청해 추가적인 기부에 나섰다고 한다.

그러려니 했다. 의원실과 통화하기 전까지는. 의원실에서는 권형택 사장처럼 직접 성금을 들고 와도 받을 수 없다고 설명한다. 성금이 필요한 곳을 알려주거나 연결해 줄 수는 있어도 그 돈을 직접 받으면 안된다고 설명했다. 사실 성금을 전해 온 사례도 처음이었다고 한다.

권형택 사장은 통이 컸다. 경북 울진에 1억원을 후원했으며, 박형수 의원의 피해지역 주거비 지원 현실화와 지원확대 요청에 공감하며 울진에 추가로 1억원을 후원했다. 이어 일주일 뒤에는 강원도 삼척에 피해복구 성금 1억원을 후원했고, 지역의 화재피해가 예상보다 큰 점을 고려해 1억원의 추가 후원을 결정했다.

이같은 사장의 행보는 일주일 간격의 보도자료로 소개됐다. 박형수, 이철규 의원과 찍은 기념사진과 함께. 권형택 사장에게 산불성금은 ‘정치적 행보’였다.

‘정치적 행보’가 또 있었다. 지난 3~4월 다수의 보도자료를 통해 소개된 권형택 사장 띄우기 멘트가 그것이다. 권형택 사장이 시장주의자이며 금융전문가라는 단락이 다양한 보도자료에 연이어 소개됐다. 이로 인해 일부 언론에서 ‘풀이 바람보다 빨리 눕는다’라는 혹평을 받기도 했다.

文정부에서 임명됐지만, 尹정부에서 임기를 보내는 자. 권형택 사장의 행보는 이해할 수 있다. 전 정부 사람이지만, 새 정부의 정책을 잘 수행할 수 있다는 외침이려니 한다. 그러나 HUG의 역량을 자신의 처세에 활용한 점은 지탄받을만 하다.

이제 권형택 사장의 셀프홍보는 멈췄다. 그러나 자취는 남아 있다. 이 자취가 누군가의 타산지석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