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고창우 회장 "건축구조기술은 안전과 생명의 기술"
[인터뷰] 고창우 회장 "건축구조기술은 안전과 생명의 기술"
  • 김광년 기자
  • 승인 2022.05.0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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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특집] 한국건축구조기술사회 고창우 회장에게 국민안전을 묻는다

구조설계 대가기준 없이 안전 확보 보장 못해
국토부 및 의원 입법 통해 대가기준 마련 총력
시공단계, 원설계자 책임구조기술자로 참여해야

[국토일보 김광년 기자] 광주 화정 아이파크 붕괴사고를 조사한 건설사고조사위원회는 총 13명으로 이뤄져 있다. 그중 절반에 가까운 6명은 건축구조기술사다. 그러나 광주 아파트 시공단계에선 건축구조기술사들이 제대로 활용되지 않았다.

사조위에 따르면 광주 건축물 붕괴는 설계도서와 다른 임의 변경, 동바리 조기 철거, 콘크리트 설계기준강도 미달 등으로 연속붕괴를 유발시켜 참사가 벌어졌다. 또 관계전문기술자와 업무협력을 이행하지 않았고, 감리자가 콘크리트 가벽에 대한 구조안전성을 확인하지 않았다.

발표 내용대로라면 설계변경 구조검토, 시공시 관계전문기술자 협력 등은 100% 구조안전 전문가들의 영역이라고 할 수 있다.

건축에 있어 구조안전산업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해진 가운데, 지난 3월 취임한 제18대 한국건축구조기술사회 고창우 회장을 통해 현안 파악 및 제도 개선사항이 무엇이 있는지 알아봤다.

 

- 전례없는 투표율 90.1%로 회장에 당선됐다. 회원들이 간절히 원한 바가 있을 텐데.
▲ 지난해 한국건축구조기술사회는 큰 시련을 겪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건축구조기술용역에 대한 가격경쟁을 제한했다는 이유로 시정명령과 과징금 5억원을 부과했기 때문이다.

구속력이나 실행력도 없는 선언적 수준의 사업자 단체 대가기준을 불공정 행위로 처벌하는 것이 과연 맞는지 의문이 들지만, 어려운 환경에서도 구조기술사들은 과징금을 부과하기 위해 한 푼 한 푼 모아 위기를 극복해냈다.

이러한 위기가 있다 보니 회원들의 단결력이 보다 더 촘촘해진 것 같다. 대외협력 등을 강화해서 회원들의 간절한 고충을 해소해야 할 시점이다.

 

- 대가기준이 왜 중요한가.
▲ 대가기준이 없으면 시장은 무한경쟁을 통해 최소 금액으로 결정하게 된다. 식료품과 공산품은 소비자와 함께 각종 소비자단체에서 항상 감시됨으로 대가기준이 없어도 자율적인 제어가 된다. 그러나 건축구조는 구조기술자 이외에는 거의 모르는 전문분야이므로 문제가 드러날 시점이 되면 해결이 안 되는 큰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

이에 구조설계에 대한 대가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의 제도로서는 건축물의 구조설계 대가가 무한 저가경쟁에 놓여 있어 건축물의 구조안전 확보를 보장할 수 없다. 부실한 용역이 어떠한 참사를 일으켰는지 돌이켜봐야 한다.

 

- 대가기준을 국토부에서 마련해야 할 것 같은데.
▲ 지난해 공정위의 과징금 제재 반대 보고대회도 진행하는 등 국토부에게 구조설계 대가기준을 제정하라고 정책개선을 주문하기도 했다.

그러나 국토부는 민간에서 하는 건축구조기술용역 대가기준은 손 댈 수 없다고 답변했다. 국토부에서 만들 수 없다고 하니 우리는 국회 의원입법을 통해 대가기준 마련을 추진하고자 한다. 재차 국토부 건축정책과와 조율할 것이며, 반드시 이 현안을 해결하는 것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다. 

 

- 건축주들이 비용 부담을 느끼는 않겠는가.
▲ 건축주들은 재난에 대비하는 방법 중 하나로 화재보험을 들고 있다. 구조계산에 비용을 투입하는 것은 만연한 확률보다는 공학적 노력으로 안전을 확보하는 것이므로 화재보험보다 훨씬 더 합리적이고 논리적이다. 그런데 화재보험은 의무가입 대상이고 구조계산은 어떻게 진행되든 국민에게 관심대상이 아닌 것이다.

이러면 안 된다. 국민과 정부당국 모두 자신의 재산과 생명이 아무렇게나 관리되고 있는 이 안타까운 현실에서 눈을 떠야 한다.

- 구조안전 전문가 시각으로 보는 안전관련 법제도 사각지대는.
▲건축구조기술사는 책임구조기술자(원설계자에 참여한 건축구조기술사)로 설계에 참여한 기술자가 참여하도록 보완해야 한다.

즉, 구조안전 확인을 좀 더 객관적으로 검증하는 것은 시공단계가 아닌 설계단계에서 제3자에 의한 설계적정성 검토나 전문심의를 통해 이뤄져야 한다.

시공단계에서는 특수구조건축물 및 고층건축물의 설계에 고려된 특수하거나 고도의 기술적 사항이 해당 공정에 제대로 반영되도록 하는 것이 주된 업무다.

설계에 참여하지 않은 제3의 관계전문기술자가 시공단계에서 특수구조 건출물 및 고층건축물의 설계에 고려된 고도의 기술 사항을 파악하고 해당 공정을 주도적으로 이끌고 가기엔 무리가 있다.

더욱이 시공오차 및 변경사항에 맞춰 적절하게 대안을 제시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따라서 특수구조 건축물과 고층건축물의 구조안전 확인을 위한 건축구조기술사를 설계에 참여한 책임구조기술자로 보완해야 한다.

- 정부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
▲ 적설하중에 의한 마우나리조트나 포항 지진에 의한 크리스탈 빌라 붕괴, 또 광주 학동 해체공사 건물 및 화정동 아이파크 붕괴만 하더라도 건축구조기술사가 적절한 노력과 시간을 투입해 엔지니어링했다면 방지될 수 있던 사안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시장경제를 적용시킬 곳과 국민의 안전확보를 위해 최소한의 제한규정을 둘 곳을 구분하지 못하고 있다.

건물은 전 생애에 걸쳐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 있고 건축구조기술은 그 사고를 방지하는데 필요한 핵심기술이다. 즉, 건축구조기술은 안전과 생명의 기술이란 것을 명심해야 한다.

사진·정리=김준현 기자 kjh@ikl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