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환경공단, ‘가격후려치기’ 최저가 입찰 부추긴다
한국환경공단, ‘가격후려치기’ 최저가 입찰 부추긴다
  • 선병규 기자
  • 승인 2022.05.03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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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년도 소음측정망 운영관리 용역’ 사실상 최저가격 써낸 업체 낙찰되는 구조
'공공기관 입찰평가 때 품질‧기술력 배점 높이고, 가격 배점 낮추라'는 정부 방침에 역주행 하는 꼴

[국토일보 선병규 기자] 한국환경공단(이사장 안병옥)이 이른바 ‘가격후려치기’인 최저가 입찰을 부추기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최저가 입찰 부작용을 앞장서서 막아야 할 공공기관이 오히려 시장을 교란하고 있는 꼴이라는 지적이다.

최저가 낙찰제는 지나친 가격경쟁을 유발해 담합은 물론 대형 재해를 초래하는 부실공사의 원인이다.

최근 한국환경공단은 인천지방조달청을 통해 7억5천여 만원(부가세 포함) 규모의  ‘2022년도 소음측정망 운영관리 용역’ 입찰을 공고했다.

공고문에 따르면 관련업체가 이 입찰에 참여하려면 5월 13일까지 ‘용역 제안서와 가격 투찰’을 동시에 해야하는 2단계 입찰이다.

특히, 낙찰자 결정방법은 제안서 평가점수 85점 이상 업체 중 예정가격이하 최저가격을 써낸 업체가 낙찰되는 방식이다.

더욱이 고도의 항공소음 측정용역인데도 불구하고 자격조건에 소음진동측정대행업 면허도 빠져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안서 평가항목은 ▲사업관리(30점/상대평가) ▲사업기술(40점/상대평가) ▲사업지원(10점/상대평가) ▲수행능력(20점/절대평가) 등 4개로 구성됐다.

제안서 분야별 배점항목은 상대 평가시 점수차가 0.25점에서 0.5점차이로 업체간 용역수행 변별력이 크게 떨어지는 구조라는 지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10개 업체가 입찰에 참여시 10곳이면 9곳이 85점 이상 받을 가능성이 높다”면서 “2단계 입찰은 기술력 있는 엔지니어링 기업과 계약해 좋은 품질의 결과를 얻고자 함인데, 환경공단의 이번 입찰은 입찰 참여자 모두가 가격입찰에 참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최저가를 쓴 업체가 가져가는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유사한 입찰에서도 참여업체 5곳 모두가 제안서 점수 85점을 통과했으며, 가장 낮은 가격을 써낸 곳으로 낙찰된 바 있다. 

입찰을 내기전 관련 업체들의 의견을 듣는 통상적인 의견 수렴과정도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공단 사업부서장은 “이번에 용역 시기가 촉박해 다음번에 더 개선된 입찰이 진행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국가적인 환경업무를 사전에 철저한 준비없이 촉박하게 추진하는 환경공단의 안이한 태도를 보여주는 부분이다.

정부는 2019년 7월 청와대에서 ‘공정경제 성과 보고회의’를 열고 최저가 근절을 위해 공공기관은 시장가격을 조사한 뒤 평균을 내 이를 기준가격으로 잡도록 한 바 있다.

아울러 공공기관 입찰평가 때 품질‧기술력에 대한 배점을 높이고, 가격부분의 배점은 축소하도록 권고했다.

환경공단의 이번 입찰은 정부의 공정경제 구현 정책에 역주행하는 사례로 적지않은 비판이 뒤따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