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리뷰] 미니굴착기, 내수시장 공략
[기자리뷰] 미니굴착기, 내수시장 공략
  • 이경운 기자
  • 승인 2022.04.22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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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기업 스즈키는 동남아시아 오토바이 시장을 지배(50%)하고 있다. 스즈키는 이 알짜시장을 유지하기 위해 지난 2008년부터 아세안 축구선수권대회, 일명 ‘스즈키컵’을 후원하고 있다. 뿌린 만큼 거두고 더 수확하려는 착실한 다지기다.

일본은 국내 미니굴착기(6톤 미만) 시장도 지배하고 있다. 판매량의 90%를 얀마, 구보다, 코벨코 등 일본 기업이 점유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가격경쟁력을 앞세운 일본 제품들이 시장에 녹아들어 어느새 소비자들의 인식에 ‘미니는 일본’이 스며들었다고 분석한다. 반면, 동남아와 다른 점은 국내에 기여하는 점이 없다는 것. 그들만큼 알짜는 아닌 모양이다.

작금의 상황은 국내 기업들이 중대형에 집중하며 미니 시장을 외면한 탓도 있다. 기업들은 미니장비가 수익률이 낮다는 점을 이유로 중대형에 올인했다. 판매 라인에 미니 기종이 있기는 했지만, 시장의 니즈(성능·가격)에 부합하는 모델을 내놓지는 못했다.

텃밭이지만 일본시장, 국내 미니시장은 최근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시장은 2014년부터 연평균 15% 이상 성장하고 있다. 2018년 시장규모가 연간 3000대 선으로 늘어났으며, 2021년에는 5500대를 기록하며 국내 굴착기 총 판매량(1만 851대)의 50%를 넘어섰다.

미니장비는 농업과 조경 산업에 주로 사용된다. 최근에는 도심의 협소한 공사현장에서도 진가를 발휘하며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이러한 시장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현대두산인프라코어를 필두로 한 토종기업들이 시장 탈환에 나선 것.

현대두산인프라코어는 올초 신형 미니굴착기 2종(DX30Z-7, DX35Z-7)을 출시했다. 고출력 국산 엔진을 장착한 신형 장비는 성능이 크게 향상됐다. 운전자 편의를 위한 옵션으로 히터와 에어컨을 적용했으며, 기술력을 입증할 수 있는 품질보증과 사후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출발은 순조롭다. 현대두산인프라코어는 올 초(1~2월) 미니굴착기 200여대를 계약하며, 지난해 연간 판매량(351대)의 절반을 넘어섰다. 엔진과 유압라인 등 핵심 부품에 대해 3년 6천 시간 특별 보증 서비스를 실시해 고객들의 호평을 얻고 있다.

임대시장도 열렸다. 지난 3월 롯데렌탈이 현대두산인프라코어의 미니굴착기 60대 구입해 국내 최초로 굴착기 렌탈사업을 시작한 것이다.

현대건설기계도 기존 4종의 미니굴착기 라인업을 한층 강화할 계획이다. 오는 12월부터 차세대 미니굴착기 3종을 출시해 본격적인 시장 확대에 나선다.

볼보건설기계도 미니시장 진출을 예고했다. 유럽과 북미시장에서 호평을 받은 2.5톤급 미니 전기굴착기 ECR25 전격 출시하며 중대형에 집중된 영업 전략이 달라지고 있음을 시사했다. 두산밥캣도 소형부문 마케팅 확대를 언급했다.

글로벌 탑 5를 목표로 삼은 대한민국 건설기계산업. 이들의 미니시장 탈환을 위한 야심찬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업계의 텃밭확보를 고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