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꽃의 향기
밤꽃의 향기
  • 김광년 기자
  • 승인 2012.06.20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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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꽃

어디선가 야릇한 내음이 코를 찌른다.
아까시꽃인가 여기저기 둘러 보아도 도무지 보이질 않는데 저 ~ 개울 건너 허드러지게 피어 있는 하얀 꽃들이 숨가쁘게 밀려 옴을 느끼는 순간 -
아 ! 밤꽃이구나!
그렇다. 그 향기가 산들산들 돌아와 사알짝 열려 있는 가슴속을 헤집고 들어왔나 보다.
5월의 아까시꽃이 지고 나면 6월, 밤꽃의 계절이다.
밤꽃은 닫혀 있는 여자의 마음을 열게 할 만큼 짙은 향기를 내뿜고 있는 계절의 상징이기도 하다.
밤꽃은 根本을 잊지 않는다고 하여 대추, 감과 함께 제사 상위에 오르는 삼실과중 하나로 아카시아 향기가 다 흩어지고 나면 애절한 새 들의 울음소리에 서툰 몸짓을 하다가 길다란 꽃술을 내밀고 몸 치장을 한다.
밤꽃이여!
연지곤지 곱게 찍고 땅거미 내려 앉으면 산기슭 타고 내려 오다가 개구리 소리도 만나고 들꽃도 만나면서 이야기도 하지만 네가 아름다운 것은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꿈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너의 꿈은 토실토실한 알밤을 만드는 거겠지.
옛 선인이 밤꽃과 밀어를 속삭였다며 전해 내려오는 얘기다.
이 마을 저 마을마다 밤꽃향기 풀어 놓으니 아무리 근본이 있는 존재이지만 건강한 정신과 육체를 외면할 수 없어 ... 구성지게 들려오는 소쩍새 소리를 반주삼아 신세를 한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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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국내 건설산업이 밤꽃 향기에 취해 있는 듯 갈팡질팡 갈 길 몰라 헤매고 있다.
정신을 차려야 하는데 일은 없고 머물 곳도 없고... 닭 쫏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 너무도 힘들고 벅차게 하루하루를 연명하고 있는 꼴이다.
누가 시켜서인가. 아니면 스스로 자처했는가. 도무지 보이지 않는 터널속 깊숙이 들어와 있는 심정이다.
오랜 세월 건설기자로 필드를 뛰어 왔지만 문제에 봉착하고 대책을 제시하지 못하는 경우는 없었다. 그러나 작금 이 상황은 그야말로 출구가 안 보인다.
6월은 건설의 날이 있는 달이다. 그래도 우리 건설인들에게는 상당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시기이지만 올해는 유난히 힘든 모습이다.
그나마 건설의 날 기념식도 7월로 떠밀리고 ... 이럴 때 국가 최고통수권자가 기념식에라도 참석해 주면 혹시 분위기라도 살 텐데 ...
짙은 향기의 밤꽃이 다 지기 전에 대한민국 건설산업의 향기를 날리는데 200만 건설인들의 공동 노력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 우리 회사는 먹고 살 게 있으니까 남의 일이다 ” 라고 외면하는 순간 곧 숨이 멎을 정도로 산소부족 현상이 도래할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6월이 가는 길목에서 밤꽃의 근본과 진실성을 논한 것은 딱 한 가지 이유에서다.
한국 건설산업이 최소한 밤꽃의 냄새를 진하게 풍길 수 있도록 ‘건설’ 의 소중함과 중요성을 스스로 세워 나가야 한다는 사실이다.
아무도 이 문제에 대해 관심없다.
오직 200만 건설인의 생각에 달려 있을 뿐이다.
사랑을 움직일 수 있을 정도의 향기를 내뿜기까지 기다려 온 밤꽃의 인내와 고통을 건설산업은 배워야 한다.

2012, 6, 20 / knk @ ikld . 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