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제언Ⅲ]점진적 구체화와 입증책임 바탕으로 한 안전관리
[긴급제언Ⅲ]점진적 구체화와 입증책임 바탕으로 한 안전관리
  • 국토일보
  • 승인 2022.04.25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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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석 전임교수/(사)한국건축시공기술사협회 건설기술인교육원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으로 건설현장의 안전강화에 대한 관심이 크다. 건설업에서 중대재해 예방은 모두의 노력이 요구되는 사안으로, (사)한국건축시공기술사협회 건설기술인교육원 이재석 전임교수의 긴급제언을 통해 건설현장 안전강화 방안을 들어봤다. 3회에 걸쳐 게재한다.

이 재석 전임교수
이 재석 전임교수

건설업은 생산행위가 프로젝트를 기반으로 이루어지며 점진적으로 구체화 된다. 최근, BIM의 오브젝트 설계처럼 일거에 구체화하는 부분이 포함될 수는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점진적으로 구체화 된다. 즉, 미래시간에 우연히 일어날 불확실성 뿐만 아니라 필연적으로 결정해야 할 사안도 점차적으로 명확해진다.

품질·비용·공기·안전 등 관리목표나 방법의 결정이 추상적인 단계에서 구체적인 단계로 개발(Development)돼 가기 때문에 점차 줄어들기는 하지만 준공되기 전까지 불명확성이 존재한다.

발주자의 기능적 목적과 성능적 목표, 설계자의 형상·볼륨·재질이 그렇고 각종 기술자의 구조형식과 사양 및 시방 결정, 시공자의 본설 구현과 가설 이행의 방법이 그렇다. 일거에 명확히 하면 좋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졸속결정에 의한 실패비용과 재작업비용이 더 많이 소요되는 수도 있다. 즉, 불확실성이 최소화된 시점에서의 좌면우고한 결정이 위험성 관리 측면에서는 유리하다.

그러나 모든 결정을 뒤로 미뤄서는 진척이 어렵다. 따라서 미래에 대한 근거 있는 예측과 전략적 결단을 바탕으로 비교적 중대한 부분부터 결정하여 점차 사소한 부분의 결정으로 이행해 불명확성 부분을 줄여 가는 것이 순리이다.

안전관리도 마찬가지이다. 분명한 것은 원 발주자가 사업을 기획할 때부터, 특히 1차 수주희망자에게 입찰요망을 발송할 때는 다소 추상적일지라도 안전관리의 방침과 목표, 비용, 책임소재 등에 관한 외곽을 합리적으로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1차 수주자가 2차 발주를 할 때는 이미 정해진 외곽의 범위 내에서 세분화한 안전관리 요망이 포함된 입찰요망서를 배포해 차후 관리의 근거가 될 계약을 체결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하지 않고 책임 있는 안전관리를 정합적으로 할 방법이 없다.

한편, 건설산업의 생산성에 관한 의논이 분분하다. 자본이나 원료 등을 기준으로 한 다양한 생산성이 있으나, 보통은 생산량을 노동량으로 나눈 값인 노동생산성을 일컫는다. 안전관리가 중요하고 또 당연히 필요하지만, 생산행위에 직접 참여하지 않는 관리 부분 투입량이 많으면 많을수록 생산성이 떨어지는 수 있고, 과도한 생산성 추구로 안전사고가 발생하면 사고수습을 위한 노력과 시간 투입으로 오히려 생산성이 떨어질 수도 있다. 즉, 안전관리도 생산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고도로 계획-관찰-조정해야 할 중요한 관리요소이다. 조직이 복잡해지면 질수록 관리비용이 늘어나는 반면 책임은 모호해질 수도 있다. 안전관리 체계는 공사 전체의 책임구조와 연동하여 명확하고 간단해야 한다.

모든 일의 시비를 가릴 때에는 우선 합당한 경비나 대가가 지불됐는가를 따져보아야 한다. 즉, 1차적으로 고용계약상 위험수당을 받는 근로자가 자기의 작업환경, 재료·공구, 가설, 연료 등에 따른 안전수칙을 자기책임으로 준수하도록 하고, 점차 차상위 지근관계 관리자에게 관리적 책임을 먼저 추궁하는 것이 마땅하다.

일식계약의 현장소장은 보통 소속법인의 현장대리인으로서 각종 관리목표 달성을 위한 계획과 실천에 대한 책무가 있다. 그러므로 현장대리인은 진급이나 보너스 등 동기(Motivation)가 확실한 상시고용 정사원으로 하는 것이 마땅하고, 동기가 부족한 단기알바는 기술등급을 막론하고 법적으로 허여하지 않는 것이 합당하다.

특히, 특수한 사건사례를 보편적 전제로 하여 시장구성원 전체를 획일적으로 규제하는 법규를 서둘러서는 안 된다. 시장경제 체제하의 단품·주문생산은 당사자의 자유의지에 의한 계약을 바탕으로 운영관리 되는 것이고, 저마다 고유의 특징이 있으며 독립 채산적인 성격도 있으므로, 안전 등의 관리에 대하여 각 당사자 간에 합리적인 계약을 하도록 관계 법령과 산업기반을 되짚는 것이 안전확보의 지름길이 될 것이다.

또한, 어떤 위험이 있는 줄 알면서 그 위험에 대한 수당을 받고 건설현장에 투신한 건설인의 안전과, 아무런 사전인지와 이해득실이 없는 행인이나 근린의 안전은 차원이 다르다. 행인이나 근린에 대한 상해는 전문가가 자기의 이익을 위한 행위로 인하여 타인에게 위해를 가했으므로 처벌과 보상을 더욱 강하게 해야 할 것이다.

안타까운 것은 중대산업재해는 결과에 의한 정의이지 그 재해를 유발한 사고의 과학적, 공학적 인과관계에 따른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접시 물에도 코 박고 빠져 죽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현행 건설관련법은 어떤 명목의 계약이라도 발주자를 필두로 단계적으로 책임을 전가하는 도급계약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다시 말하면, 원 발주자에게는 책임이 없는 계약구조이다. 공공 및 민간의 원 발주자나 2차 발주자인 원수급자, 3차발주자인 하수급자의 안전에 관한 책임이나 책무에 대하여 위계적으로 규정하지도 않았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사고규모와 기업규모에 따라 벌칙을 정하는 비과학적 법이다. 졸속한 법의 남발이 상식과 양심에 기반한 전문가의 고민을 마비시키고 있다. 재수 없으면 처벌받는 법도 법인가?

실제로, 건설현장의 갈등은 대부분 관리적이거나 기술적 문제로 생겨난다. 즉, 계약의 해석 문제와 설계나 시방의 해석 문제일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 건설산업의 기본적 문제의 하나로 설계와 시공의 디테일(상세 기술설계) 능력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미국의 건설기술사, 프랑스의 기술사사무소, 일본 종합건설업체의 생산설계 팀의 역할을 하는 기술적 해결사가 우리나라에는 불명확하다. 기술설계의 구체성이 부족하니 임기응변으로 대충 무마하려 들고, 그로 인한 하자 및 갈등이 많을 수밖에 없다. 안전 면에서도 구체적인 위험성을 적시한 계획을 세울 수 없고, 사고의 원인과 책임 규명도 어중간하다.

계획이 없이는 관리도 없다. 해외의 건설기술사(Construction Engineer)는 기술설계를 주된 업무로 하며, 도급계약 수급회사에 취직해 월급 받는 직분이 아니다. 보통 기술사사무소를 개설해 최고의 전문가로서 독립적·객관적으로 사회적 공익을 위해 봉사한다. 결과물과 그 실현과정의 안전에 관해 객관적 입장에서 전문적이고 종합적으로 고민하는 건설(건축·토목 시공)기술사를 학수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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