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제언Ⅱ]책임감리와 건설사업관리는 안전을 책임질 수 있는가?
[긴급제언Ⅱ]책임감리와 건설사업관리는 안전을 책임질 수 있는가?
  • 국토일보
  • 승인 2022.04.21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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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석 전임교수/(사)한국건축시공기술사협회 건설기술인교육원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으로 건설현장의 안전강화에 대한 관심이 크다. 건설업에서 중대재해 예방은 모두의 노력이 요구되는 사안으로, (사)한국건축시공기술사협회 건설기술인교육원 이재석 전임교수의 긴급제언을 통해 건설현장 안전강화 방안을 들어봤다. 3회에 걸쳐 게재한다.

이 재 석 전임교수
이 재 석 전임교수

건설 프로젝트는 그 목적하는 용도와 규모, 발주자의 재정 상황, 현장의 물리적 환경조건, 지역의 생산기반 등에 따라 품질, 비용, 공기 및 안전 등 관리의 목표치가 설정되고, 그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가장 가능성이 높은 수단적 체제(조직편성)로 실시된다. 즉, 국가나 사회적으로 직영, CM, 설계시공분리, 설계시공일관(Design Build) 및 각종 PPP 등 프로젝트 실시방식(Delivery Method)이 역사적·제도적으로 확립되어 그 전형(Prototype) 들이 있다.

프로젝트 실시방식이 결정되면 그 방식에 따라 각 업무의 계약당사자와 제3의 주체가 정해진다. 이때 그 사회의 건설문화나 법령에 따라 모든 실시방식에 공통적으로 포함되는 제3의 주체도 있다. 예를 들어 영국의 물량 감정사(Quantity Surveyor), 프랑스의 기술사사무소(Engineering Office), FIDIC에서의 기술감독(Engineer), CM방식에서의 건설관리자(Construction Manager, CMr) 등이 그들이다.

제3의 주체들은 보통 발주자로부터 업무를 수탁하지만, 스스로 또는 타인이 작성한 관련 자료를 바탕으로, 이익이 대립되는 발주자와 수주자 간의 거래 적정성 확보를 위해 기술 또는 관리의 전문가로서 객관적으로 행위 한다. 이러한 제3자, 즉 ‘기술감독에게는 발주자와 수주자 간의 계약을 임의로 변경할 권한은 없다(FIDIC Redbook)’. 단지 발주자와 수주자 간의 성실한 계약이행을 객관화할 뿐이다. 또한, 이러한 제3자를 임명하는 발주자일지라도 ‘계약에서 미리 제한한 경우 외에는 기술감독의 전문적 권한을 제한할 수 없다(FIDIC Redbook)’. 그 만큼 전문적 객관성이 존중받는다.

영국문화권에서 QS는 발주 및 계약단계의 적산과 예가산정, 입찰내역 사정(査定) 뿐만 아니라 공사가 끝날 때까지 기성고 검증에 관여하는 등 건설행위의 축이 되는 주체이다.

설계시공 분리 시공 일식 도급방식에서는 발주자와 이익 대립적 관계에 있는 일식수급자가 착공에서 준공까지의 안전을 포함한 품질, 공사비, 공기 등을 자기의 이익을 위해 책임지고 관리하며, 제조물 책임(PL)을 원스톱으로 부담하는 장점이 있다. 영국문화권에서는 이 방식에도 이 QS가 관여하는 것이 보통이다.

CM방식의 CMr은 발주자의 대리로서 발주자와 각 전문공사업체(발주자와 직접계약자) 사이에서 기본적으로는 QS와 유사한 역할을 한다. 즉, 본래의 CM방식은 공사 전체의 일식도급자를 두지 않고, 전문 공종별 등으로 구분하여 분리발주 한 후, 그 통합관리를 CMr이 하는 것이 요체이다.

CMr이 시공 등의 전반적 개략 계획을 세우지만, 구체적 실천은 전문공사업자 등이 하고, 그 실천 경과와 결과의 감독은 CMr이 하며, 제조물책임은 각 과업 수행자, 즉 계약당사자의 자기책임이다. 직영방식에서 발주자가 해야 할 관리업무를 건설관리자가 대리로 수행하는 형태이므로, 계약적으로는 본인인 발주자의 책임 범위 내의 일을 하면서, 각종 수주자보다 전문 기술지식과 관리정보에 관하여 열세에 있는 발주자의 불공정한 손해를 예방할 뿐이다.

관리자에게는 관리책무만 있지 결과(물)에 대한 책임은 없다. QS 및 감독의 행위를 포함한 제반의 관리업무가 제3자인 CMr을 중심으로 전문화·체계화·통합화·일관화 된 형태가 CM방식이다.

Pure-CM의 건설관리자에게는 발주자와 수주자 간에 합의하여 성립된 계약을 임의로 변경할 권한은 없다. 간혹 관리자 본인, 공종별 시공자나 제3의 VE 제안자로부터 제안을 받아들여 계약을 변경하더라도, 발주자와 수주자 간의 합의를 바탕으로 한 계약변경이지 관리자에 의한 권한적 계약변경은 아니다.

CMr은 단지 발주자와 수주자 간의 공정한 계약변경과 그 성실한 이행을 객관화할 뿐이다. CM at Risk에서는 이미 확인해 계획(계약)한 것 이상의 합리성이 있는 안을, CMr 스스로 제안하거나 수주자로부터 제안을 유도하여 검증한 후, 발주자와 수주자 사이의 계약변경을 성사시키고, 그 차액 부분에 한해 금전적 책임지는 것이다. 물론, 그 부분으로 인해 발생한 이익은 발주자와 나누(Share)고 손해는 CMr이 부담(Risk take)하는 것이다. 이때에도 수주자가 계약변경을 거부하면 성립되지 않으며, 수주자가 납득해 계약변경에 동의하므로 제조물책임은 여전히 각 공사 수주자에게 있다.

그런데, 이 CM방식에서는 안전관리의 취급이 일식도급에 비해 애매하게 된다. 일식도급처럼 포괄적으로 위험부담을 지고 공통가설 운용과 안전관리를 총괄하는 주체가 없기 때문이다. 물론 공통가설을 하나의 전문공사 취급하여 분리발주하거나 발주자와 실비정산방식으로 CMr이 직영하는 방법도 있으나, 그렇다고 포괄적 안전책임을 CMr이 지는 것이 아니다. 기본적으로는 각 전문공사업자는 자기의 공사에 필요한 가설을 자기가 조달해 안전을 포함한 관리요소에 대해 자기책임으로 시공을 한다. 영미 문화권에서는 이것이 시공일식 방식에서도 일반적이다. 자기 작업의 안전한 수행을 위한 수단과 결과는 자기책임인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도급계약의 당사자가 아닌 감리자 또는 건설관리자에게 무슨 책임을 질 권한이나 의무가 있는 듯한 제도와 법규로 돼 있다.

책임감리라는 말은 감리자가 무슨 책임(risk)을 지고 있는 듯한, 또는 질 수 있는 듯한 언어구조이다. 그러나 발주자와 수주자의 사이에서 기술적 또는 관리적 객관성을 담보하는 주체일 뿐이다. 객관성이란 관련 계약당사자 모두가 수긍하여 합의할 수 있는 성질이다.

계약에서 제3자인 감리·감독·관리자는 타인 간에 계약된 행위 또는 그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지는 희생양적 존재가 아니다. 대리계약에서 계약적 책임은 대리인이 아닌 본인에게 있는 것이 민법(계약법)의 근간이다. 대리인의 태만은 본인의 관리책임이다. 당사자의 계약이행 부실에 의한 결과책임이 제3자에게 있을 수는 없는 것이다.

건설인 각자가 그때그때의 프로젝트 실시방식 및 계약 내용에 따라 자기의 입지를 각성해 올바르게 책무를 다하고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