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꼰대'와 'MZ세대'가 공존하는 세상으로
[기고] '꼰대'와 'MZ세대'가 공존하는 세상으로
  • 경남=한창기 기자
  • 승인 2022.04.01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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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종욱 한국국토정보공사(LX공사) 경남지역본부 본부장
배종옥 한국국토정보공사(LX공사) 경남지역본부 본부장.
배종욱 한국국토정보공사(LX공사) 경남지역본부 본부장.

우연히 꼰대 육하원칙이라는 글을 보았다. Who(내가 누군 줄 알아?), When(나 때는 말이야), Where(어딜 감히?), What(네가 뭘 안다고?), How(어떻게 그걸 나한테?), Why(내가 그걸 왜?)를 보며 혹시 내가 해당하지는 않은가 생각했다. 

기관장의 직책으로 후배 직원들과 일하고 대화할 때 항상 조심스러워진다. ‘꼰대’라는 단어가 유행을 지나 고유명사로 자리 잡게 된 요즘 나 자신은 꼰대라는 틀에 박힌 선배가 되고 싶지 않았고, 나 역시 윗세대들에게 느꼈던 불편함을 대물림 해주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신입 직원들에게 친근함을 보여주려 검색창에 ‘MZ세대 용어’ 검색해보면서 왠지 모를 서글픔이 느껴진다. 우리는 이렇게 다가가 보려고 노력하는데, 그들은 우리를 내치려고만 하는 느낌이 들어서이다.

코로나19가 햇수로 3년을 이어져 오면서 그동안 회사생활의 일부라 할 수 있는 회식이 축소되거나 거의 없어졌다. 정점을 지났다는 정부 발표 이후 거리두기가 완화되면서 어느 직장인들에게는 코로나19 종식이 두렵다고 한다. 바로 회식 때문이다. 길어진 팬데믹 만큼 무섭다는 회식으로 멈춰 있던 세대 간 갈등이 다시 움직이는 듯하다.

회식 문화가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다고는 하지만 다시 시작될 회식을 두려워하는 것처럼 여전히 직장 회식은 세대 갈등의 요인 중 하나이다. 직원들이 한자리에 모여서 함께 의견을 전달하고 화합을 다지기 위해 회식이 필요하다지만, 자신을 아끼고 돌보는 데에 많은 열정을 쏟는 MZ세대들에게는 회식도 업무의 연장이라고 생각한다. 직장의 수직적 조직문화가 회식에서도 그대로 이어지기 때문에 굳이 화합에 도움이 되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그들은 ‘평소에는 서로 일만 하다가 갑자기 소통을 위해 퇴근 후 개인 시간을 이용하여 회식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라고 생각한다. 어차피 함께하는 점심시간에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단합을 다지거나, 꼭 음주가 아닌 음료를 곁들여 이야기하는 회식으로 해결 방법을 제시해본다. 서로의 개인 시간을 위해 미리 공지된 공식적인 회식은 기쁜 마음으로 참석하는 것과 같이 모두가 원하는 회식은 서로의 입장을 조금씩 이해해보면서 충분히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요즘 MZ세대들은 꼰대들의 충고를 이해하지 못한다. 과거에는 좋은 척하면서 듣는 것이 미덕이었다면, 이제는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시대다. 이런 시대를 빌어 어느 순간부터 배려없는 태도마저 MZ세대들의 특성이라며 이해를 요구하는 상황이 생기는 것 같다. 후배들의 솔직한 감정표현은 선배 눈에는 불평불만으로만 보일 수 있다.

건강한 조직을 위해 누구 하나의 희생이 아닌 함께 노력하기 위해, 선배는 후배의 감정 표현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 후배들 또한 자신의 감정과 의견을 잘 다듬어 전달하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요즘 애들은 참 이상하다’는 편견 대신, 좀 더 솔직히 대화를 해보고 상대방의 가치를 있는 그대로 인정해보는 리더십은 어떨까 생각해 본다.

현재 우리 공사 내에서도 베이비부머 세대들이 떠난 자리를 MZ세대들이 채우고 있으며, 그들의 비율이 40%에 육박할 정도로 요즘 세대들의 영향력은 생각보다 크다. 이에 우리 공사에서도 매년 ‘힐링-톡(Talk)’과 ‘LX 신(新) 소통’이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임직원 간 소통의 장을 마련하고, 상호존중과 자유로운 의견 개진으로 건강한 조직문화 형성을 위해 힘쓰고 있다. 

또한 ‘밀레니얼 보드’ 직원을 선정하여 밀레니얼 세대들의 의견에 더욱 귀 기울이려 노력하고 있다. 다른 기업들도 MZ세대들과 소통하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시행하고 있다. 그 일례로 리더와 젊은 구성원들이 짝을 이루어 서로의 의견과 아이디어를 배우는 현대오일뱅크의 ‘리버스 멘토링’, 직원들과 대표가 양방향으로 스스럼없이 대화하는 우아한형제들(배달의 민족)의 ‘우수타(우아한 수다 타임)’ 등이 있다.

한편 처음에는 코로나19가 인간과 공존할 수 없을 것이라 여겼던 것이, 이제는 위드코로나 시대가 되어 일상생활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다. 가랑비에 옷 젖는다는 속담처럼 이러한 움직임이 모이다 보면 우리 사회도 머지않아 꼰대와 MZ세대가 공존하는 세상이 곧 도래될 것이라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