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기후위기, 절체절명의 갈림길에서 망설임은 사치
[기고] 기후위기, 절체절명의 갈림길에서 망설임은 사치
  • 조성구 기자
  • 승인 2022.03.28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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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우진 한국풍력산업협회 부회장
최우진 한국풍력산업협회 부회장.
최우진 한국풍력산업협회 부회장.

우리는 눈을 떠 잠자리에 들기까지 수많은 선택을 한다. 알람이 울렸을 때 바로 일어나는 선택을 했더라면 약속에 늦지 않았을 것이고, 납부일이 정해져 있는 고지서를 받자마자 처리하는 선택을 했더라면 연체료까지 내지 않았을 수 있다. 모든 선택은 어떤 결과를 만들어 낸다. 

19세기 석탄을 대체할 새로운 에너지원을 찾아야 했던 시기. 인류에게는 석유와 수소라는 두 가지 선택의 길이 있었다. 그 당시의 기술적 완성도는 석유와 수소가 비슷한 수준이었지만 당시 사람들은 석유가 수소보다 생산단가가 아주 조금 싸다는 이유로 석유를 선택했다. 그 선택의 결과는 바로 지금 우리를 위협하고 있는 환경의 파괴다. 

이제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 더 이상 화석 연료에 의존해서는 안 되며 신재생 에너지 개발이 숙제라는 것에는 모두 동의하고 있다. 신재생 에너지 개발의 방법과 시기를 선택하는 것이 문제다.

다양한 방안 중 해상풍력은 많은 나라들이 선택하고 있는 가장 경쟁력 있는 수단이다. 깨끗한 에너지 생산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지역 경기 부양 측면에서도 장점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받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해상풍력 개발에 있어 높은 잠재성을 가지고 있다. 세계적 수준의 조선, 해양플랜트 사업체와 전문 종사자들이 있어 산업기반 차원에서도 해상풍력 개발, 건설, 운영에 필요한 모든 요소를 갖추고 있다.

현지 기업들이 해상풍력 사업 추진 전 과정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며 참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며, 이를 통해 침체돼 있는 지역 경제를 살리고 새로운 일자리 또한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쉽게도 복잡한 인허가 절차, 입지 선정 및 풍황 계측 등 각종 허가를 받아야 하는 개발자 주도형 개발 방식, 주민 수용성 확보 등의 문제가 발목을 잡고 있다. 선택이 시급한 전 지구적 위기 앞에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지구가 처한 위기는 명백하다. 우리는 지금 당장 선택하고 즉시 실행에 옮겨야 할 때라는 것을 분명하게 인지해야 한다. 근거 없는 불안함과 우려를 핑계로 더 이상 늦출 수 없다.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의 선택지는 점점 좁아지고 어느 순간에는 완전히 사라질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얼마 전 지구 상 최대 규모이던 이른바 ‘괴물 빙하’가 녹아 수영장 6,000만 개 분량의 담수가 바다로 유입됐다는 소식은 우리를 더욱 압박해 온다. 또한 기후변화에관한정부간협의체(IPCC)가 최근 발표한 IPCC 제6차 평가보고서(AR6) 제2실무그룹 보고서(WG2)에서 기후위기가 더 이상 먼 미래의 문제가 아님을 명확히 했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늘고 빙붕(큰 얼음)이 예상보다 빠르게 붕괴한다면 해수면은 이번 세기 안에 2m, 2150년에는 5m까지 높아질 수 있다.

IPCC 보고서에는 부산의 경우, 해수면 상승으로 인한 연간 피해액이 2070년엔 30억달러(약 3조6,000억원), 2100년엔 74억달러(약 8조9,000억원)에 달하고, 울산은 2070년 5억700만달러(약 6,000억원), 2100년 13억달러(1조5,500억원), 인천은 2070년 9억6,200만달러(약1조1,600억원), 2100년 24억달러(약 2조9,000억원)에 이른다는 연구 결과도 담겼다.

카운트 다운은 시작됐다. 우리에겐 시간이 없다. 망설임은 사치다. 더 이상 되돌릴 수 없을 때가 돼 후회해야 소용 없을 것은 자명하다. 지금 당장 현재 인류가 가지고 있는 지식을 활용해 최선의 선택을 하고 행동하는 것이 우리의 의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