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골재 양산하는 '토분'에 품질기준이 없다
불량골재 양산하는 '토분'에 품질기준이 없다
  • 김준현 기자
  • 승인 2022.02.08 16: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험 절차없이 유통 시 콘크리트까지 품질관리 위협
제2광주 아파트 붕괴사고 발생 초래… 대책마련 시급
김교흥 의원 지난 국감서 지적, 국토부 아직 조치없어
국토부, 품질기준 마련 연구용역 준비… 올해 안에 마련
토분 함유 골재와 미함유 골재의 품질 차이(자료제공 : 김교흥의원실).
토분 함유 골재와 미함유 골재의 품질 차이(자료제공 : 김교흥의원실).

[국토일보 김준현 기자] 광주 화정 아파트·양주 채석장 등 붕괴사고가 건설기초자재 품질문제로 불거지며 골재 품질기준 마련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앞서 광주 화정 아파트 붕괴사고의 경우 콘크리트 강도저하 등 품질관리 불량이 지적된 바 있다. 콘크리트 배합에 약 70%가 쓰이는 골재에 대한 품질이 당연히 주목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환경훼손 이유로 천연골재 수급이 어려워짐에 따라 불량골재들이 무분별하게 사용되고 있다는 지적.

골재 품질 이슈는 또 최근 양주 채석장 붕괴사고까지 이어진다. 지난해 7월 국토교통부가 건설현장에 납품하는 레미콘 생산공장 품질관리 실태점검을 실시한 결과, 무려 90%가 부적합 판정을 받은 바 있다.

레미콘 배합에 사용되는 골재 품질이 시방기준에 부적합해 공급 중지 명령까지 벌어진 업체들도 발생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주)삼표산업같은 대형업체에 수요가 몰려 작업량이 초과한 것이 사고발생 원인에도 한 몫 했다는 중론이다.

실제로 대형 레미콘업체에서 골재사업 업무를 담당했던 관계자는 “골재 업체 대부분이 영세한데 품질 좋은 자재를 구별하기란 쉽지 않다”며 “그렇다 보니 자체적으로 품질관리에 좀 더 신경쓰는 대형 골재업체를 선호하게 되는 것 같다”고 전했다. 골재 품질관리를 위한 KS인증 기준을 강화하는 등 안전관리 매뉴얼을 도입하는 것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 천연골재 부족하고 고품질 골재는 부담스럽고…
환경훼손 문제로 바다골재 및 수중(하천)골재 등 천연골재 채취가 제한됨에 따라 국토부는 골재수급안정화 정책 일환으로 파쇄골재 생산 확대 방안을 내놓았다. 다만 양(量) 위주의 시장이 형성되다 보니 질(質)적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교흥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조사한 연도별 골재채취실적에 따르면 하천·바다·산림·육상·선별파쇄골재 중 선별파쇄골재는 2016년 46.7%를 차지하며 2020년엔 51.6%까지 그 비중이 점차 커지고 있는 추세다.

다만 파쇄골재는 공사 현장 등 암석과 토사로 생산되는 특성상 토분(흙, 이물질)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토분이 과다 함유된 골재는 강도나 수명을 저하시키고 크게는 균열까지 유발시킬 위험이 산재한다.

품질기준이 없다보니 불량골재를 양산할 우려가 있기에 골재 토분 시험에 대한 제도화 및 골재 품질관리 강화 필요성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천구 청주대 교수는 “이전까지 골재 품질문제는 크게 논하지 않아도 됐지만 골재원 부족으로 산림, 바다, 육상, 하천 등 허가받은 골재량에 비해 선별파쇄골재, 순환골재, 슬래그 골재 등 신고에 의해 공급되는 부수적 골재가 45% 이상 차지하는 현실에서는 이야기가 달라진다”며 “골재 연구기관 등에서 능동적으로 품질관리와 품질향상 대책에 대해 노력을 경주해야 할 시점이다”고 전했다.

자료제공 : 김교흥의원실.
자료제공 : 김교흥의원실.

■ 김교흥 의원, 국감서 골재 품질기준 개선 피력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교흥 의원은 지난해 10월 국토부 국감에서 노형욱 장관에게 수 년 간 파쇄골재 비중이 높아졌음에도 이에 대한 시험기준이 없다는 것에 대한 무관심을 지적한 바 있다.

골재채취법 시행령에 따라 하천, 바다 및 육상골재는 점토덩어리 1.0% 이하, 자갈은 0.25% 이하로 규정돼있지만 산림과 선별·파쇄골재는 어떠한 기준도 있지 않다는 것이다.

광주 화정 아파트 붕괴사고에서 보듯 건축물이나 구조물 안전에서 가장 중요한 콘크리트 강도는 주재료인 골재 품질에 의해 결정된다.

다만 골재 구성 요소 중 토분에 대한 시험이 없다 보니 일부 업체는 비용 부담이나 관리상 어려움을 이유로 토분을 세척하지 않고 그대로 유통시키는게 현실이라는 지적이다.

국가기술표준원이 청주대에 용역을 주고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토분이 많은 골재를 사용할 경우 콘크리트의 유동성, 강도, 내구성 등 안전 성능에 악영향을 주고, 이는 즉 콘크리트 압축강도를 최대 37%까지 저하시킨다.

참고로 토분이 '없는' 모래와 자갈을 사용한 콘크리트와 대비할 때, 토분이 ‘없는 자갈’과 토분이 ‘있는 모래’는 약 25% 품질 저하, 토분이 ‘있는 자갈’과 토분이 ‘있는 모래’는 약 37% 품질 저하 결과가 도출됐다.

2021년 국감 당시 김교흥 의원은 “광주 건축물 붕괴사고(당시 학동 해체공사 붕괴) 등 건축물 안전에 대한 경각이 필요한 시점에서 좋은 품질의 원료를 써야 좋은 품질의 콘크리트가 제조된다”며 “앞으로도 파쇄골재 비율이 더 높아질 것인데 이 부분에 대한 기준이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노형욱 국토부 장관은 “그동안 골재를 바다, 하천 등에서 채취하다가 환경문제로 힘들어짐에 따라 파쇄골재 공급이 많아진 것에 대해 알고 있다”며 “파쇄골재에 대한 품질기준 마련 등 전체적으로 자재 품질에 대한 기준 보완 필요성에 공감한다”고 답변했다.

 

■ 국토부는 토분 품질기준 개선 의지있나
노형욱 장관의 긍정적 답변에도 국토부에선 아직 파쇄골재에서 나오는 토분 품질기준 마련을 준비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국토부는 지난해 3월 ‘레미콘 품질관리 강화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적합한 콘크리트용 골재 채취·판매를 위해 산림, 선별파쇄 골재 점토덩어리 기준을 추가하는 등 골재 품질기준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기존 골재사업자의 자체시험이 인정된 과거 방식에서 벗어나 공인시험기관이 연 1회 이상 직접 품질검사를 실시토록 하는 방안도 마련했다. 오는 6월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및 한국골재산업연구원 등 품질관리전문기관이 지정되면 곧 시행될 예정이다.

다만 국토부는 파쇄골재 토분관련 품질기준 마련에 대해 올해 안에 연구용역을 수행할 예정이나 예산배정 문제부터 입찰경쟁, 수의계약 등 구체적인 계획은 수립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부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보더라도 토분에 대한 품질시험방법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며 “다만 토분 품질기준 마련에 대한 추진 의사는 확실히 있기에 올해 안엔 꼭 수행하겠다”고 밝혔다.

김교흥 의원의 “영국처럼 128년 가는 건물을 지으려면 원자재인 골재부터 엄격한 품질관리가 요구된다”는 지적처럼, 건설현장 중대재해 사망사고를 예방하는 것에 있어 불량자재 유통 근절부터 시급히 개선될 수 있을지 향후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