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리뷰] 독이 든 성배
[기자리뷰] 독이 든 성배
  • 조성구 기자
  • 승인 2022.02.07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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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일보 조성구 기자] 기자는 '단독' 기사에 목숨을 건다.

단독 타이틀이 붙은 기사로 기자는 직업인의 보람을 느낄 수 있고, 장기적으로 기자가 속한 언론사의 질적(네임 벨류) 성장에도 도움이 된다. 

또 자신의 이름값을 높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하고, 일부 기자들은 공공기관이나 기업 등 출입처를 압박하는 등 '출입처 길들이기'를 위해 사용하기도 한다. 

이 같은 효용을 노려 기자는 기사를 이미 작성하고도 홍보실이나 관련 부서가 대응하기 어려운 일과 후나 주말, 또는 늦은 밤, 새벽 시간에 기사를 송고하기도 한다. 이후 취재 협조도 원활해지고, 이른 바 '까는 기사'에 단독까지 붙으면 효과는 더 좋다.

이러한 이유로 현장을 취재하는 기자들은 새로운 소식을 찾기 위해 눈에 불을 켜고, 언론사 데스크도 취재기자를 압박한다.

하지만 단독 기사는 조금 과장하자면 '독이 든 성배'다.

기자의 역량에 따라 차이가 있겠으나, 인터넷 등 다양하고 개방된 정보 습득의 통로가 무한한 시대, 정보가 오픈되고 있는 언론 시장의 환경 변화로 인해 '혼자만 알고 있는 사실'을 발견하는 기회도 흔치 않다. 섣불리 타이틀을 내걸었다가는 얼마 지나지 않아 '오보'로 망신을 당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언론사 자체 검열과 기사 '크로스 체킹(팩트 체크)'은 필수다.

최근 A 경제지가 단독을 달고 산업통상자원부의 에너지 정책과 관련된 기사를 실었다.

석유공사가 '동해가스전 인근 대륙붕 탐사사업을 잠정 중단했고, 예산이 없어 추가 사업 진행도 불투명하다'는 기사였다. 다른 하나는 단독 제하에 '산업부가 LNG 직도입 민간업체에게 천연가스 비축의무를 설정, 에너지 원가 가격 상승 등을 민간에게 떠 넘기고 있다'는 내용을 다뤘다. 

하지만 이에 대해 산업부는 즉각 보도자료를 내고 두 기사는 '모두 사실과 다르며 현재 검토하고 있는 사항이 아니'라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관련 사안을 취재한 기자의 노고는 높이사겠지만, 관계 부처에서 해명자료를 낸 것으로 판단컨대, 취재 과정에서 정확한 확인이 부족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도 저도 아니라면 '이슈몰이'다.

어떤 사안을 화제로 삼아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게 해, 결국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게 하는 기능은, 물론 언론의 중요 역할 중 하나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기사는 사실에 근거해 작성해야 한다. 자신의 '뇌피셜'에 기반한 보도는 기사로서의 가치를 잃는다. 

'누구도 모르는 사실을 기반으로, 향후 확고하게 진행될 것이 명백할 때'만 단독을 내 걸어야 진정한 가치가 있는 단독기사다.

인터넷과 포털사이트에 난무하는 단독 문구를 보며 "왜 이 기사가 단독일까"라는 의문이 드는 건 기자만의 생각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