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일보 현장 25時] 발주자, 적정 공사기간 산정으로 안전사고 감소 유도하자
[국토일보 현장 25時] 발주자, 적정 공사기간 산정으로 안전사고 감소 유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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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2.0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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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주자 무리한 공사기간 단축 지시는 안전, 품질사고 근본적인 문제
계획 및 설계단계, 발주자가 안전 품질 고려한 적정 공기 산정 의무화
시공단계, 시공자로 하여금 공사기간 속도 준수토록 강제유도

준공검사, 착공신고 단계에서 제시한 공사기간 이전에는 절대 불허

최명기 안전 전문기자/ 공학박사/안전기술사/안전지도사.
최명기 안전 전문기자/ 공학박사/안전기술사/안전지도사.

최근 발생한 광주 화정동 아파트 붕괴사고는 건설업계 패러다임을 획기적으로 바꿀 것으로 보인다.

비록 이번에 발생한 사고는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은 아니지만 중대산업재해 발생 시 강력한 처벌 강화 요구와 더불어 그동안 논란의 중심에 서있던 건설안전특별법 제정의 배경으로 작용하게 될 것 같다.

건설현장에서 발생하는 안전사고 예방의 필요성에 적극 공감한다.

그러나 사고를 막기 위한 노력 역시 강화해야 하는 건 맞지만 건설업계 일부에선 안전관련 규제가 너무 과도하다고 보고 있다.

건설현장에서 발생하는 안전사고가 비단 건설업계의 빠른 공기단축을 위해서만 발생한 것일까? 물론 그런 측면도 일부 있겠지만 근본적인 것은 발주자가 요구하는 공기단축 요구로 인해 안전사고가 발생하는 문제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공사기간을 산정하는 계획․설계단계에서 발주자의 무리한 공사기간 단축 지시가 공공연하게 이루어지고 있고, 이는 시공단계에서 부실공사와 안전사고를 유발하는 근본적인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 건설업계의 이야기이다.

물론 건설기술진흥법 제45조의2(공사기간 산정기준) 신설로 발주청의 적정공사기간 산정이 의무화됐지만 아는 공공공사에 한정된 이야기이고 이번 광주 화정동 아파트 붕괴사고와 같은 민간건축공사 발주자에 대해서는 제외된다.

또한 감리는 공정관리, 안전관리, 품질관리 업무 등 상호 이율배반적인 감리업무를 수행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고, 공기 지연 시 지체보상금과 같은 비용수행과 연계된 공정관리를 우선함에 따라 안전과 품질관리는 상대적으로 소홀해질 수밖에는 없는 환경이 조성됐다.

시공사의 경우에는 빨리 공사할수록 이윤이 많이 남는 건설현장 특성상 아무래도 안전이나 품질을 고려한 작업을 수행하지 못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안전이나 품질을 고려해 작업을 천천히 한다거나 사고위험을 이유로 공사를 중지할지라도 발주자가 공사기간을 연장하지 않는 한 무리한 공사수행을 할 수 밖에는 없는 실정이고 이는 결국 안전사고로 연결된다.

화재진압 중 안타깝게도 소방관 3분이 희생됐던 2022년 1월 5일 발생한 경기도 평택 물류창고 화재사고 현장은 이러한 상황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 현장은 이미 2020년 12월 20일 발생한 구조물 붕괴사고로 인해 고용노동부로부터 1달간 작업중지가 되었지만 준공기간은 최초 계약했던 날짜와 변동이 없었다고 한다. 그로 인해 겨울철 무리한 공사를 하다가 화재사고가 발생한 것은 아닌지 추정되는 대목이다.

광주 화정동 아파트 붕괴사고나 경기도 평택 물류창고 화재사고가 발생했던 민간건축공사에 있어서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고 혁신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이 있을까?

계획․설계단계에서부터 발주자로 하여금 안전과 품질을 고려한 적정한 공기를 산정토록 하고, 시공단계에서는 시공자로 하여금 공사기간 속도 준수를 강제로 유도하며, 준공검사는 착공신고 단계에서 제시한 공사기간 이전에는 절대 불허하여 발주자나 시공자가 공사기간 준수를 통한 안전사고 감소를 유도할 필요가 있겠다. 구체적인 방안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건축인허가 신청단계에서 건축공사 안전과 품질관리 강화를 위해 신청서에 적정 공사기간 산정근거와 준수에 관한 사항을 기재하고 인허가기관은 건축심의와 별도로 공사기간 적정성 심의위원회를 구성해 심의를 받도록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인허가기관은 공사기간 적정성 심의위원회를 구성하여 운영할 때 실무를 고려하여 반드시 시공, 안전, 품질 관련 전문가를 포함하여 구성해야 한다.

공사기간 산정 시에는 일반적으로 준비기간, 비작업일수, 작업일수, 정리기간을 포함하고 있는데 작업일수 산정 시에는 과거의 실적자료, 경험치, 동종시설 사례들을 활용해 산정하되 반드시 폭염, 한파 등의 기후조건에 따른 작업속도 지연, 개인보호구 착용에 따른 작업자의 안전수칙 준수와 품질 확보에 필요한 기간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산정할 필요가 있겠다.

이번 기회에 국토교통부 고시인 ‘공공 건설공사의 공사기간 산정기준’도 작업자의 안전과 품질을 고려하여 다시 한번 검토할 필요가 있다.

둘째, 착공신고 시 착공신고서에 적정 공사기간 산정근거와 준수에 관한 사항을 기재하고, 일정 기간(최대 1개월 단위) 단위로 공사 진행 상황을 주기적으로 보고토록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

이때 적정 공기 준수 이행을 위해 스마트 기술을 활용해 개발된 전산시스템에 전산 입력토록 할 필요가 있겠다.

셋째, 시공단계에서 인허가기관은 적정 공기 준수 이행 여부를 전문가와 함께 상시 모니터링하면서 무리한 공사 진행을 강제로 금지토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

도로교통 분야에서 도로 제한속도를 30~50km 조정하여 보행자 안전강화와 교통문화 정착을 위해 시행하고 있는 ‘안전속도 5030’정책을 적극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일정기간 단위로 보고된 공사 진행 상황을 제시된 예정 공기와 비교하여 시공자의 공사기간 속도를 인위적으로 조정하여 안전과 품질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이때 감리에게는 발주자나 시공자가 인허가기관에 제출한 적정 공사기간 준수 이행확인에 대한 책임과 권한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

넷째, 준공검사는 착공신고에서 제시한 공사기간 이전에는 절대 불허하여 발주자나 시공자가 공사기간을 준수토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

안전과 품질 확보를 위해 발주자의 적정 공사기간 산정과 무리한 공기단축 요구는 그동안 경험해 보지 못했던 많은 시간과 비용 투입을 요구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더 이상 값싼 비용의 논리 뒤에 숨어서 작업하다가 안전사고가 발생하거나 하자가 발생하는 등의 구태의연한 관습에서 과감히 벗어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