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리뷰] 뜨거운 감자
[기자리뷰] 뜨거운 감자
  • 조성구 기자
  • 승인 2022.01.04 16: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토일보 조성구 기자] 중요하지만 쉽게 다루기 어려운 문제를 비유적으로 일컫는 말이다. 우화에도 등장한다. 어리석은 개가 배가 고픈 나머지 뜨거운 감자를 덜컥 물었다가 이빨이 몽땅 빠지는 '우(憂)'를 범한다는 내용이다. 먹기도, 그렇다고 뱉어내기도 어려워 갈팡질팡하는 상황을 묘사하려 언론에도 자주 등장한다.

대선이 두 달 앞으로 다가온 현 시점에서 '원전' 정책을 설명하는 단어로 이 보다 더 좋은 문구는 찾기 어려울 듯 하다.

원전은 우리나라 에너지 산업을 이끌어 온 전통적, 기술집약적 산업이다. 원자력 기술뿐 아니라, 건설, 토목, 환경 등 모든 분야가 총 망라된 산업으로, 세계적으로도 소수 국가만이 기술 경쟁력을 갖고 있는 분야다.

국내 원전 산업은 단기간에 비약적인 발전을 이뤄냈고, 해외 수출계약과 기술 발전으로 세계가 주목하는 산업으로 발돋움했다.

2009년 한국전력은 한국형 원전건설 컨소시엄을 주도, UAE 발주 바라카 원전 건설 사업자로 선정됐다. 1978년 미국의 기술을 수입해 고리원자력을 처음 가동한 이래, 30여년 만에 수 십 조에 이르는 대규모 공사 계약이었다. 당시 일본 언론이 'UAE 쇼크'라고 기사화한 것은 국내 원전 기술의 괄목할만한 발전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기후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글로벌 탈탄소 정책과 국내 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원전이 다시 '핫 이슈'로 등장하고 있다.

EU는 '그린 택소노미(녹색분류체계)'에 원전을 포함하는 초안을 회원국들에게 송부했다. 초안에 따르면 2045년까지 원전에 대한 투자는 녹색투자로 분류되고, 기존 원전의 수명 연장을 위한 투자도 2040년까지 허용된다. 프랑스, 동유럽은 이에 찬성했고,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탈원전을 적극 추진해온 독일과 오스트리아는 원전은 '그린 워싱(위장환경주의)'이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다시 돌아와, 국내 원전산업은 어떠한가.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먹자니 뜨겁고 뱉자니 아까운 모양새다.

정부 정책 방향은 오락가락하고, 대선주자들의 한마디 말에 관련 산업과 기업의 주가는 이른바 '대선 테마주'로 점 찍혀 작전 세력의 먹잇감이 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책임지는 환경부는 'K 택소노미'에 원전을 제외했다가, EU 최종안에 따라 수정할 수 있다는 애매한 포지션을 취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도 최근 한국수력원자력은 이집트 엘다바 원전사업의 단독 협상 대상자로 선정됐다는 낭보를 전했다. UAE 바라카 사업 이후 조 단위에 달하는 대규모 계약이다.

정부 기관과 대선 후보들이 자신들의 잇속에 따르는 사이, 국내 원전업계는 자신들의 책무를 다하고 있다.

친환경 논란은 차치하더라도, 명심할 점은 일관된 정책으로 업계를 살리는 것이 정책을 집행하는 공직자와 정부기관의 존재 이유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