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 리뷰] 건설 브랜드, 신뢰가 문제다
[전문기자 리뷰] 건설 브랜드, 신뢰가 문제다
  • 이경옥 기자
  • 승인 2012.05.15 18: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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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전문기자 리뷰 - 못 믿을 원금보장제···건설사 ‘꼼수’

입주 시점에 아파트값이 떨어져도 원금을 보장해준다는 ‘원금보장제’.

계약금을 낸 계약자가 입주기간에 시세가 하락하면 계약을 해지하고 계약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

아파트 계약자에게는 솔깃한 제도다. 더군다나 이름만 대면 누구나 다 아는 건설사가 내건 분양조건이라 안심이다.

하지만, 입주 시점이 되니 얘기가 달라졌다. 막상 계약을 하고 입주 시점이 되자 주변 시세가 확 떨어진 것이다. 물론 거래도 안 되는 분위기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계약자는 원금보장제를 믿고 계약을 해지해달라고 했지만, 미리 손을 써둔 건설사는 발뺌했다. 이미 주변 시세가 다 하락했는데도 포털사이트, 부동산중개업소 등에선 해당 아파트 시세변동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계약자에게 투자를 조언한 한 부동산전문가의 하소연이다.

그는 A건설사 아파트 분양담당자의 말을 믿고 원금보장제를 내건 A아파트를 지인에게 소개해줬다. 하지만 시세는 떨어졌고, 원금보장제를 믿고 투자했던 계약자는 피해만 봤다. 투자 과정에서 낸 빚 때문에 신용불량자까지 됐다.

그 사이 A건설사 아파트 분양담당자도 바뀌고, 새로 바뀐 담당자는 모르쇠로 일관했다.

계약자는 결국 6~7차에 걸친 소송 끝에 원금보장제를 제대로 보장받을 수 있게 됐다. 지인에게 A아파트 계약을 소개해준 부동산전문가는 신뢰를 잃었고, 손해를 감수해야만했다.

참으로 씁쓸한 대목이다. 부동산시장 침체가 지속되다보니 미분양을 털기 위한 건설사들의 편법 분양이 판을 치고 있다. 원금보장제로 계약자를 유치, 입주 시점에는 시세 조작 등을 거쳐 제도를 피해가려는 꼼수를 부리고 있다. 애초에 가구 당 수천만원의 손해를 감당할 생각이 없었던 탓이다. 한 채라도 팔면 그만이라는 식이다.

원금보장제와 마찬가지로 분양가에 일정 금액의 웃돈을 계약자에게 보장하는 ‘프리미엄 보장제’, 아파트 계약 시 입주자가 기본 선택 품목을 제외한 가격으로 분양받을 수 있는 ‘마이너스 옵션제’등도 단순한 분양 마케팅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다.

특히 마이너스 옵션제는 분양가상한제 아파트에 한해 지난 2007년 9월 분양가를 낮추고 소비자 선택권을 높인다는 취지로 도입했지만, 유명무실해졌다.

유명 건설사도, 브랜드 아파트도 믿을 수 없는 지금의 부동산 시장.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건 지 짚고 넘어가야 할 때다.

“건설사들이 브랜드 아파트에 내거는 원금보장제, 프리미엄 보장제, 마이너스 옵션제, 절대 믿지 마세요.”

확신에 찬 부동산전문가의 이 말이 뼈아프다. 부동산시장에 퍼지고 있는 깊은 불신,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