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기획] 순환골재…폐기물 아닌 천연골재 대안돼야
[환경기획] 순환골재…폐기물 아닌 천연골재 대안돼야
  • 선병규 기자
  • 승인 2021.12.06 09: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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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환경 보전하고 예산 절감 효과 ‘일석이조’
업계, 품질확보 위한 기술개발·시설투자 지속 노력 효과
한국건설자원학회 최연왕 학회장 "순환골재는 폐기물이 아니다" 강조

[국토일보 선병규 기자] 최근 지역별로 재개발·재건축·도시재생 사업이 광범위하게 진행되면서 전국의 강·바다·산에서 천연골재를 채취해 건설현장으로 공급하는 작업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국토교통부의 골재수급 계획에 따르면 매년 건설공사 등에 사용되는 골재는 2억㎥ 이상으로 추산된다. 골재난과 함께 막대한 양의 골재 확보 과정에서 산림·하천 등의 심각한 환경 파괴가 수반되고 있는 것이다.

관련  전문가들은 골재난이 심화되면 품질 저하는 물론 단가 상승을 부추기는 원인으로도 작용해 건축물 안전에도 악영향을 가져온다고 지적한다. 

이같은 문제점에 대한 대안으로 ‘순환골재 활용’이 주목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천연골재 수준의 우수한 품질 갖춘 순환골재

순환골재는 건설현장에서 발생하는 건설폐기물을 물리적(파쇄·분쇄) 또는 화학적으로 처리한 후 품질기준에 적합하게 만든 골재다.

이 순환골재는 천연골재 가격의 60% 수준이면서도 천연골재와 유사한 품질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한국산업규격(KS)의 순환골재 품질기준 비교표에 따르면, 콘크리트용 굵은 골재 기준으로 순환골재의 절대 건조밀도(2.5g/㎤ 이상), 흡수율(3.0% 이하), 안정성(12% 이하) 분야의 경우 천연골재와 동등한 수준이다.

이처럼 우수한 품질의 순환골재는 건설폐기물 중간처리업계의 꾸준한 신기술 개발 및 보급, 시설설비 투자 등 노력의 산물로 평가받고 있다.

건설폐기물을 재활용해 생산한 순환골재 종류
건설폐기물을 재활용해 생산한 순환골재 종류

국토교통부에서는 순환골재 품질기준을 마련해 건설공사 시 사용하는 용도에 따라 순환골재의 품질을 확인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와 함께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은 ‘순환골재 품질인증 제도’를 시행해 순환골재 생산업체의 사업장과 제품을 직접 심사해 인증을 부여하고 있다.

순환골재 생산업계는 이러한 기준에 맞는 양질의 순환골재 생산·공급 체계를 구축해오고 있는 중이다.

순환골재 품질인증의 경우 2020년도 기준으로 도로공사용 인증을 받은 기업이 341개사, 콘크리트용 인증을 받은 기업이 117개사, 아스콘용 인증을 받은 기업이 21개사에 이른다.

 신기술의 경우에도 개발업체가 154개사, 협약업체가 226개사 수준으로 고품질 순환골재의 수급 저변이 탄탄해졌다.

하지만, 순환골재 사용 촉진을 위한 의무사용제도 도입 등에 따라 순환골재 사용이 늘고 있지만 아직도 ‘품질을 믿을 수 없다’는 일각의 편견으로 인해 현장적용 확대 발목을 잡고 있는 게 현주소다.

 환경부에서는 건설폐기물 친환경적 처리와 순환골재 재활용 촉진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고, 폐기물 관련 특별법인 ‘건설폐기물의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을 2003년 11월에 제정하고 2005년 1월부터 시행했다.

 이 법이 시행된 같은 해 11월엔 순환골재 수요 확대를 위해 의무사용제도가 시행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등 공공기관에서 일정 규모 이상의 건설공사를 발주하는 경우 순환골재 및 순환골재 재활용제품 등을 40% 이상 의무적으로 사용하도록 했다.

또한 정부와 업계는 협업해 매년 우수활용사례 공모전 및 발표회를 개최하고 있으며, 순환골재 100% 사용 입장휴게소 되돌림 화장실 등 시범사업을 통해 부정적 인식 개선을 위해 함께 노력하고 있다.

100% 순환골재로 만들어진 입장휴게소  ‘되돌림 화장실’ 내부
100% 순환골재로 만들어진 입장휴게소 ‘되돌림 화장실’ 내부

한편, 최근에는 자원순환과 탄소중립의 중요성이 부각됨에 따라 정부의 건설폐기물의 친환경적 처리와 순환골재 사용 등을 촉진시키기 위한 다양한 정책적 움직임도 일어나고 있다.

 지난 3월 말 정부는 ‘2021년 환경부 탄소중립 이행계획(폐기물제로 순환경제)’에서 올해 순환골재 재활용 용도를 확대하고, 순환골재 의무사용 대상공사 및 의무사용량 확대 방안을 마련키로 발표했다.

아울러 지난 6월에는 서울시가 건설폐기물 재활용을 극대화하고 순환골재 의무사용을 확대하기 위해 ‘건축물 및 정비사업(재개발·재건축)의 환경영향평가 항목 및 심의기준’ 고시를 개정하면서 친환경적 자원순환 항목 평가 시 도로의 보조기층용 등 골재 소요량의 50% 이상 순환골재 사용 여부를 확인토록 규정했다.

 정부와 업계의 일련의 노력에도 순환골재의 사용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아직 해결해야 할 숙제가 많다는 지적이다.

재활용에 대한 막연한 부정적 인식과 편견 때문에 순환골재 이용이 좀처럼 확대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9년 기준 전국 골재 수요 2억4,084만7,000㎥ 중 순환골재 사용 비중은 17%(4,091만㎥) 수준에 불과하다.

정부의 재활용 촉진 정책과 업계의 고품질 순환골재 생산노력에도 순환골재 활용 비율은 미미하다는 의미다.

업계 관계자는 “순환골재를 제품으로 볼 것인지 폐기물로 볼 것인지 개념 혼선 문제가 해소되지 않아 사용자들이 순환골재 사용을 더욱 기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원 강릉시 중앙초교 옆 도로개설공사 시 순환골재를 사용해 시공하고 있다.
강원 강릉시 중앙초교 옆 도로개설공사 시 순환골재를 사용해 시공하고 있다.

▲순환골재 관련 규정 정비 시급…품질 및 신뢰도 향상 기대

 순환골재에 대한 활용을 늘리기 위해서는 제품이라는 명시적 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건설폐기물의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와관련, 한국건설자원학회 최연왕(세명대 교수) 학회장은 “순환골재의 폐기물 속성 상실 판단에 대해서는 관련된 폐기물관리법 및 건설폐기물법 등에 제시된 폐기물의 정의 및 용어에 대한 구체적인 판단기준 등을 명확하게 정해야 한다”면서 “특히, 순환골재는 폐기물이 아니다. 유통체계에 대한 명확한 규정 또한 부재해 품질관리 실효성이 저하되고 순환골재 시장 형성이 저해된다는 업계의 목소리에 정부는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최 학회장은 또 “순환골재를 폐기물로 간주할 경우 건설폐기물 제정취지 및 재활용 촉진정책과 상충하게 되며, 순환골재 유통을 제약하기 때문에 재활용 활성화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순환골재 품질 향상 등을 위한 업계의 기술 개발 및 시설투자 동력이 상실되는 원인으로 작용될 수 있다는 것도 고민거리다.

특히, 순환골재가 더 이상 ‘제품’이 아니라 ‘폐기물’이라는 부정적 인식이 확산되면서 순환골재 사용을 기피하는 현상 또한 점점 심화되고 있다.

 이제라도 순환골재 관련 규정을 현실적으로 다듬어야 비로소 품질 신뢰도 향상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국가, 지자체 등 공공기관만을 대상으로 시행되고 있는 ‘순환골재 의무사용제도’를 민간 재건축·재개발 건설현장까지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 만하다.

 최근 이러한 필요성을 감지한 국회에서도 순환골재 개념의 명확화, 사용범위 확대 등을 골자로 한 법안이 발의돼 관심을 모았다.

국민의 힘 박대수 의원은 지난 5월 3일 순환골재에 대한 폐기물 속성 제거 및 건설자원 개념 명확화 등을 위해 ‘건설폐기물의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 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회부하는 등 관련 활동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이번 개정안은 품질기준에 적합한 순환골재는 ‘폐기물’이 아닌 ‘제품’ 개념으로 명문화하고, 해당 순환골재의 품질유지 및 관리 등을 위해 별도의 관리 기준을 마련해 중간처리업자가 이를 준수하도록 했다.

탄소중립 시대에 지속가능한 자원순환 사회 한 축을 담당할 순환골재 사용 활성화를 위한 국회와 정부, 업계간 컨센서스 마련 등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