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에너지경제연구원 임춘택 원장
[인터뷰] 에너지경제연구원 임춘택 원장
  • 조성구 기자
  • 승인 2021.11.11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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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에너지전환 위한 청사진 제시할 것”
에너지경제연구원, 9월 13대 임춘택 원장 취임
탄소중립 신시장 선점 정책구상 및 제언 소임 일익
67명 박사급 연구 인력, 새로운 비전과 정책 대안 제시
정의로운 전환…전통산업 축소로 인한 지원 강화 필요
에너지경제연구원 본사 전경.
에너지경제연구원 본사 전경.

[국토일보 조성구 기자] 고도 경제성장 시기, 1970년대 중후반기에 발생한 두 차례의 석유파동은 독립된 에너지정책연구기관의 필요성을 절감하는 계기가 됐다. 이를 바탕으로 1986년 ‘에너지경제연구원법(대통령령 제11952호)’이 공포되며 에너지경제연구원의 전신인 한국동력자원연구소 에너지정책분소가 독립했고, 현재 에너지경제연구원으로 자리 잡았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이하 에경연)은 설립과 동시에 국가 장기 에너지수요전망을 제시하며 에너지기본계획, 온실가스감축 마스터플랜, 하위 에너지원별 수급계획 등, 국가 차원의 굵직한 중장기 정책 수립 시마다 주도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또한 에너지시장·산업의 선진화와 국가 에너지통계 생산 및 보급, 에너지정책의 국제협력 확대 등을 위해 다양한 연구 역량을 결집하고 있다.

서울 장안동 청사에서 발족한 에경연은 1991년 경기도 의왕청사로 이전한 이후, 2014년 정부의 공공기관 지방이전 시책에 적극 부응해 현재 울산청사로 이전, 우리나라 에너지 정책 연구의 산실이 되고 있다.

에경연은 현재 연구부서로 2개 본부, 2개 센터가 있으며, 2개의 연구지원실이 운영된다. 67명의 박사급 연구 인력을 포함해 총 193명의 직원이 소임을 다하고 있다.

최근 에경연은 임춘택 원장(사진)을 13대 수장으로 맞았다. 국토일보는 임 원장을 만나 에경연의 역할과 에너지산업에 대한 그의 의견을 들었다.

- 에경연 13대 원장으로 취임했다. 소감은.

▲ 2050년 탄소중립이 시대적 과제로 대두된 시기에 국내 최고 에너지정책 연구기관의 기관장이라는 자리는 영예로우면서도 동시에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게 한다. 일찍부터 정책에 관심이 많아 대학 재학 동안 기술고등고시에 합격한 이래, 지금까지 5개 직업을 거쳐왔다.

육군 장교 6년, 국방과학연구소 선임연구원 8년, 청와대 행정관으로 4년, 카이스트와 지스트 등 대학교수로 11년, 에너지기술평가원 원장으로 3년. 총 25년간 공직에서 쌓은 여러 경험은 정책전문가로의 감각을 기를 수 있었던 동시에, 다양한 학문과 분야를 넘어서는 시각을 가질 수 있게 도움을 줬다고 생각한다.

특히 최근에는 정부의 한국형 그린뉴딜 기획에 참여했으며, 현재 탄소중립위원회 에너지혁신 분과위원장을 맡고 있는 등, 에너지전환을 위한 정부의 정책결정에서 역할을 다 하고 있다. 어느 때보다 에경연의 역할이 중요해지는 시기에, 기관장로서 그 동안의 경험과 역량을 십분 발휘해 주어진 시대적 사명과 책임을 성실하게 감당할 생각이다.

- 에너지전환시대를 맞아 에경연의 역할이 중요하다.

▲ 에경연이 설립되던 당시에는 화석에너지를 어떻게 해외로부터 확보해 국내 경제에 안정적으로 공급하는가에 대한 정책 제시가 에경연 연구진의 화두였지만, 이제는 어떻게 화석에너지를 줄여나가면서 우리 경제를 지속가능하게 성장시킬 수 있는가가 우리의 주요 연구 주제가 됐다.

탄소중립을 위한 에너지전환이 세계경제의 메가트렌드로 급부상한 가운데, 연간 5,000조원의 탄소중립 신시장 선점을 위한 주요국들과 글로벌 기업들의 경쟁이 치열하다. 우리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지만, 이를 오히려 새로운 경제 도약의 기회로 삼아야한다. 이 같은 도전은 한국형 그린뉴딜과 같은 정책구상을 통해 현실화될 수 있을 것이며, 그동안 국가 경제와 에너지정책과 관련된 국가적 청사진을 제시해 온 에경연의 역할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우리나라의 유일한 에너지정책연구기관인 에경연은 우리나라의 성공적인 에너지전환을 위해 선도적으로 정책 의제(어젠다)를 개발하고 청사진을 제시할 책무가 있다. 정부 부처 간 이해관계를 넘어 산업계와 국민의 공감대를 이끌어낼 수 있는 정책과 비전을 제시할 계획이다. 부임과 함께 추진하고 있는 탄소중립백서와 그린뉴딜3.0의 밑그림도 그와 같은 실천의 일환이다.

- 탄소중립정책과 원자력, 석탄 등 전통연료 산업 전반의 조율이 필요하다. 어떤 견해인가.

▲ 지금 우리의 거의 모든 정책 어젠다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2050 탄소중립 달성’에 맞춰져 있다. 이를 위해 과감한 사회전반에 걸친 혁신이 이뤄져야 하며, 또한 이미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거스를 수 없는 변화 위에 간과될 수 있는 부분이 바로 전통에너지 산업과 그곳에 종사하는 인력들에 대한 고민이다. 앞으로 상당기간 원자력과 화석에너지는 재생에너지와 같이 가야 한다. 

이 같은 변혁기를 거치는 동안 우리는 에너지전환으로 인해 축소되는 산업과 그곳에 종사하는 인력에 대한 지원을 반드시 강화해야 한다. 이른바 ‘정의로운 전환’이다. 구체적으로, 직업전환 교육훈련이나 산업전환 지원이 필요하다. 예컨대, 원전 부품은 상당부분 조선·해양플랜트·설비 등에 개조·호환과 사용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부품 개조나 규격화 지원사업이 정책적으로 추진될 필요가 있다.

또 하나는 산업 내 전환 정책이다. 즉, 원자력산업은 과거 원전 중심에서, 세계 시장이 훨씬 크고 확대돼가고 있는 방사선산업 중심으로 전환해가야 한다. 이를 통해 원자력분야 대학 교육과 연구 인력을 거의 그대로 보전하면서 신산업으로 옮아갈 수 있다. 화력발전도 석탄화력에서 가스터빈발전으로, 나아가 그린수소나 그린암모니아 혼소발전 등으로 전환해나가면 기존 인력을 최대한 보전하면서도 에너지전환을 달성할 수 있다.

- 우수한 정책 개발을 위한 인재 양성, 글로벌 기관과의 공조도 필요하다.

▲ 연구기관은 인력이 곧 자원이자 경쟁력이다. 에경연은 2020년 글로벌 싱크탱크 순위(TTCSP)에서 에너지·자원분야 4위로 선정되며 세계적으로 연구역량을 인정받고 있다. 에경연은 우수한 인재를 유치하고 세계적인 수준의 전문가로 육성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에너지전환이 화두가 된 이 시대는 그 어느 때보다 학문간 경계를 넘은 ‘융합적 사고와 통합적 문제해결 역량’이 필요하다. 에경연은 경제학 기반의 전공자 중심으로 구성된 현재 연구진들을 융합연구를 통해 새로운 비전과 정책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인재로 전환시킬 구상이다. 이를 위해 외부의 기술·산업·정책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와의 공조와 세미나, 협업 등을 확대해나간다.

또한,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고 있는 에너지 분야 발전 속도와 호흡을 같이 할 수 있도록 해외의 유수 전문가를 활용하는 개방혁신(open innovation)도 강화할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원전건설 문제를 ‘숙의 민주주의’를 통해 결정했듯이, 전문가와 시민들의 집단지성을 에너지 정책연구와 기관운영에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는 대학·연구기관·시민단체 전문가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그들에게 정책연구·자문을 요청하며, 시민대상 공개 세미나·공청회를 활발히 진행할 계획이다.

- 취임사에서 밝힌 혁신TF 가동이 눈에 띈다. 연구원 조직에선 이례적이다. 어떤 방향으로 진행되나.

▲ 혁신TF는 연구원 내의 각 직군·직급·성별·연령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선발된 직원들로 구성됐고 이미 11월 초부터 약 2개월의 일정으로 가동 중에 있다. 이번 TF 운용의 목적은 에너지전환 촉진과 탄소중립 이행에 요구되는 국가·사회적 정책연구 수요에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에경연의 현재 역량을 조직, 제도, 인사 등 다각도에서 검토하고 중장기 발전방향을 도출하는 것이다.

논의되고 있는 구체적인 의제로는 연구원 현행 연구조직 체계 개편 및 발전 방향, 연구 생산성 및 행정업무의 효율성 제고를 위한 제도개선 사항, 연구역량 강화를 위한 인적 체제(직급 및 인력 구조 등) 개선방안 및 조직 구성원 역량 강화, 온라인 비대면·모바일·클라우드 환경하의 혁신적인 연구·업무 방식 모색, 정부출연금 비중 상향 방안 등을 통한 재정 확충방안, 성과 확산을 통한 연구성과의 국가·사회 발전 기여도와 연구원의 대외 위상 제고 방안 등이 있다.

- 정부가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상향했다. 달성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 에너지소비가 정점을 지난 여타 선진국과 달리 아직 에너지소비의 피크(Peak)가 지나지 않은 우리나라가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를 감축하겠다는 목표는 매우 도전적인 목표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2050 탄소중립을 지향하는 새로운 글로벌 경제질서 변화에 발맞춰 대응하기 위해서는, 40% 감축은 반드시 도달해야 하는 지향점인 것도 분명하다.

탄소국경조정세, RE100 등 우리의 수출 무대인 유럽을 중심으로 세계적 환경규제가 강화되고 있으며 새로운 친환경 시장은 성장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즉, 에너지전환과 2050 탄소중립은 환경을 위해서도 중요하지만 국내 기업과 경제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국제사회의 움직임에 선제적으로 동참해 우리 경제의 기반을 속히 ‘탄소중립화’해야 한다. 우리가 선진국에 비해 에너지전환이 뒤쳐질 때, 발생할 수 있는 국내 기업의 손실과 좌초자산에 대해서도 심각하게 고민해야한다.

무엇보다 경제·사회 전반의 대변혁을 가져올 에너지전환에 대한 사회적 공감이 중요하다. 에너지전환은 에너지공급의 탈탄소화와 수요관리를 통한 에너지소비량 감소를 병행해, 에너지시스템과 제도 전반을 환경 친화적인 구조로 바꿔나가는 것이기에 국민들이 동참해야 달성이 가능하다.

정부와 기업, 국민 모두가 각 분야에서 에너지전환을 위한 혁신적 사고와 실천을 이뤄 나간다면, 2030년 40% 감축이라는 NDC 목표도 실현 불가능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