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해체공사, 관행부터 해체하자
[기자수첩] 해체공사, 관행부터 해체하자
  • 김준현 기자
  • 승인 2021.11.11 10: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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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4월 제정된 ‘건축물관리법’을 통해 ‘철거공사’가 ‘해체공사’로 명문화됐다. ‘철거공사’는 사전적 의미로 건물 따위를 무너뜨려 없애거나 걷어치우는 공사를 말한다. ‘해체공사’는 “여러 가지 부속으로 맞춰진 부품 따위를 풀어 흩어놓는다”는 뜻을 갖고 있다.

철거와 해체. 단어만 바꿨지만 의미만으로도 진지함의 무게가 사뭇 다르다. 철거는 단순히 건물을 헐어버린다는 느낌이 강하고, 해체는 건축물을 순차적으로 분해한다는 의미에서 ‘기술적 공법’ 이미지가 느껴진다.

광주 학동 건축물 붕괴사고는 ‘해체’가 아닌 ‘철거’였다. 보통 해체공사는 고층에 탑재한 중장비를 통해 위에서부터 아래로 순차적 해체하는 ‘탑다운’ 공법을 활용한다. 그러나 광주는 아래층부터 철거를 시작했다. 쌓아올린 흙 위에 중장비를 올리고 작업하다 보니 토사와 장비가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건물이 무너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부에선 지난 8월 해체계획서 작성 자격기준을 신설하고, 상주 감리원 배치 의무화를 규정했으며, 착공신고제 도입, 공법 변경허가 승인 및 영상촬영 의무화, 처벌기준 상향 등 해체공사에 대해 갖가지 강력한 법적 규제에 들어갔다.

그럼에도 ‘철거공사’가 익숙한 현장은  아직도 상황 파악을 못하는 분위기다. 지난달 국토부가 점검한 해체공사 32곳 현장에서 해체계획서 작성 부실 등 총 69개 위반사항이 적발된 바 있다. 해체공사에 대한 제도개선 및 기술력 확보 등 대대적 홍보가 절실한 시점이다.

다행히 최근 국회에서 열린 해체산업 관련 토론회가 해체공사에 대한 이해도를 넓혔다는 평가다. 이 자리에서 저가수주 방지를 위한 분리발주나 기술자 자격 강화 등의 공통 목소리가 나왔다. 또 빌딩 포렌식을 이용한 역설계, 친환경 건설절단공법 등 다양한 기술적 방안이 제시된 것도 고무적이다.

국회가 문을 열었고 학회와 업계가 방향을 제시했고 국토부가 들었다. 이 자리에서 제시된 다양한 방안들이 추후 검토되지 않으면 이는 직무유기다. ‘철거공사’가 ‘해체공사’로 이름만 바꾼 것에 그치지 않으려면, 관행부터 순차적으로 해체해 나가야 할 것이다. 그래야 '안전강화'라는 튼튼한 건축물을 새로 건설할 수 있다. 그것이 지난 6월 광주에서 잃은 9명의 생명을 헛되이 하지 않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