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멀쩡한 국산을 중국제로 표시하라 압박하는 희한한 국회의원과 조선일보
[기고] 멀쩡한 국산을 중국제로 표시하라 압박하는 희한한 국회의원과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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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11.11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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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식 한국태양광산업협회 상근부회장

홍길동. 이력서 양식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이름이다. 취업하기 위해 이력서를 여기저기 넣어보는 취준생들이 참고하는 이력서, 자소서 양식에 빠지지 않는다. 초등학교 교과서에 등장하는 영희야 철수야 만큼 친숙하다. 아마도 한국인의 DNA에 각인된 이름일 것이다.

친숙한 이미지와는 달리 사실 홍길동은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도 못한 비운의 아이콘이다. 봉건시대 적서차별(嫡庶差別)의 설움이 화인처럼 박힌 이름이다. 아버지의 자식인데도 서출(첩의 소생)이라는 꼬리표 때문에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는 아픔, 그 비애는 말로 형용할 수 없었을 것이다.

최근 봉건시대 홍길동이 느껴야 했을 비애를 절감하고 있다. 필자뿐만 아니라 태양광산업계 전체가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국민의힘 한무경 국회의원은 소위 ‘태양광 모듈 원산지 표시법’을 대표발의하고, 같은 당 윤영석 의원은 새만금에 설치한 한국산 모듈을 왜 중국산으로 표기하지 않냐고 따지고, 조선일보는 이를 대서특필해 새만금 국가사업이 중국제로 뒤덮이고 있다며 정부 재생에너지 정책 때리기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한무경 의원은 태양광산업과 시장을 위해 법안을 발의한다고 하면서 정작 태양광산업계, 협회와는 일언반구 논의나 의견수렴도 없었다. 정치인과 국회의원이라면 현장과 이해관계자의 어려움에 귀기울이고 이들의 아픔을 온몸으로 느끼며 문제해결적, 미래지향적 법안을 만들어야 하지 않은가. 아직도 법안을 책상머리에 앉아 뚝딱 만들어내는 일방통행 능력에 그저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뿐이다. 

윤영석 의원은 태양광산업의 진화와 트렌드에 대한 이해는 고사하고 셀이 중국제이니 국산모듈도 중국제로 표기하라고 질타한다. 그런 논리라면 인텔 CPU를 쓰는 삼성 스마트폰을 미국제로 표기하라 왜 강력히 주장하지 않는지 모르겠다. 왜 중국산 LCD 사용한 한국TV를 중국제로 표기하라고 질타하지 않는 이유를 모르겠다. 국회의원의 권능을 자국 산업을 보호하고 육성하는 데 쓰지 않고, 국내 태양광산업을 깎아내리고 비하하는데 사용하는 그 기발함에 그저 감탄이 절로 나온다. 

조선일보는 국민의힘 한·윤 두 의원이 만든 약을 제대로 검증하기는커녕 큼지막한 좌판을 벌여 약장사에 나서고 있다. 흡사 실험실에서 폐기된 약품을 국민들에게 임상실험 하는 격이다. 국내 산업이야 무너지든 망가지든 하나도 신경 안 쓴 채, 태연하게 정부 정책 비판의 호재로만 활용하는 탁월한 능력에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두 분 의원께 요청드린다. 제발 정신 좀 차리시기 바란다. 그게 정 힘들다면 그냥 가만히만 계셔주시라. 그게 10년 넘게 중국과 사투를 벌이고 있는 한국태양광산업계를 도와주는 것이다. 크게 도와주는 것이다. 좀이 쑤셔서 정 그렇게 하기 힘드시다면 호연지기도 기를 겸, 맑은 바람 좀 쐴 겸 산행이라도 하시길 제안드린다. 

조선일보께 요청드린다. 정론직필까지는 바라지 않는다. 공정성, 공익성, 객관성까지도 바라지 않는다. 그저 태양광에 대한 왜곡보도만 하지 말아 달라. 그 정도만 해도 우리는 진심 감사하게 생각할 것이다. 만약, 만약 그것마저 지키기 어렵다면 그냥 과감해지기 바란다. 당당하게 커밍아웃 하길 추천드린다. 이익단체 또는 정치단체로 열심히 활동하길 바란다.

언제까지 우리 태양광산업계가 어처구니없는 논리와 황당한 주장에 계속 피해를 봐야 한단 말인가. 3~4년간 도돌이표처럼 되풀이되는 이 행태를 더는 묵과하지 않겠다.

마이 묵었다 아이가. 마, 쫌, 그만하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