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건축구조 기술용역 적정대가 마련 절실하다
[기고] 건축구조 기술용역 적정대가 마련 절실하다
  • 국토일보
  • 승인 2021.11.02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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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용섭 (주)사림엔지니어링 대표이사
사)한국건축구조기술사회 전임 부회장

지난여름 공정거래위원회가 건설기술 용역시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사)한국건축구조기술사회를 경제사범으로 호도한 적이 있다.

건설기술 용역시장의 공정거래 관련 중대 위법사항을 통지하고 건축구조기술회 운영을 버겁게 만드는 과도한 과징금을 부과토록 한 것이다.

공정위는 건축구조기술사회에 “용역의 가격 기준을 정하여 준수하도록 함으로써 건축구조 기술용역 시장에서 경쟁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행위를 다시는 하여서는 안 된다”고 적시하고, 시정명령(향후 행위 금지명령 및 구성사업자 통지 명령)과 사업자 단체에 가할 수 있는 법정 최고액 5억 원을 과징금으로 부과토록 했다.

공정위 법정 최고액 과징금 부여가 "자유시장, 자유경쟁'이라는 우리 사회의 근본정신을 넘어설 정당성을 가지고 있는가? 과연 누구나 공감하고 인정하는 실질적인 공정함인가? 특히 공정위 헌법이 부여한 시대적 사명인 공정경제 실현을 위한 것인지" 되묻고 싶다.

공정한 시장경제 질서 확립이 공정위의 존립 목적이라 하지만, 시장 질서에 실제적 영향을 가하지 않은 행위들을 과하게 단죄하는 건 분명 시장의 역동성을 해칠 뿐만 아니라 공정함과는 거리가 먼 처사라 본다.

죄를 물을 때도 법 문구에 우선하기보다, 법・제도적 기반과 사회적 요구 간의 시각차를 인정하고 풀어나가는 것이 순리이고, 공정함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왜 공정위는 과징금 부과없이 시정명령만으로도 충분한 제재 효과를 거둘 수 있는데, 법정 최고액을 부과해 건설 기술용역시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사업자 단체에 회복하기 쉽지 않은 재정적 어려움을 주는가?

기술용역 대가 기준 마련(안)은 “우리가 노력한 만큼의 합당한 몫을 받아내자”, “건축설계에 있어서 구조설계가 책임지고 담당하는 부분에 대해서 적절한 용역대가가 있어야 한다”라는 모든 회원의 공감대에서 출발했다.

이로 인한 자유시장 경쟁 질서가 제한되지도 않았고, 시장 가격 결정에 미친 영향 또한 미비했으며, 공정한 시장경제 질서를 어지럽혔다고 보기도 어려운 사안이었다. 또한 그로 인해 우리회 회원이 어떠한 경제적 이득도 얻지 않은 상황에서, 시정명령만으로도 충분한 것을 과징금까지 부과한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처사였다.

마이클 샌델은 “정의란 무엇인가”에서 우리가 ‘과연 정의로운가를 묻는 것’은 우리가 소중히 여기는 것들, 이를테면 소득과 부, 의무와 권리, 권력과 기회 등이 ‘어떻게 분배되는가를 묻는 것’과 동의어라고 했다.

권리, 소득, 기회 등 사람들이 원하는 것들이 그것을 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들에게 돌아가도록 하는 것이, 각자에게 마땅히 받아야 할 것을 주는 것을 정의라고 본 것이다.

정의로운 사회는 이것들을 올바른 방식으로 분배하려 노력해야 한다. 다시 말해 개인에게 정당한 노력의 대가로 합당한 몫이 돌아가게 하는 것이 정의로운 국가의 책무가 아닌가?

“왜! 건축기술용역 시장에서 우리 건축구조기술사들은 우리가 노력한 만큼 합당한 몫을 받지 못하는가?”라는 오래된 의문에 대한 집단적 노력이 우리회의 ‘건축구조 기술용역 대가 기준’이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은 과징금 부과와 시정명령으로 좌절됐다.

건축구조기술사의 건전한 육성과 건축설계의 품질 보장을 위해, 하루빨리 건축구조설계에 대한 대가 기준 마련이 돼야 한다.

자유시장 질서에 맡기다 보니, 건축사의 우월한 시장 지배력은 건축 기술용역 대가를 수 십 년째 제자리걸음으로 만들고 있는 등 그 한계가 명백하게 보이고 있다. 그 결과 이 분야 지원자를 감소케 했으며, 현재 인재 채용의 어려움은 현실로 다가왔다.

또한 구조설계 분야 기술 투자 및 개발 분야도 답보상태라 파악된다. 인재육성과 구조설계 분야 기술향상을 위해서도 하루빨리 정부가 나서서 절충점을 찾아 주어야 한다. 이런 정부의 적극적 개입은 현재 건축구조설계 시장의 역동성을 해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촉진할 수 있을 것이라 본다.

현재 건축사는 건축설계 업무 대가를 “공공 발주사업에 대한 건축사의 업무 범위와 대가 기준”국토교통부 고시로 일정 부분 보호받고 있다. 형평성 차원에서라도 국민안전의 파수꾼 역할을 자임하는 건축구조기술사 업무 대가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자유주의적 관점에서 국가의 시장개입을 필수적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현실을 방치하는 것은 국가의 목적에 반하는 것은 아닌가? 국가가 결과의 격차를 사후적으로라도 보정할 필요는 있다.

건축구조기술사들은 시정명령과 과징금 납부라는 억울함과 인재채용의 어려움에 대한 상황변화가 없다면, 더 깊은 좌절을 맞을 것이다.

“적정기술용역 대가 마련”을 위한 관련 주무 부처의 관심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