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일보 현장 25時] 30년 경과한 1기 신도시, 외면당해서는 안된다
[국토일보 현장 25時] 30년 경과한 1기 신도시, 외면당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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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10.26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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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석 국토일보 건축부문 전문기자 / 건축사 / (주)애드건축사사무소 대표이사

30년 경과한 1기 신도시, 외면당해서는 안된다

이 종 석 대표이사
이 종 석 대표이사

‘천당 아래 분당’이라는 말이 유행하듯이 신도시의 위상이 높았던 때가 있었다. 지금도 신도시에 대한 열망은 계속 이어지고 있는 듯하다. 정부는 계속해서 3기 신도시까지 계획하고 진행하고 있으니 아직 신도시의 인기가 식지는 않은 모양이다.

우리나라의 신도시 건설능력은 해외로 수출할 만큼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것도 분명하다. 그럴만한 것도 이미 한국의 신도시 건설에서 큰 성공을 거둬 국민들에게 인정받았으니 말이다.

이러한 신도시 건설의 신화는 치밀한 사업계획과 추진력, 무엇보다도 놀라운 사업진행 속도에서 잘 보여주고 있다. 특히 아무것도 없는 지역에 철도, 도로, 상하수도, 에너지 등의 도시 인프라와 많은 주거문제를 일시에 해결할 수 있는 신도시 건설 노하우는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우리의 자랑거리이다.

그렇지만 우리나라가 신도시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이 정부의 탁월한 능력에서 비롯된 것이라고만 볼 수는 없다. 신도시가 감히 천당과 비교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신도시 주민들의 많은 희생이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압축 성장을 펼치던 시기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의 심각한 주택수요를 해소하기 위해 정부는 200만호 건설정책을 추진했다. 당시 분당과 평촌, 일산, 산본, 중동의 1기 신도시가 건설되기 시작했으며, 추진은 속전속결이라 할 만큼 대단한 속도로 진행됐다.

이중 분당 신도시는 1989년에 시작, 2년만인 1991년 입주를 시작했으니 놀라운 속도가 아닐 수 없다. 당시 인력난과 건설 자재난은 심각했다. 누구나 허리에 못주머니만 차면 목수가 돼 현장에 투입된다 했고, 골조공사의 원자재로 쓰이는 모래가 부족하자 바다에서 채취한 모래를 제대로 씻지 않고 사용하기 일쑤였다. 그 결과 이때 지어진 신도시 아파트에는‘부실공사’의 꼬리표가 따라 붙기 시작한 것이다.

한편 신도시에 입주한 주민들은 엄청난 불편과 고통을 예상하지는 못했다. 무엇보다도 도시 인프라의 부재가 가장 큰 원인이었다. 지하철은 물론 교통수단이 갖추어지지 않음은 물론, 학교, 병원, 쇼핑, 관공서 등의 기반시설이 부족한 상태에서 주민들은 참고 견뎌야만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0년이 지난 요즈음 1기 신도시는 명품도시로 발전했다.

그러나 지금의 신도시 상황은 달라지고 있다. 도시와 건축이 30년이란 세월에 이렇게 무력해질 수 있을까 의심이 될 정도로 그 노후화 속도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이보다도 훨씬 오래전에 지어진 서울의 아파트 단지도 이렇게 노후화가 심하지는 않을 것이다.

지하주차장 바닥은 1년 내내 물이 스며 나오고 있으며, 천정에서 떨어지는 석회수로 인해 많은 주차구획에는 주차금지 표시판과 말뚝이 박혀있는 경우를 볼 수 있다. 또한 아파트의 벽면은 수없이 많은 균열과 그 틈을 타고 유입되는 빗물로 불편을 겪고 있다.

1기 신도시, 우리나라의 어느 도시의 주거공간보다도 새롭고 참신한 노력이 무색하게 늙어가고 있는 모습을 보면 안타깝기만 하다.

이제 변화의 시도를 할 때다. 30년이 경과한 지금, 1기 신도시는 어떠한 변화의 노력을 하지 않으면 그 위상은 추락할 수밖에 없다. 이런 변화의 노력에는 국가의 노력도 반드시 필요하다. 그 이유는 신도시의 탄생이 국가정책에 의한 것이기 때문이다. 즉, 재건축이건, 리모델링이건 국가가 1기 신도시 건설을 추진할 때와 같이 미래 플랜을 제시해야 한다.

주민을 비롯한 지자체에서 추진하기에는 한계점과 장애요인이 존재할 수 있다. 일관되고 주민들의 많은 지지를 받을 수 있는 방안이 만들어 질 때 신도시의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 국가가 앞으로 계속 추진돼야 할 신도시 개발에 대해 국민들의 긍정적인 지지를 얻기 위해서도 1기 신도시에 대한 향후 대책이 필요한 이유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