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일보 현장 25時] 누더기 중대재해처벌법, 누구를 위한 법인가
[국토일보 현장 25時] 누더기 중대재해처벌법, 누구를 위한 법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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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10.15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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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명기 안전 전문기자/ 공학박사/안전기술사/안전지도사

중대재해처벌법, 인명 보호 및 산업재해 감소 역부족
실질적 예방 위한 조치보다 형사처벌 회피가 주된 관심사
기업 스스로 재해 줄일 수 있는 방법 원점에서 강구 필요

최명기 안전 전문기자/ 공학박사/안전기술사/안전지도사.

내년 1월 27일부터 시행될 중대재해처벌법은 누구를 위해 만들어진 법인지 전혀 모르겠다. 경영계나 노동계, 그리고 안전관리 업무를 실질적으로 수행하는 안전관리자로부터 외면받는 법은 의미가 없다고 본다.

‘중대산업재해’와 ‘중대시민재해’로부터 인명을 보호하기 위해서 제정됐다는 중대재해처벌법은 과연 그 역할을 다할 수 있을까? 안전전문가 입장에서 보았을 때 일부 이익집단의 시장만 창출할 뿐이지 실질적인 인명을 보호를 하고 산업재해를 감소시키기에는 부족하다고 본다.

산업재해의 85%를 차지하고 있는 5인 미만 사업장이 제외됐고, 50인 미만 사업장은 3년 후에 시행하도록 돼 있어 실질적인 산업재해감소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중대산업재해 발생 시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업주와 경영책임자를 형사처벌해 중대산업재해와 중대시민재해를 줄이고자 제정된 법이다.

그러나 최근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시행령은 사업주와 경영책임자의 의무 이행과 책임 범위 설정이 명확하지 않아 기업들의 대응을 위한 불확실성은 더욱 커진 상태이다.

만약 사고가 발생하게 되면 사고원인과 경영책임자의 고의성이나 인과관계를 놓고 다툼의 여지가 발생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기업들은 실질적인 사고예방을 하기 위한 조치보다는 오직 “우리 회사 사장님이 처벌을 안 받게 할 수 있느냐”가 주된 관심사가 돼버렸다.

이러한 이유로 기업들은 사고 예방을 위한 안전보건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필요한 실질적인 안전전문가는 배제한 채 단지 대형로펌의 문만을 두드리고 있는 실정이다.

중대산업재해를 감소시키기 위해서 기업들이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하는 것은 꼭 필요한 일이다.

사업주나 경영책임자가 안전보건에 대한 목표와 경영방침을 설정하고 안전보건에 관한 전문인력 확충과 본사에 안전보건 전담조직 구축도 필요하다. 또한 안전 및 보건에 대한 대폭 증액된 예산편성과 집행도 필요하다.

여력이 있는 대기업은 스스로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하고 여력이 다소 미흡한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정부나 관련단체에서 안전보건 컨설팅이나 기술지원 실시를 통해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하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 .

그러나 중대산업재해를 실질적으로 감소시키기 위해서는 중대재해처벌법에서 제외되어 있는 5인 미만 사업장이나 소규모 건설공사 현장에 대한 대책마련이 없이는 절대 불가능한 일이다.

소규모 건설공사 현장은 일용직 근로자들이 대부분이고 영세 소규모 업체들이 암묵적으로 불법 하도급 공사를 수행하고 있는 실정이다. 공기는 짧고 공사비는 부족한 영세한 건설현장이다 보니 일용직 근로자들에 대한 안전교육 또한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지 않는 실정이다. 위험한 작업의 경우 표준안전작업수칙을 지킨다는 일은 그저 꿈에 불과한 언감생심일 뿐이다.

중대산업재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영세소규모 건설현장의 특징을 이해하고 이에 대한 실질적인 안전관리 방안 마련 없이는 요원한 일이다.

형사처벌이라는 미명하에 중대산업재해를 줄이겠다는 발상은 자유 시장 경제체계에서 도무지 이해하기 힘든 조치이다. 기업은 이익에 따라 움직이는 조직이다. 기업에 미치는 손해보다는 이익이 발생하는 구조라면 그 방향으로 움직일 것이다.

고용노동부나 국토교통부 등 정부에서는 기업이 스스로 중대산업재해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원점에서 강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