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기물재활용산업’ 해법 마련 시급하다
‘폐기물재활용산업’ 해법 마련 시급하다
  • 국토일보
  • 승인 2012.04.27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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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자원협회 박정호 기획실장

 건설자원협회 박정호 실장
건설폐기물 재활용업체들이 수난시대를 겪고 있다. 심각하게 표현하자면 과히 ‘동네북’ 수준이다.

건설폐기물을 재처리 해 순환골재를 생산하는 업체의 경우 그 생산기술과 사업장 환경관리가 세계적 수준에 이르렀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한다.

하지만 천연골재를 대체하는 고품질의 순환골재를 생산하고 있다는 자부심은 고사하고 ‘환경 유해시설’ 또는 ‘혐오시설’로 낙인찍히고 있다.

경기도 고양시에 위치한 I업체의 경우 친환경 자원화시설로서 매년 국내외 전문가 및 각국 정부관료들이 국내 환경견학 코스 중 필수적으로 방문하는 업체다. 

그러나 이 업체에서 약 1Km 정도 떨어진 곳에 7,000여 세대 규모의 대단지 아파트가 입주를 하면서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이 업체 울타리 인근에서 발견된 폐슬레이트 조각을 수집해 조사해 보니,  1급 발암물질인 ‘석면’이 검출됐다고 한다.

이제 막 개교한 Y초등학교 학생 100여명(약 20%)은 석면이 날리는 환경에서 공부할 수 없다는 부모의 원성에 등교까지 거부하게 됐다.

이 학교 학생들은 부모들 손에 이끌려 온갖 섬뜩한 구호가 적힌 피켓을 뒤로하고 시위에 참여했고, 이같은 사진은 여과 없이 신문지면과 방송을 통해 보도됐다.

상당수의 방송과 신문에서도 업체 인근에서 발견된 석면의 유해성을 심각하게 다뤘으며, 관련 전문가 인터뷰에서도 석면은 암을 유발할 수 있는 무서운 물질이라고 앞 다퉈 보도하기에 이르렀다.

지난 4.11 총선에 출마한 여야 후보들도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이 업체의 이전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국내 최고의 친환경시설을 자랑하는 업체가 폐석면을 처리하는 업체로, 비산먼지를 발생시켜 인근지역을 오염시키는 부도덕한 업체로 낙인찍히는 상황이다. 따져보면, 울타리 밖에서 발견된 슬레이트 조각이 문제를 일으킨 것이다.

이 업체에 반입되는 건설폐기물에 폐석면 물질이 혼합돼 있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그러나 폐석면 물질에 대한 관리는 폐기물 배출단계에서 엄격하게 관리되고 있다.

건축물 또는 구조물을 해체하는 단계에서부터 2중, 3중으로 관리가 되고 있어 건설폐기물처리업체로 반입되는 것은 원천적으로 차단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세계 최고품질의 순환골재를 생산하기 위한 여러 공정에서 비산먼지는 철저하게 관리되고 있다. 

이러한 보도가 이어지고, 초등학교 학생들 조차 등교거부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고양시청 공무원들은 주야간 할 것 없이 이 업체에 상주하다시피 하며, 비산먼지를 점검하고 있다. 

심지어는 건설폐기물에 혼합돼 반입될지도 모를 폐석면 물질을 확인하기 위해 집게를 들고 보관장 이 곳 저 곳을 수시로 점검하고 있다고도 한다.

또한 업체 인근 지역 곳곳에 미세먼지 측정기를 설치해 비산먼지 농도를 실시간으로 측정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5일 지역일간지에 보도된 내용에 따르면, 해당 업체가 위치하고 있는 지역의 미세먼지 농도가 관내 다른 지역에 비해 훨씬 적게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이어 지난 8일에는 경기도의 특별지시로 경기도보건환경연구원과 고양시가 해당 사업장내 석면발생여부를 정밀조사한 결과가 발표됐는데, 15년을 운영한 업체 곳곳에 쌓인 먼지를 채취해 분석한 결과, 석면물질과 중금속은 검출되지 않았다고 한다.

석면의 유해성을 보도하던 각종 매체들은 이러한 경기도의 발표를 애써 외면하고 있는 모양새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이 업체는 약 3개월 이상 막대한 영업손실을 겪고 있고, 환경유해시설로 혐오시설로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으며, 아직도 주민들은 이 업체의 이전을 촉구하며 언제든 등교거부 움직임을 되풀이 할 분위기다.

경기도 남양주시에 소재한 업체 두 곳도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다.

각종 개발사업으로 업체 인근으로 까지 주거단지가 형성됨으로써 15년 이상 한 자리에서 영업을 하던 업체는 각종 민원에 시달리며 당장 쫒겨날 처지에 있다.

보상은 커녕 자비 수십억 원을 들여 이전을 하려 해도 마땅한 부지를 고르지 못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결국 내가 살고 있는 땅에 폐기물처리시설 설치는 안 된다는 민원이 문제다.

한 업체는 이전을 위한 부지선정 과정에서 지방자치단체와 약 6건의 소송을 했으며, 현재도 두 건의 소송을 진행중에 있다.

이전을 위한 부지선정과 소송과정에 들어간 비용만 10억원대에 이른다고 한다.

그러나 부지 이전은 난망하고, 지역 주민들과의 끝나지 않은 전쟁 속에서 하루하루 힘겹게 영업을 계속하고 있다는 하소연이다.

일련의 문제는 위에서 언급된 업체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국 400여 업체가 공통적으로 겪고 있고, 앞으로 겪게 될 문제임에 틀림없다.

열악한 사업 여건 속에서도 자부심을 갖고 친환경 사업장 운영에 최선을 다하는 전국 관련 업체 종사자들의 그늘진 얼굴이 처량해 보인다.

그렇기에 건설폐기물재활용 집단화시설의 설치, 특화단지의 조성, 더욱 철저한 사업장 환경관리 등의 해법 마련이 시급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