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리뷰] 말년꼬장
[기자리뷰] 말년꼬장
  • 이경운 기자
  • 승인 2021.09.10 08: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생태 교란종은 자연계의 질서를 어지럽힌다. 이들이 뿌리내리면 제2 제3의 문제를 야기하며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을 만든다. 작금 부동산시장에서 정부의 정책이 그렇다.

정권 초기부터 고집스럽게 펼쳐온 수십 가지 부동산 정책. 이것이 시장의 ‘교란종’으로 자리 잡았다. 이로 인해 야기된 집값·전세값 폭등은 서울과 경기도를 넘어 전국으로 번졌다.

정부는 뒤늦게서야 공급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에 귀를 열었다. ‘공급은 부족하지 않다’며 우겨대던 아집을 철회해줘 고마웠다. 그러나 고마움도 잠시, 가장 파급효과가 큰 서울에서 가장 적은 물량을 제시하며 시장의 비웃음을 샀다. 그마저도 급히 내놓은 공급계획에 문제가 드러나자 슬그머니 수치를 줄였다. 3기 신도시 등 경기권의 굵직한 공급도 빨라야 5년 후 가시화돼 해법이 되기에는 부족했다.

이제 시장은 막나가고 있다. 오죽하면 경제부총리가 나서 고점을 언급한 8월 집값이 15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그럼에도 정부는 끝까지 해볼 모양이다. 문대통령이 “우리 정부는 말년이 없다”고 말한 것처럼 교란종으로서의 역할을 이어가고 있다.

말년의 화두는 ‘금리 인상’과 ‘대출 규제’. 코로나를 극복하기 위해 시중에 풀었던 돈을 회수하고, 대출을 막아 집을 못 사게 한다.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처방이며, 명백히 반 시장적 행태다. 집이라는 안전한 담보의 가치를 겨우 40%만 인정해주더니 이제 한 푼도 빌릴 수 없게 만들었다. 정작 정부는 코로나 위기를 극복한답시고 4년 동안 국가부채를 363조원이나 늘렸으면서 말이다.

정부의 말년 교란행태는 빈익빈 부익부를 한껏 가속화시킨다. 한 예로, 광교의 마지막 로또단지 ‘힐스테이트 광교중앙역 퍼스트’는 중도금대출을 받을 수 없게 됐다. 시세차익이 최소 8억원 이상 기대되는 알짜로, 서민들에게 내 집 마련과 자산증식의 꿈을 이룰 실현가능한 로또였다.

이제 이곳은 현금부자들만의 잔치가 됐다. 당당히 은행에서 대출받을 수 있던 서민이 ‘교란종’에 치여 기회를 잃게 됐다. 이러한 곳들은 분양단지에서 임대로도 확대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전세로 살며 내 집을 마련한 서민이 계약만료 후 자기집에 입주할 때에도 문제가 생긴다. 전에 없던 계약갱신청구권을 빌미로 세입자가 시간 끌기에 나설 여지가 생겨서다. 자칫 퇴거일과 입주일을 맞추지 못하면 낭패다. 급전이 필요한데 은행은 정부의 눈치를 보느라 대출을 거절한다. 결국 서민은 고금리 금융을 이용하는 고통을 겪게 된다.

국책연구기관(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국토연구원, 주택금융연구원) 마저도 정부의 교란행위를 지적했다. 정부가 과도하게 개입해 시장의 균형을 왜곡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정책수단간 충돌이 빈번하게 일어나 공급이 줄고 가격이 오르는 피해가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코로나19 시대. 국가마저도 확장적 재정을 펼쳐야 할 위기의 시대. 서민들은 멀쩡한 담보로 대출받지도 못하는 시대. 집값을 잡겠다고 서민 초가삼간을 불태우는 시대. 죽비로는 명백히 부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