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안전관리계획서, 대행업체에 맡길 일인가
[기자수첩] 안전관리계획서, 대행업체에 맡길 일인가
  • 김준현 기자
  • 승인 2021.08.27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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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공사 착공 전 작성하는 안전관리계획서가 계획서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못 하고 있다는 제보가 들어왔다. 대행업체가 작성하는 안전관리계획서가 현장 적용에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일부 전문성 없는 대행업체 직원이 ‘복붙’(복사 붙여넣기)을 한다거나, 안전관리계획서를 작성한 업체가 검토 도장까지 직접 찍는 경우가 있다고 하니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또 이렇게 작성된 계획서는 현장에서 활용되지 않고 사무실 서랍으로 직행한다. 심지어 계획서를 구경조차 못한 현장도 있다고 한다.

안전관리계획서 작성 주체는 시공사다. 안전관리비로 계상이 가능하기에 비용문제는 부담이 없다. 다만 이 계획서는 감리를 거쳐 발주처(인허가관청)에게로, 또 발주처는 국토안전관리원에 의뢰해 별도로 안전관리계획서를 검토 받고 최종 승인하는 복잡한 프로세스를 거친다.

계획서는 당연 한 차례 만에 승인나지 않고 3~4차례 걸쳐 조건부로 통과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렇듯 시공사는 제대로 된 인력풀도 없고 시간도 부족하기에 사전안전관리계획에 집중하기 힘들다. 게다가 유해위험방지계획서까지 작성해야 하니 시공사는 대행업체를 활용하는 것이 당연 효율적이다.

물론 전문성 뛰어난 대행업체에게 맡긴다면 문제될 것도 없다. 그러나 시공사는 현장의 다양한 변수로 인해 계획서의 실효성을 의심한다. 계획서 작성이 단순 요식행위이자 밀린 숙제 처리하듯 쳐내는 작업이라 여기는 현장도 있다. 저가로 처리할 일을 굳이 비싸게 처리하겠느냐 이 말이다.

일부 현장이 이런 마인드를 지속 갖춘다면 건설현장 사망사고는 절대로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에 시공사가 직접 계획서를 작성해야 함이 옳지 않나 싶다. 기자들의 취재계획서도 그렇지만, 자기의 계획서는 보통 본인이 짠다.

안전관리계획서 역시 계획서다. 남이 짜준다면 그건 지침서지 계획서가 아니다. 대형건설사 안전관리자 역시 웬만하면 안전관리계획서는 시공사가 직접 작성해야 한다는 것에 동의했다. 학회에서도 시공사가 직접 계획서를 짜야 하는 게 맞는다는 분위기다.

다만 대행업체에 맡길 수밖에 없는 중소 시공사들이 너무 많다. 그들은 적어도 안전관리계획서를 ‘직접’ 작성한다는 마인드로 대행업체에 맡겨야 계획서가 형식 서류로 남지 않고 현장에 쓰일 수 있다. 실천 없는 계획서는 그저 종이쪼가리일 뿐이란 걸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