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 체감온도가 기온보다 상승 빨라… 최근 폭염 더 고통스럽다”
“더위 체감온도가 기온보다 상승 빨라… 최근 폭염 더 고통스럽다”
  • 하종숙 기자
  • 승인 2021.08.19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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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EC기후센터-부산大 공동연구팀, 공동연구논문 발표… 미국 기상학회지 게재

체감온도, 기온․습도가 좌우… 한반도 더위 체감온도 간 관계 밝혀
기상청, 지난해 5월부터 ‘일(日) 최고 체감온도’ 반영해 시범운영

APEC기후센터 이현주 박사
APEC기후센터 이현주 박사

[국토일보 하종숙 기자] 사람이 느끼는 더위 체감온도가 기온보다 빠르게 상승, 최근 한반도에 몰린 폭염이 더 고통스러웠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APEC기후센터(원장 권원태, APCC)는 부산대학교(총장 차정인)와 공동연구팀이 발표한 연구논문(주저자 APEC기후센터 이현주 박사) ‘한반도 여름철 더위 체감온도(기온과 습도의 복합적인 영향으로 인간이 실제 느끼는 온도)의 변동성과 이와 연관된 대기순환 패턴(변화 양상)(Human-Perceived Temperature Change in South Korea and Their Association with Atmospheric Circulation Patterns)’이 2021년 미국 기상학회지(American Meteorological Society Volume 34: Issue 4)에 게재됐다고 19일 밝혔다.

공동연구팀은 이번 연구논문에서 1981년부터 2018년까지 연도별 여름의 기온과 습도를 복합적으로 고려, 폭염이 사람의 몸과 건강에 끼친 잠재·실질적 영향을 제대로 파악하고자 한반도 내 시간과 공간에 따른 더위 체감온도 변화 추세·시점을 분석했다.

더위 체감온도는 기온과 습도에 의해 좌우된다. 여름철 더위 체감온도는 50%의 상대습도(이하 습도)에서 기온과 같은 값을 가지고, 습도가 10% 높거나 낮아지면 더위 체감온도가 약 1도 상승 또는 하강한다. 예로 기온이 33도 일 때 습도가 50%이면 체감온도도 33도이지만, 습도가 70%이면 체감온도는 35도로 상승한다.

기상청은 기존 일(日) 최고기온만을 반영했던 폭염특보 기준을 2012년부터 운영해 왔으나 이 폭염특보 기준이 건강에 미치는 폭염의 영향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의견이 제기돼 왔다. 기존 폭염특보 기준은 ‘열적 체감도’를 반영하는데 한계가 있었다. 이에 기상청은 2020년 5월부터 폭염특보를 실제로 사람이 느끼는 ‘일(日) 최고 체감온도’를 반영해 시범운영하고 있다.

공동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1981년부터 2018년까지의 여름 까지 더위 체감온도의 상승 경향이 최저기온, 평균 및 최고기온의 상승 경향보다 훨씬 뚜렷하게 나타난다는 것을 알아냈다. 즉 더위 체감온도가 기온보다 훨씬 빠르게 올라가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전 폭염특보의 기준이 돼 왔던 기온 상승에 비해 사람들이 체감하는 폭염의 강도가 훨씬 강하며 인간의 몸과 건강이 훨씬 더 나쁜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이 커졌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더위 체감온도를 4개의 범주(category)로 분류, 연간 발생 횟수 변동에 따른 건강상의 위험을 조사했다. 여름철에 사람들이 건강에 주의를 요하는 30도를 넘는 체감온도는 1981년부터 2009년의 29년 동안에 우리나라에서 연평균 53일 발생했지만, 2010년부터 2018년 9년 동안에는 연평균 57일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것은 2010년대 이후로 높은 기온과 습도의 복합적인 효과로 폭염으로 인한 건강피해가 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공동연구팀은 1981년에서 2009년까지의 첫 번째 기간과 2010년부터 2018년까지의 두 번째 기간 사이 여름철에 북서태평양 아열대 고기압(WNPSH)의 위치(특히, 서쪽 가장자리) 변화가 뚜렷하게 나타나는 것을 확인했다. 2000년대 후반 이후 여름철 더위 체감온도의 상승은 한반도에서 기온과 습도를 동시에 높이는 북서태평양 아열대 고기압의 북쪽과 서쪽 방향으로의 확장과 연관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무엇보다도 이번 연구는 북서태평양 아열대 고기압(WNPSH)의 서쪽 가장자리의 위치와 한반도에서의 극단적인 더위 체감온도 간의 관계를 밝히는 것에 초점이 맞춰졌다. 보통 북서태평양 아열대 고기압의 서쪽 가장자리가 북서쪽에 위치하면 우리나라는 고기압의 중심에 위치해 강한 일사의 영향으로 높은 기온과 낮은 습도를 띤다. 반면, 이 고기압의 서쪽 가장자리가 남서쪽으로 확장하면 바람 순환 패턴을 바꿔 남중국해로부터 이 고기압의 기압마루선(주위보다 기압이 가장 높은 곳을 길게 연결한 선)을 따라 덥고 습한 공기가 이동할 수 있다. 이로 인해 한국, 특히 한반도 남쪽에는 높은 기온과 습도로 극단적인 더위 체감온도를 사람들이 느낄 수 있다.

논문 주저자인 APEC기후센터 이현주 박사는 “이번 연구 결과는 2020년 5월부터 기온과 습도를 동시에 고려해 실제 사람이 느끼는 ‘일(日) 최고 체감온도’를 반영해 시범운영하고 있는 기상청의 변경된 폭염특보 기준 도입이 왜 필요한지를 잘 설명해준다”며 “폭염과 관련한 국민의 체감온도 상승의 원인 파악 및 지구온난화와 최근 폭염과의 관계 규명을 통해 우리나라 이상기후 감시 및 대응을 위한 올바른 대책 수립이 가능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