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석유' 중요성 지속 확대···첨병 역할 나선 '석유공사'
[기획] '석유' 중요성 지속 확대···첨병 역할 나선 '석유공사'
  • 조성구 기자
  • 승인 2021.08.18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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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신재생에너지 확대 기조에도, 석유 중요성 부각
에너지약소국 한국, 국내 석유 개발추진 지속 필요성 제기
석유공사, 국내 대륙붕 탐사 매진...동해 방어구조 해상시추 추진
中·日 에너지 경쟁국 자원개발 명문화, 자원개발 확대 공론화 필요
한국석유공사 동해가스전 생산플랫폼 전경.
한국석유공사 동해가스전 생산플랫폼 전경.

[국토일보 조성구 기자] 에너지 선진국을 중심으로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화석연료를 대체하는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늘리고 있다. 하지만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해 필요한 높은 기술력과 비용, 에너지원의 전환에 대한 사회적 합의 미 확보는 이 같은 변화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또한 최근 70달러 대 수준을 보이는 국제유가 상승은 에너지 전환의 기술적 한계와 비용 부담 등, 화석에너지에 기반하고 있는 세계 산업구조의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기존 화석연료에 대한 수요는 당분간 여전히 높을 것으로 보이며, 특히 수송 등 산업의 동력과 유관 산업의 원재료 역할을 맡고 있는 석유의 중요성도 지속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한다.

■ 석유 확보, '에너지 안보·고부가 가치 산업'에 필수 요소

석유 소비량의 거의 100%를 해외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석유 안보가 매우 취약하다. 글로벌 8위인 국내 석유 소비규모나 4위 수입규모는 세계 9위에 달하는 경제규모를 상회하고 있고, 국내 경제 구조는 고유가에도 석유 소비를 줄이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중동 위주인 국내 수입선과 높은 수송로(호르무즈, 말라카 해협) 집중도, 인근 석유물류허브의 부재 등, 수급 리스크에도 취약한 상황이다.

세계적으로도 석유는 매장지·수송로가 집중되고 생산량이 한정돼, 공급 중단 시 국방·안보활동은 물론 사실상의 모든 경제활동이 중단되는 상황이 발생한다.

이처럼 국내 경제는 석유 의존도가 매우 높고, 국내 소비를 전량수입에 의존하는 구조여서 유가 충격에 매우 민감한 약점이 있다.

이 때문에 석유 개발로 충분한 매장량을 확보할 경우, 유가 급등 시에도 석유 개발 수익으로 충격을 흡수하는 등, 헤징효과의 장점도 취할 수 있다.

또한 석유는 자체 부가가치(상·하류부문)뿐 아니라 연관산업(플랜트·조선·화학·수송·금융·서비스 등) 경제효과로 막대한 국부 창출도 가능한 에너지원이다. 우리나라가 경쟁력을 가지는 철강, 해양구조물, 선박, 엔지니어링, IT 등 유관 산업과 시너지 창출도 가능하다.

석유 개발 산업은 성공할 경우 보상이 매우 큰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평가되며, 충분한 기술력과 경쟁력을 갖추면, 매우 높은 이익률이 발생한다. 정체된 국내의 새로운 에너지 성장 동력 확보 차원에서, 석유 개발 산업에 접근할 필요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 석유 산유국 진입을 위한 노력- '석유공사'

세계 5위 석유 순수입국인 우리나라의 입장에서 국내대륙붕 개발을 통한 자주적인 석유 개발 및 확보는 국가안보와 직결되는 사안이며, 탄소중립 정책의 성공적 이행을 위한 담보 장치로 평가된다.

1960년대 대륙붕 탐사가 개시된 이래 외국계 메이저 석유회사들이 19개 공 시추에 나섰으나 경제성 있는 유전발견에 실패 후 철수했다. 1970년대 두 차례의 오일쇼크를 경험한 정부는 에너지원 확보와 자립의 중요성을 깨닫고, 1979년 한국석유공사를 설립하고 자주적인 석유개발을 통한 원유의 안정적 공급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석유공사는 설립 이후 국내대륙붕 탐사를 본격적으로 시작, 기술진 확보와 자본 부족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석유공사 자체 기술로 12개 공을 시추하는 성과를 냈다.

외국계 회사와 석유공사의 총 31번 시도 끝에, 국내 자체 시추를 시작한 지 20년만에 1998년 8월 대규모 가스층 발견에 성공했다. 이렇게 탄생한 '동해가스전'은 국내 최초의 상업적 가스전으로 석유자원의 존재를 입증함과 동시에 IMF 위기에서 국민들에게 95번째 산유국의 희망을 선사했다.

동해가스전은 2004년 생산 개시 이래, 울산광역시와 경남지역의 일반가정, 발전소 등으로 천연가스를 17년간 공급하고 있으며, 2020년말 기준 약 2조6,000억원(총 530만톤)의 수입대체 효과로 국가 경제 활성화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김동섭 석유공사 사장(가운데)이 동해가스전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김동섭 석유공사 사장(가운데)이 동해가스전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 김동섭 석유공사 사장, '동해가스전'··중요성 강조

   생산플랫폼 현장점검, 현장 경영 활동 박차

   에너지 안보 기여, CCS 및 부유식 해상풍력사업 연계

최근 김동섭 신임 석유공사 사장은 '동해가스전 생산플랫폼'을 방문했다. 김동섭 사장은 현장 생산시설의 안전 및 운영상태를 점검하고, 근무자들에게 다가오는 미래 에너지 시대를 위한 차질 없는 준비를 주문했다.

동해가스전은 유명 외국 석유사도 경제성 있는 석유발견에 실패했지만, 석유공사가 자체기술·인력 및 경험을 총동원해 대규모 가스전을 발견한 곳이다.

동해가스전은, 작년 말까지 누적기준으로 약 4,500만 배럴(원유환산 기준)을 생산해, 국내에 공급했으며, 10억700만 달러의 자금이 투자돼 총 22억4,300만 달러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김동섭 사장은 "동해가스전의 성공은 국가에너지 안보 확립에 지대한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단순히 금전적으로 환산할 수 없는 중요한 가치를 갖는다"며 "그 동안 축적된 경험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국내 대륙붕뿐만 아니라 심해에서도 가스자원 개발을 성공적으로 이어가자"고 강조했다.

석유공사는 동해가스전의 생산수명이 다하더라도 다양한 미래지향적 활용방법을 마련해, 국내 대륙붕 개발사업 성공신화의 맥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화석연료를 생산하던 동해가스전 생산플랫폼을 주변의 강한 바람자원을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부유식 해상풍력사업'의 중심지로서 변신을 준비하고 있다. 아울러 가스생산이 종료되면 가스전 지하의 빈 공간을 활용, 정부가 정책적으로 추진 중인 이산화탄소를 포집·저장하는 CCS 사업의 전초기지로도 사용할 예정이다.

그동안 국내에서 온실가스를 배출만 할 뿐 별도로 포집해 저장하는 시설은 없었는데, 동해가스전 생산종료와 함께 국내 CCS 사업의 범위를 확대할 수 있는 최적의 실증 플랫폼이 마련된 셈이다.

석유공사는 동해가스전 지하공간에 향후 30년 간 매년 40만톤의 CO2를 주입해 총 1,200만톤의 온실가스 저감효과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이를 위해 석유공사는 다부처 국책연구과제인 '동해가스전을 활용한 중규모 CCS 통합실증 모델 개발' 연구 주관기관으로 선정돼, CCS 사업의 성공적 수행을 위한 최적 실행모델 도출과정에 핵심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알려졌다.

■ 산유국 지위 유지 필요성···국제 입찰·사업 경쟁력 확보에 필수 

석유공사의 동해가스전 발견으로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산유국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석유공사는 2020년 상반기 동해 심해지역에 위치한 8광구, 6-1 광구의 중부, 동부, 북부지역에 대한 조광권을 확보했다.

이중 6-1 광구 중부 및 동부지역, 동해가스전 북동쪽 44km 심해지역에 위치한 방어구조에 대해 2021년 6월 28일 해상시추 작업에 들어갔다.

탐사자료 분석결과 방어 구조에 약 3.9Tcf(원유환산 약 7억배럴)에 해당하는 탐사자원량이 부존돼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는 동해1·2 가스전에서 1998년 가스를 발견한 이후 지금까지 생산해 온 약 4,500만배럴(원유환산 기준)보다 15배 많은 수치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탐사시추 성공률이 15% 안팎인 점을 고려, 석유공사는 이번 시추에 그치지 않고 유망구조에 대한 탐사와 시추를 지속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석유공사의 이 같은 노력에는 이유가 있다. 산유국 지위 유지는 글로벌 에너지 산업의 외교적 입지 확보에 매우 중요한 이점이다.

산유국 지위가 상실될 경우 국제 입찰이나 유전개발사업 참여가 제한되는 경우가 다수 발생하고, 중동산유국의 경우 비산유국을 관련 사업대상에서 제외시키는 경향이 있다.

또한 산유국 지위 유지를 통해 플랫폼 건설 등, 연관산업 활성화로 막대한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 석유, 가스 탐사‧개발‧생산 운영기술을 육성해 국제경쟁력 제고도 가능하다.

실제로 동해가스전 생산시설은 연간 100억원 규모의 연관산업(유지보수 등) 동반 성장 및 고용 창출에 기여했다. 국가에너지 핵심 원료 중 하나인 LNG 가스를 국내생산으로 자체충당할 수 있어, 외화유출 방지로 국부 증진 효과도 가져온다.

나아가 인접 국가인 중국과 일본은 정부 지원을 바탕으로 석유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어, 정부 차원에서 석유 개발을 다시 적극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중국은 국가 에너지발전 기본원칙으로 석유 공급 안보 증대를 명시적으로 규정해, 국영기업을 통한 자국 유전개발 확대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일본도 석유 수요 감소와 상관없이 자원개발 투자의 중요성을 에너지 기본계획에 명시해 해외 저가 자산 인수 등, 중장기 자원안보를 위한 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2015년 발생한 자원개발 공기업의 부실 문제로 현재 공기업의 신규 자원 개발 사업 투자가 중단됐다.

기후변화에 대비하는 새로운 에너지원의 확대에도 기존 전통 에너지·자원 수요가 감소하지 않는 상황에서, 이에 대응하는 자원개발의 추진 동력이 다시금 필요하다고 업계의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울산 본사 전경.
한국석유공사 울산 본사 전경.